조선업
조선업(造船業, shipbuilding industry)은 선박을 건조하는 산업이다.
선체를 건조하고 이것에 기관·의장품을 조립하여 고정시켜서 완성된 선박을 생산하는 것을 고유의 업무로 하는 산업이며, 기관·의장품을 제작하는 공업을 조선관련산업이라고 한다. 선박건조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오래 되었으며, 철강업과 기계공업의 발전에 힘입어 종합공업으로서 근대적 조선업이 확립된 것은 19세기에 들어서면서이다.
세계 최초의 철선(鐵船)은 1821년 영국에서 건조된 마론랜스비호(號), 강선(鋼船)은 1873년 건조된 루도더블호를 시초로 하여 이후 1956년까지 영국은 세계 최대의 조선국이었다. 1948년 상선건조량을 보면 영국이 세계의 51.0%를 차지하고, 스웨덴 10.7%, 네덜란드 6.2%, 프랑스 6.0%, 미국 5.5%의 순이었다. 그러나 1956년에는 일본이 영국을 능가하여 건조량의 28.6%를 차지하였다.
목차
개요[편집]
조선업이란 해운, 해양자원개발, 군수물자 조달 등을 위해 배를 조선소 등에서 제조 및 가공, 조립하는 일, 정확한 직종 분류로는 제조업 중 선박 건조 및 수리업을 말한다. 상선, 함정, 어선, 특수작업선 등이 있는데, 한국 조선사들은 상선(화물선, 화객선, 여객선) 분야를 주로 생산하였고, 2020년대 들어선 쇄빙선, LNG선도 많이 생산하고 있다.
철강, 정유,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자동차, IT 기기 등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수출품 목록 최상단에 자리하고 있는 주력 산업 중 하나이다. 한때는 일본을 제치고 수주량에서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랐으나 그 뒤에는 중국에 규모면에서 밀렸으며, 2015년 이후로는 크나큰 위기 상황이었다. 그러나 중국 조선업이 품질 문제 때문에 몰락의 길을 걸으면서 다시 한국이 세계 1위의 자리에 섰다.
전방산업으로는 해운업, 자원개발업 등이, 후방산업으로는 철강, 기계, 화학, 비철금속이 자리잡고 있다. 결제가 대부분 외화로 이뤄지고 대금회수까지 2~3년가량 소요되어 환율, 금리 변동에 취약한 특징이 있다.
한국은 1970년대 경제개발5개년 계획에 의해 중공업 육성정책에 따라 대규모 조선소가 건설되어 1980년대 조선산업합리화 정책을 시행한 일본에 비해 조선호황기 도래에 따라 세계 시장의 우위를 점하게 되었으며, 2000년 1월 수주잔량 기준으로 최초로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랐다. 2005년에서 2007년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라 물동량이 증가하고, 선박 발주량이 크게 증가하였으며, 이에 따라 전 세계 조선소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루어졌으나, 2008년 금융위기로 물동량이 급감하고 금융위기 이전 발주된 선박이 인도됨에 따라 선박 공급이 과잉되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조선시장이 침체되었고, 2014년 유가 급락으로 시장 침체가 심화되었고 2016년에는 유례없는 글로벌 발주 감소를 경험하여 전세계 조선소들의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다.
군수산업, 특히 해군과 직결되는 사업이라 많은 나라가 적자를 보더라도 순순히 망하게 놔두지는 않으려 한다. 이를 간과했던 미국은, 미국 내 조선소가 대부분 망했다가 2010년대 이후에는 천조국의 해군답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각국의 조선업 국제 랭킹은 대략 시장점유율 (건조 총톤) 중국 44%, 한국 32%, 일본 17% 순서의 3대 강국이고 이들 3개국이 세계 94% 를 차지한다. 그 아래로는 점유율이 1% 에서 0.1% 사이인 국가들이 필리핀 (1%) 이탈리아, 독일, 베트남, 핀랜드, 대만, 프랑스, 노르웨이, 러시아, 터키, 네델란드, 인디아 등이다. 한국은 건조 총톤수에는 중국에 밀리지만 척당 단가가 높아서 계약 금액으로는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적 특성[편집]
극단적인 사이클 산업[편집]
시기를 타는 사이클 산업 중에서도 유독 업황을 많이 탄다. 글로벌 경기가 호황이면 교역량과 물동량도 늘어난다. 에너지 소비량도 늘어난다. 이 때문에 상품과 화석연료를 수송할 선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불경기에는 반대로 선박 수요가 줄어든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의 변동성보다 해운업의 변동성이 더 크고 조선업은 해운업보다도 변동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호황기에 바짝 벌고 불경기에 버티는 산업이다.
여기에 발주하고 최소 2년은 있어야 제품을 인도받는 수주산업의 특성 때문에 거품이 엄청나게 끼었다가 빠지는 산업이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왕창 올랐다가 왕창 내려가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한 선박 투기 수요가 발생할 정도다. 조선업이 호황일 때는 중고선가가 신조선가보다 비싸지는 경우도 있다. 투기자본 세력이 침투해서 버블이 끼었다가 불황에 버블이 꺼지면 투자자들이 망하고 없어져서 기껏 만든 배를 인도해갈 사람이 없어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수주-발주에 제조 시간이 긴 산업인 건설업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기지만, 건설업은 정부 능력만 받쳐준다면 정책을 통해 이를 통제하거나 등락의 충격을 줄이는 정책도 가능하다. 그러나 조선업은 그런 것도 없다.
산업은행의 골칫덩어리인 대우조선해양이 매각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조선업의 극단적 사이클 때문이다. 조선업이 호황일 때에는 인수 대금이 천문학적으로 든다. 2000년대 중반 한화나 GS-포스코 컨소시엄이 인수를 시도할 때에는 예상 인수 대금이 6조에 육박했을 정도다. 반대로 조선업이 불황일 때에는 인수대금은 싸지만, 연간 수천억에서 조 단위 영업손실은 우습게 찍기 때문에 인수하기가 부담스럽다. 대우조선해양은 안 그래도 극단적인 사이클 산업인데 덩치가 워낙에 큰 회사이니 인수할 기업들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기는 회사가 아니다.
경기 사이클을 많이 타는 산업에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가 치킨게임이다. 치킨게임에서 승리하고 불경기를 이겨낸 자가 호황기의 열매를 대부분 차지한다. 그러나 조선업은 고용효과가 아주 크기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의 조선업을 영위하는 나라들은 하나같이 공적자금을 투입해 치킨게임의 패자들을 살려낸다. 당장 대한민국만 해도 대우조선해양은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경쟁력이 있는 중소조선사도 살리기 위해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중국의 조선업이 중국정부와 국책은행을 등에 업고 경쟁하는 것은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사실이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을 보고 시장경제를 훼손한다며 WTO에 제소한다고 하지만 뒤에서는 암암리에 자국 조선소를 지원한다. 일본은 세계 3위의 경제력을 지닌 섬나라인 만큼 해운업이 발달했는데, 자국 해운사들이 자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면 저금리에 대출을 해주거나 지급보증서를 끊어주는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대마불사의 글로벌판인 셈.
고정비와 저가수주[편집]
전체 비용에서 고정비가 아주 큰 산업이다. 조업을 하지 않아도 쌩으로 나가는 비용이 아주 크기 때문에 손익분기점과 조업중단점의 차이가 아주 크다.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더라도 수주를 따오고 선박을 건조했을 때의 적자가 조업을 중단했을 때 나가는 고정비 지출보다 적은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차라리 저가수주라도 하면서 버티는 게 나은 경우가 있다.
조선소들이 2~2.5년치 일감을 쌓아두면 선가가 본격적으로 오른다. 이런 경우에는 저가수주가 미래 수주 물량의 가격을 올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저가수주를 필요악으로 볼 수도 있다. 사실 일반적인 선박 건조 계약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수주를 따오겠다고 가격 외적 부분에서 호구 잡히는 조건을 넣는 경우다. 납기를 정상적인 경우보다 줄여서 계약한다거나, 턴키 방식으로 가져와서 공사 도중 생기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거나, 극단적 헤비테일 방식으로 대금을 받기로 한다거나.
일감 유지 능력[편집]
언급했듯 조선업의 경우 고정비가 압도적으로 많이 드는 산업이다. 거기에 일감을 수주해와도 현장까지 오는데 최소 1년이상이 걸리고, 그마저도 취소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터에 조선업의 핵심능력중 하나가 어떤식으로든 일감이 끊기지 않게 하는 것이다. 한번이라도 일감이 끊기면 조선업 생태계 자체가 급격히 무너지게 된다. 당장 만들 배는 없고 고정비는 계속 나가 적자가 급격히 누적되는데 어떤 기업이든 버텨낼 방법이 없다.
역사[편집]
인류가 배를 만든 것은 이미 수만 년 전의 일이지만, 근대 조선업의 기틀을 닦은 것은 14-15세기 스페인 북부와 프랑스 남서부를 아우르는 비스케이 만 연안의 조선업자들이다. 이들은 중세 지중해와 북해의 선박 유형을 절충하여 대항해시대의 초석이 되는 카라벨선을 처음으로 개발하였으며, 이들이 집대성한 중세 조선 기술을 바탕으로 이후 근대 조선업이 발달하게 되었다. 이 기술이 대항해시대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조선업이 발달하지 못했다면 그만큼 항해일주가 훨씬 더 늦춰졌을 것이다.
이후 산업혁명을 주도한 영국에서 기존의 목선에 자국의 증기기관 시스템을 도입해 선박의 속력과 효율을 높힌 증기선을 개발하였고 선박이 점점 거대해짐에 따라 철강으로 이루어진 철선을 개발하였으며 기존의 왕복식 증기기관에서 디젤 엔진을 탑재해 속력과 항속거리가 비약적으로 상승한 내연기관 설비를 갖춘 선박이 등장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해상 강국이자 전 세계 해군의 종가라고도 불리는 영국의 조선 산업은 그야말로 눈부시게 발전하였으며 현대의 조선산업을 이루는 기초적인 건조 프로세스와 기술 개발은 산업혁명 이후의 영국 조선업계가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한국과 일본의 조선산업이 전 세계 최정상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지만 기본적인 선박 설계의 기초와 이를 운용하는 기술적 메커니즘 등 원천 기술 대다수와 특허는 영국을 중심으로한 북유럽 국가들이 많이 확보하고 있다. 한국의 조선업 발전의 기초가 다져진 것이 잉글랜드 기술자들 덕택이라는 말도 있다.
현대 조선업에는 많은 자본과 기술력도 투입되지만, 기본적으로 조선업은 전형적인 노동 집약적 산업이며 완전한 주문 생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 기본 수천 ton을 넘어 수만 ton의 배수량을 자랑하는 거대한 배는 생산단가가 엄청난지라 그걸 미리 만들어 놓고 판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선박의 가격만이 문제가 아니라 보통 선박은 대형 계약(운송계약, 해저케이블 설치계약, 유전탐사 계약 등)을 물고 있기 때문에 배가 사용될 사업의 성격에 따라서 같은 종류의 배라도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숙련공을 확보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전자제품과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의 경우 로봇을 가져다 놓고 그 로봇을 돌리기만 하면 제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으며 설상 사람이 투입되는 공정이라 하더라도 단순한 작업만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초보자들도 조금만 기술을 익히면 숙련공으로 올라갈 수 있으나 배는 그러기에 너무나고 크고 아름다운 것이다. 그 거대한 쇳덩어리 안에서 온갖 기교를 펼치며 세부 작업을 해야하는 조선업의 숙련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박시장은 절대적으로 선주가 우위에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선주가 요구하는 대로 주문제작해줘야 하는 제품이다. 따라서 같은 선종, 같은 크기의 선박이라도 겉모습만 같지 속은 조금씩 다른 경우가 많다. 현재 기술로는 이런 것까지 커버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지는 못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런 이런 고도의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할만큼 돈이 되는 산업이 절대 아니다. 단순한 제품을 찍어대는 제조업과는 다근대적인 공장의 생산방식과는 묘하게 차이를 보이는 부분. 그리고 여기서 웃기는 것이 기술의 발전을 통하여 노동효율의 증가를 기대하는 경영마인드를 가진 분들도 계시겠지만 업계관계자들은 모두 비웃는다. 인력 수요와 일자리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아니 도리어 더 늘어난다. 뭔가 시대를 역행하는 듯도 않는 듯도 한 묘한 산업임은 틀림없다. 그리고 이 때문에 2016년 대한민국 조선업계의 중대한 위기에 도달했다.
대한민국 조선업 현황[편집]
HD현대(HD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계열 포함),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대형 3개 조선사와 HSG성동조선, 케이조선, HJ중공업, 대한조선, 대선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들이 운영되고 있다. 2010년대 후반기 부터 시작된 조선업 불황의 여파로 HSG성동조선과 케이조선, HJ중공업, 대한조선 등 많은 조선사들이 소유주가 바뀌었고 회사 이름도 같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대형 조선소[편집]
흔히 BIG 3로 불리는 국내의 대형 조선 회사는 울산광역시의 HD현대중공업, 거제시의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3사를 이야기한다. 이들 조선소는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산업화가 진행되던 1970년대부터 조선소를 건설하고 선박을 건조하던 업체로 40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축적된 엄청난 노하우와 기술력과 자본을 바탕으로 전 세계 조선업계 TOP으로 성장한 업체들이다.
거제시는 사실상 조선업의 도시이다 보니 조선사의 부침에 도시 경제가 휘청일 정도이며, 삼성중공업 역시 리즈 시절에는 삼성 그룹 전체를 먹여 살린다는 삼성전자보다 임직원 평균 연봉이 높았고 임직원이 받는 복리후생도 더 뛰어날 정도로 잘 나가던 때가 있었다. 물론 생산직이라면 엄청난 노동 강도와 열악한 작업 환경은 견뎌내야 하지만 그렇게 온몸을 부수어 일한 대가는 웬만한 초거대기업 못지않게 엄청나다. 다만 2010년대 후반 경영악화를 지난 이후에는 전자와 기본급 앞자리가 차이날정도로 낮은지라 젊고 능력있는 인재는 그래도 기본급을 많이 주는 HD현대중공업으로 이직하거나 아예 조선업을 떠나는 소위 '탈조선' 이직을 하는게 부지기수이다.
대형 조선소 앞에는 조선소에서 운영하는 고급 호텔이 있는 경우가 많다. 호텔을 운영하는 목적은 당연히 선주사에서 경영진급 임원이 방문할 경우 의전을 하기 위해서다. 선주사에서 컨테이너선 몇 척, 초대형 유조선 몇 척 계약하고 나면, 이게 1~2년 뒤에는 최소 수천억원의 매출이 되기 때문에 최상급의 의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 의전이 어느 수준이었냐면 삼성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 같은 경우 거가대교 개통 전에는 아예 김해공항에서 거제도까지 헬리콥터로 모셔올 정도였다. 조선소 경영악화 및 거가대교 개통 이후 헬리콥터는 없어졌지만 회사에서 보유중인 최고급 외제차와 영어로 회화소통까지 가능한 어학능력이 되는 운전 기사로 의전을 수행한다. 당연하지만 경영진급 인사일경우 수행하며 중간관리자나 실무진은 이정도까지 의전은 안한다.
중소 조선소[편집]
HD현대 계열의 현대미포조선(울산), 현대삼호중공업(전남 영암)과 전남 해남의 대한조선, 부산의 HJ중공업, 대선조선과 경남 창원의 케이조선, 경남 통영의 HSG성동조선, 경남 고성 SK오션플랜트와 같은 많은 중·소규모 조선소들이 남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중소조선소의 경우 2007년까지 조선업계 경기가 과열되는 바람에 우후죽순으로 신설되었지만, 개별업체들의 역량 미달,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로 많은 업체가 문을 닫았다. 대한민국 조선업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한진중공업마저 원가절감을 이유로 영도조선소의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고 설계부분은 다른 법인으로 분사해버렸는데...
부산광역시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이 꼴이 난 것은 저렴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 건립한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 조선소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한진중공업이 수주하던 상당수 물량이 수빅 조선소로 넘어감에 따라 본가인 부산 영도조선소의 물량이 뚝 떨어진 데다 수빅 조선소 현지의 수준 이하 노동력에 한국에서 가져온 기자재를 조립하는 경영 방식,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핵폭탄급 대외 악재가 겹친 결과로서 내실에 비해 과도하게 외형이 커진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한진그룹이 엄청난 거액을 투자해서 만들었던 필리핀 수빅조선소는 현지 노동자들의 숙련도 부족과 한진의 엉망진창 노무관리, 계속 되는 산재 사고 등이 겹치면서 생산차질을 빚었고, 결국 단 한번도 납기계약을 지키지 못했다. 오로지 저임금 노동자들을 고용해서 싸게 배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필리핀에 조선소를 만들었지만, 수빅조선소의 생산량은 같은 기간 부산 영도조선소의 1/4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그마저도 심각한 품질 문제가 속출해서 조선업 호황기간에도 선사들의 불만을 자아냈다. 이러면서 한진중공업 경영진은 발주처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고, 영도조선소, 수빅조선소 양쪽 노동자들과도 적대적인 관계가 되었다. 한진중공업은 필리핀에 투자한 23억 달러(약 2조6700억 원)를 허공에 날리면서 결국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수빅조선소는 폐허로 버려졌다가, 2020년 미국-호주 컨소시엄에 헐값에 팔렸다. 그리고 모기업이던 한진중공업도 2021년 동부건설컨소시엄에 매각되면서 HJ중공업이 되었다.
선박의 건조[편집]
선박의 건조는 자동차 또는 전자 제품 등과 달리 철저히 주문 생산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기본이다. 선박 수주에서 인도까지 보통 2년 정도의 긴 시간이 걸린다.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마다 표준적인 설계 도면을 가지고는 있지만 선박을 발주한 선주사의 요구 사항과 감독 관청의 규정에 따라 완전히 동일한 선박은 존재하지 않는다.
선박건조는 먼저 설계로부터 시작된다. 설계에 있어서는 집화(集化)·속도에 순응할 수 있는 크기의 결정, 화물 종류에 의한 선형(船型) 및 적화장치, 가장 적당한 경제속력, 항속거리의 결정, 기관형식의 선정 등이다. 이러한 설계에 따른 선체 각부의 형체를 떠서 강판에다가 점과 선으로 표시하는 마킹공정이 뒤따른다. 그것은 가공공정의 코킹(caulking)을 거쳐서 선대조립 후에 진수시킨 후 주기관설치와 의장 등의 마감공정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조선에 쓰이는 재료는 선가(船價)를 구성하는 요소 중 약 60%∼70%를 차지하므로 생산공정에서의 재료비의 절약은 선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조선에 쓰이는 중요재료로는 가압연강·선철·주철관·단강(鍛鋼) 및 주강(鑄鋼)·용접봉·특수강·목재·신동품·청동주물·화이트 메탈(white metal)·비철금속·철선·못·함석·도료(塗料)·로프·석면(石綿)·내화벽돌 등이다. 이 중 강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중량으로 볼 때 화물선이 약 60%, 유조선이 약 70%이다.
배를 만드는 순서는 배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서 여러 가지 다른 점이 파생되나, 일반적인 대형선의 수주에서 인도까지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연구개발[편집]
배를 건조하기 위해서는 운항할 해상 조건과 목적에 맞게 선형(선박 형태), 추진력 등을 감안한 연구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안전성, 경제성을 비롯해 최근에는 친환경을 고려해 어떤 모양의 선박을, 어떤 장비를 설치해 만들 것인지 초기 개념부터 건조 후 성능 실현까지 해내는 과정이 연구개발과정이다. 실제 선박 모양 크기를 축소해 수조 실험시설에서 실험해 성능을 사전 검증하기도 한다. 자세한 내용은 세계 3위 안에 드는 조선소인 대우조선해양에서 만든 선박연구개발 과정 동영상을 보면 알 수 있다.
계획 및 수주[편집]
새로운 배를 만들 경우에는 1) 어떤 항로(航路)에 사용할 것인가, 2) 무엇을 실을 것인가, 3) 어떠한 항구를 출입할 것인가 등을 생각해서 배의 종류, 크기, 속력 등을 정해서 조선회사(造船會社)에 주문한다.
설계[편집]
속력·안정성·강함 등의 중요한 요소의 연관 관계를 잘 생각해서 주문한 측의 희망에 알맞은 배를 만들기 위한 기본 계획을 세운다. 속력에 대해서는 배의 모형을 수조 속에서 달리게 하는 선형시험(船型試驗)에서 그 배에 알맞은 주기관의 출력이나 모양을 찾아낸다. 또한 안정성이나 강함에 대해서도 실험이나 계산에 의해서 계획을 진행시킨다. 선실이나 기계류의 배치도 여러 가지 면에서 검토하고 많은 도면(圖面)을 그린다. 설계는 대단히 중요하다.
자재의 수배[편집]
상세한 공사용의 설계도면(設計圖面)이 완성되기 전에 우선 간단한 재료를 선택하는 도면을 만들어 필요한 재료·기계·기구류(器具類) 등의 표를 만들어 그 때부터 배를 만드는 순서에 맞도록 수배한다.
재료의 가공[편집]
상세한 설계가 완성되면 공장에서는 도면에 따라서 강재(鋼材)를 자르거나 굽히거나 한다. 강재를 자를 때는 투영기(投影機)나 매그니그래프로 축적된 원도(原圖)를 실물 크기로 확대해서 강판 위에 그린 다음에 모노포르로 자르는 경우가 많다. 또한 프렘플레너로 강판을 평행으로 절단한 것을 전기용접으로 붙인다. 강재를 정해진 모양으로 구부리기 위해서는 벤딩롤러가 사용된다. 이와 같이 하여서 선체를 조립하는 부품재료(部品材料)를 만들어 간다.
선체조립[편집]
부품재료가 완성되면 마침내 조립을 시작한다. 우선 부재(部材)를 선대(船臺) 또는 건조독의 옆에 있는 용접 공장에서 배의 몇 부분씩을 전기용접으로 붙여서 조립한다. 이러한 부분 부분을 블록(block)이라고 말하며, 블록을 크레인으로 선대나 건조독으로 운반한다. 거기서 각 블록을 용접으로 연결시켜서 배 모양으로 매듭을 짓는다. 이러한 조선 방법을 블록 건조방식이라고 부르며, 이 방법의 채용으로 배를 만드는 시간이 대단히 단축되었다. 선체가 만들어지면 갑판 위의 구조물이나 프로펠러 등을 장치하고 마침내 진수식(進水式)을 맞이하게 된다.
진수[편집]
진수는 선대에서 만드는 경우에는 윤활유(潤滑油)나 볼 베어링(ball bearing) 등을 사용해서 선대 위에서 선미쪽부터 물속으로 밀어보낸다. 건조독에서 만드는 경우에는 독 속에 물을 넣어서 배를 뜨게 한 다음에 밖으로 끌어낸다. 진수할 때는 관계자가 모여서 배의 탄생을 축하하는 진수식이 거행되며, 이와 함께 배의 명명식(命名式)도 거행된다. 진수식은 배의 한평생 가운데 가장 엄숙한 식이다.
의장[편집]
진수가 끝난 배는 의장안벽(艤裝岸璧)으로 예인선에 의해서 끌려가서 항해에 필요한 주기관과 기타 여러 가지의 기계·기구 등이 실려지며, 또한 여러 가지 설비나 선실의 장치 등의 공사가 행해진다. 이것을 의장이라 한다.
해상 시운전[편집]
의장 공사가 끝나게 되면 배를 독에 넣어서 배 밑이나 프로펠러를 조사하고 페인트를 칠하고 깨끗하게 단장한다. 그 때부터 예행운전을 한 후에 화려한 공시운전(公試運轉)을 받게 된다. 공시운전에는 관청·선박협회·선주(船主)와 기타 관계자가 입회한다. 배를 실제로 달리게 하여 계획대로의 성능을 나타내느냐의 여부를 조사한다. 전진·후진·선회(旋回)·전속전진·정지 등을 되풀이해서 선체나 엔진의 성능을 조사하고 항해기구나 무선설비도 엄밀하게 검사·확인한다. 공시운전은 말하자면 졸업시험과 같은 것으로서 무사히 합격한 배는 선주에게 인계되어 첫 항해를 하게 된다.
건조기간과 관련공업[편집]
배를 건조하는 데 필요한 기간은 배의 종류·크기·조선소의 설비에 따라서 다르다. 근년에는 용접의 대폭적인 채용, 블록 건조방식의 채용으로 공사기간은 대단히 단축되었다. 선진국에서는 기공에서 진수까지 2∼3개월, 진수에게 의장의 완수까지 2∼3개월이 보통이다. 배를 만들기 위해서는 철강·구리·목재와 기타 각종재료, 그리고 주기관을 비롯한 기계·항해용계기(航海用計器)·기구·통신기·가구 등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이러한 관련공업이 발달되어 있어야 좋은 배를 만들 수 있다.
동영상[편집]
참고자료[편집]
- 〈조선업 〉, 《나무위키》
- 〈조선 (산업)〉, 《위키백과》
- 〈조선업〉, 《두산백과》
- 〈조선업/연도별 국내 조선업 현황 〉, 《나무위키》
같이 보기[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