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까마귀(烏鴉, 영어: Carrion crow, 학명: Corvus corone orientalis)는 까마귀과 까마귀속에 딸린 조류의 일종이다. 원래 별개의 종(학명: Corvus orientalis)으로 분류되었으나, 현재는 송장까마귀의 아종으로 재분류되었다.[1]
개요
까마귀는 참새목 까마귀과의 새를 이르는 말이다. 좁은 의미로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 분포하는 좁은부리까마귀를 의미한다. 까마귀는 몸길이 50cm, 날개길이 32∼38cm이다. 수컷의 겨울깃은 온몸이 검고 보랏빛 광택이 난다. 이마의 깃털은 비늘모양이며 목과 가슴의 깃털은 버들잎 모양이다. 여름깃은 봄에 털갈이를 하지 않기 때문에 광택을 잃고 갈색을 띤다. 암컷의 빛깔은 수컷과 같으나 크기는 약간 작다. 부리도 검은색이며 부리 가운데까지 부리털이 나 있다. 한국의 전역에 걸쳐 번식하는 텃새다. 평지에서 깊은 산에 이르기까지 도처의 숲에서 번식한다. 번식기에는 1∼2쌍씩 작은 무리를 지어 지내고 번식을 끝낸 뒤에는 큰 무리를 지어 남쪽으로 내려가 겨울을 난다. 디스플레이(과시) 행동을 할 때는 날개를 늘어뜨리고 꼬리를 편 채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면서 울어댄다. 높은 나뭇가지 위에 마른가지를 모아 지름 약 30cm의 둥지를 튼다. 알을 낳는 시기는 3월 하순∼6월 하순이고, 1년에 한 차례 한배에 4∼5개의 알을 낳는다. 암컷이 알을 품는 동안 수컷은 암컷에게 먹이를 날라다 먹인다. 알을 품는 기간은 19~20일이고 새끼는 부화한 지 30∼35일이면 둥지를 떠난다. 어린새는 둥지를 떠난 뒤에도 오랫동안 어미새와 함께 지낸다. 먹이로는 들쥐, 파리, 벌, 딱정벌레, 갑각류 따위를 비롯하여 다른 새의 알이나 새끼도 잡아먹고 곡류나 열매도 먹는 잡식성이지만, 번식기에는 주로 동물성 먹이를 많이 먹는다. 번식기인 2∼3월에 둥지를 틀기 시작하고 옛 둥지를 다시 수리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둥지는 점점 커진다. 번식이 끝나면 제각기 무리를 지어 휴식처와 텃세권을 정하고 아침 저녁으로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까마귀의 집단은 리더가 없는 단순한 집합체인데 이 때문에 오합지졸(烏合之卒)이라는 말이 생겼다. 또 까마귀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지만 영리해서 피해를 막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가끔은 고양이의 먹이를 빼앗기도 한다. 그래서 고양이의 천적 중의 하나이다. 한국, 일본, 사할린섬, 쿠릴열도, 중국, 몽골, 아무르, 우수리, 남쪽으로는 서식지가 아프가니스탄, 이란 동부, 카슈미르, 티베트에 이른다.[2]
생태
한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종은 큰부리까마귀(Corvus macrorhynchos)로, 도심에서도 연중 볼 수 있다. 그 외에떼까마귀는 주로 농촌 지방에 겨울철새로 찾아오며, 하늘이 까맣게 될 정도로 큰 무리를 지어 돌아다닌다. 갈까마귀는 주로 떼까마귀 무리에 소수가 섞여서 돌아다닌다. 흔하고 친숙한 까치 또한 까마귀과에 포함된다.
까마귀의 깃털은 날씨가 좋지 않거나 멀리서 보면 그냥 검은색으로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날씨가 좋을 때 꽤 가까운 거리나 빛이 잘 비치는 각도를 통해 보면 그냥 시커먼 게 아니라 보라색과 녹색이 섞인 검은색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까치의 검은색 깃털과 비슷하다. 정확히는 검은색 바탕에 옅은 보라색, 녹색의 광택이 나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개체의 차이나 영양 상태 종에 따라 그 차이는 어느 정도 있다. 이는 카메라의 렌즈나 필터에 의한 것이 아니라 까마귀의 깃털 그 자체다. 게다가 새들은 자외선 영역을 포함한 사람보다 넓은 가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으므로, 새들의 눈에는 까마귀의 깃털색이 단순한 검은색이 아니라 꽤 다채로운 색으로 보인다.
부리와 다리 또한 검은색. 성체 기준으로 48~52cm로 자라난다. 부리는 짧으면서도 강건하다.
까마귀는 나무 꼭대기나 건물 피뢰침 같은 높은 곳에 앉아 시끄럽게 울며 서너 번 연속으로 빠르게 우는 습성이 있다.
까마귀의 먹이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다. 나무 열매 등을 먹기도 하지만 벌레를 먹기도 한다. 또한 육식도 하기 때문에 스캐빈저 역할을 맡기도 한다. 까마귀 중 가장 거대한 큰까마귀는 대형 맹금류나 여우, 늑대 같은 포식자들을 공격해서 먹이를 강탈하며 필시 한 마리 이상의 다른 까마귀들과 협동을 해서 습격을 한다.
둥지는 높은 나무뿐만 아니라 절벽 끝자락, 송전탑이나 오래된 건물 등 다양한 장소에서 만든다. 가끔 땅 위에 짓기도 한다.
번식기는 2~3월이다. 서너 개의 갈색 반점이 있는 파랗거나 녹색 알을 낳는데, 암컷이 18~20일 동안 혼자 품고 그동안 수컷이 먹이를 가져다준다.
드물게 백변증이 발현된 백색 까마귀도 목격된다.
야생에서의 수명은 20년 내외로 알려져있지만 여느 동물이 그렇듯 사람에게 길러지는 경우 더 오래 살 수 있다.
지능과 특징
까마귀는 까치, 앵무새와 함께 새 중에서 최상위권의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동물계에서도 비인간 인격체로 분류되는 인간 다음으로 똑똑한 동물 중의 하나에 속한다. 연구자들이 '겁나게 똑똑하다'라고 입을 모아 평가할 정도며, 반복 훈련을 통해 작업을 습득시켜야 하는 대부분의 다른 고지능 동물들과 달리 까마귀는 동기만 있으면 스스로 해법을 유추해낸다. 기억력도 좋고 다른 개체나 특정 연구자에게 호감이나 앙심을 품는 등 감정도 풍부한 동물이다.
훈련받은 까마귀의 지능은 6~7세 아이 정도로 돌고래나 침팬지급의 지능을 자랑하며, 도구 제작 능력과 문제해결 방면에서 까마귀가 조금 더 뛰어나다. 이솝 우화 중 까마귀가 병 속에 든 물을 마시기 위해, 물의 밀도보다 훨씬 높은 돌멩이를 여러 개 주워 모아 병 속에 넣은 후, 물이 주둥이 부근까지 올라오도록 만든 후 물을 편하게 마셨다는 전래동화가 있는데, 영국에서 실험한 결과 이는 실제로도 가능하다고 밝혀졌다. 부리가 닿지 않는 병 속의 물 위에 떠있는 곤충을 먹는 과제였는데, 옆의 돌을 주워다 수위를 높여 벌레를 건져 먹었다. 또한 크기가 같지만 질량은 다른 석고 블록과 스티로폼 블록을 제공하자 가벼운 스티로폼 블록은 무시하고 무거운 석고 블록을 집어넣어 수위를 높였다. 밀도와 부피의 개념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아시아의 큰부리까마귀도 영리하기로 유명하다. 그 예시로 호두같이 단단하여 내용물을 먹기 힘든 음식물을 먹을 때, 신호등 앞에서 멈춰있는 자동차 바퀴 앞에 호두를 갖다 놓고 자동차가 지나간 후에 껍질이 부서지면 알맹이를 먹는다. 일반 도로가 아닌 횡단보도 위에 올려놓고 파란 불이 들어오면 먹으러 가는 센스까지 갖추고 있다.
별다른 훈련 없이 거울 속 자신을 알아보는 조류이다. 이는 까마귀뿐만 아니라 까치와 비둘기도 알아볼 수 있다. 다만 비둘기는 훈련을 시켜야 알아볼 수 있다.
까마귀는 사회성이 매우 발달한 동물로 늑대처럼 떼지어 다니지는 않지만 고유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 관찰되기도 한다. 까마귀 고유의 언어로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다른 개체에게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으며, 또한 그 이야기를 들었던 까마귀들도 다시 다른 까마귀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또한 까마귀들끼리 재판을 벌여 피고를 처단하기도 한다. 이는 서양에서 '까마귀 집회'라고 부르는데, 넓은 공터에 까마귀들이 모여 모임을 여는 듯한 모양새다. 그러다 한두 마리를 공격해서 쫓아내거나 죽이기도 하는데 이런 모습이 재판처럼 보이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만 개의 씨앗을 숨긴 위치를 기억했다가 몇 달 동안 꺼내먹는다. 일부 까마귀는 먹이를 숨긴 장소뿐 아니라 숨긴 시간과 먹이 종류까지 기억한다. 애벌레와 땅콩을 숨기게 한 뒤 짧은 시간이 지났을 때에 찾아 먹게 시키면 더 좋아하는 먹이인 애벌레를 찾아 먹지만, 숨긴 뒤에 며칠 뒤에 찾아 먹게 시키면 이미 부패한 애벌레는 찾지도 않고 땅콩을 찾아 먹는다. 먹이의 종류에 따른 부패 시간을 알고 시간의 흐름도 인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어치도 마찬가지이다.
앵무새나 구관조처럼 사람 목소리나 그 외 개 짖는 소리, 심지어 기계음까지 여러가지 다양한 소리들을 따라할 수도 있다. 소리를 따라하는 것에 익숙한 개체는 거의 녹음한 것마냥 디테일하게도 따라할 수 있다. 성대모사 쪽으론 앵무새가 가장 유명하지만 까마귀가 말을 따라할 수 있다는 건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앵무새도 그렇듯 약간의 반복훈련을 시키면 사람과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또렷한 발음까지 가능하다.
다른 동물과 상부상조를 하기도 한다. 물론 인간도 포함되며 사냥감 혹은 시체가 있는 쪽으로 안내하고서 사냥이 끝나면 남은 것을 주워먹기도 한다. 까마귀의 부리로는 동물의 가죽을 찢기 힘들기에 맹수나 맹금류를 호출하는 것이다. 먹이의 크기가 크면 맹수와 까마귀 모두 먹이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외에도 종에 따라 동물의 몸에서 진드기를 잡아먹어주거나 보초를 서 주기도 한다.
'새 중에서도 자식이 부모를 먹여 살리는 건 까마귀뿐이다'(반포지효)하여, 과거에는 '효'(孝)의 대표적 상징이기도 했다. 실제 까마귀들이 무리에서 경험 많은 연장자를 우대해 주지만, 사실은 털이 부풀어 어미보다 커 보이는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는 모습을 착각한 것이다. 다만 일부 까마귀 종의 경우 성체가 된 새끼새들이 부모의 영역에 남아 다음 번식을 돕는 경우도 있어, 넓게 보면 효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
잡식성이지만 무리지어 다니는 번식기에는 단백질이 많이 필요해 왕성한 육식을 하기에 영화 등에서는 까마귀가 떼를 지어 시체를 뜯어먹는 모습으로 많이 그려진다. 제주도에는 까마귀 수백 마리가 무리 짓는 걸 볼 수가 있었는데 까치의 등장으로 한라산으로 쫓겨났다.
반짝이는 물건을 집어가는 습성이 있어서 둥지 안에 반짝이는 것들을 잔뜩 모아두곤 한다. 골프장에서 골프공을 물어가기도 하고, 본의 아니게 보석을 훔쳐갈 때도 있다. 이러한 행동은 호기심이 많은 어린 까마귀들에게서 더 흔하다. 나이가 많은 까마귀들은 이물반응(Neophobia)이 심하다.
울음소리는 보통 '까악까악'이라고 묘사되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선명한 '까악까악'보단 약간 쉰 듯한 목소리로 '까악까악'과 '(짜내는 듯한)아악아악'이 섞인 듯한 소리로 운다. 소리가 맑지 못하여 까마귀 울음소리를 실제로 듣고 충격받는 사람들도 종종 있는 듯하다. 만일 까마귀의 울음소리 때문에 일상생활의 번거로움을 느낀다면 부엉이나 올빼미의 울음소리를 까마귀한테 들려주자. 대체적으로 새들은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속하는 맹금류, 즉 수리부엉이 같은 천적을 피하는 습성이 있다. 물론 가짜인거 들통나면 소용없다.
머리가 좋은 만큼, 은혜를 입으면 그걸 잊지 않는다. 해외에서 다친 까마귀를 치료하니까 그 사람에게 날아와 애교를 부린다든지 아끼는 반짝이나 잡동사니를 선물한다든지 그 사람이 길을 가다가 소리지르면 근처 사람들이 공격하는줄 알고 다른 사람을 공격하며 그 사람을 보호하듯이 감싼 사례도 있다.
동료가 죽었을 때 모여서 죽은 동료를 둘러 싸고 우는 습성이 있는데 이를 '까마귀 장례식'이라 하며 까마귀들이 동료를 애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연구들은 이같은 행동이 동료들이 죽은 사인을 밝혀내 위험요소를 회피하고자 하는 행동이었다는 것으로 주장한다. 물론 까마귀가 동료의 죽음에 슬픔 등의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동료가 죽으면 이틀동안 금식하는 모습도 보여 위의 내용과 함께 3일장을 치르지 않냐는 설도 있었으나 연구진은 아마 까마귀들 생각에 죽은 동료가 무언가를 잘못 먹고 죽었을 수도 있으니 같은 것을 먹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금식하는 것이 아닐까 추정한다. 사실 이는 인간의 장례풍습 중 금식의 기원으로 추정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전 북반구에 걸쳐 서식하는 큰까마귀 같은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종도 있는데, 이들은 날개를 펼치면 1m가 넘어 맹금류로 보이기도 한다. 특히나 추운 지역에 서식하는 큰까마귀는 준대형 맹금류와도 크기가 엇비슷해 독수리 같은 대형 맹금류에게도 위협적인 존재이며, 집단으로 다니는 탓에 맹금류들도 웬만하면 안 건드린다.
집단 행동
까마귀는 높은 사회성과 협동성을 가진 조류로, 까치와 더불어 국내 유명 철새 도래지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다. 상대는 무려 맹금류들. 까마귀보다 작은 황조롱이는 말할 것도 없고, 말똥가리나 솔개 등의 중형급 맹금류들도 공격하고 심지어 3~4마리가 모여서 독수리나 흰꼬리수리 등의 대형 수리류도 쫓아낸다.
이런 행동을 조류의 mobbing이라고 하는데, 특히 까마귀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집단 방어 행동이다. 위협적이라고 판단되는 대상이 나타나면 무리를 모아 가까이에서 부리를 들이대거나 눈앞을 수차례 스쳐 지나가는 등 위협을 가한다. 그래도 물러나지 않고 버티면 집단 공격을 가한다. 제아무리 강력한 포식자일지라도 집단 공격 앞에서는 장사가 없기 때문에 맹금류 입장에서도 계속 버티거나, 역으로 까마귀를 공격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이렇게 들이는 힘에 비해서 사냥 효율도 영 안 나오거니와, 집단 공격을 당할 위험까지 있는 까마귀를 상대하느니, 차라리 다른 사냥감을 찾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기도 하다. 까치의 라이벌이자 적이기도 한데 드물게 까치를 이기기도 한다. 까치하고는 상당히 안 좋지만 그럼에도 맹금류에 속하는 새들을 공격할 때는 협력하기도 한다.
이런 조직적인 행동 때문에 대형 맹금류조차도 까마귀와 직접 싸우거나 사냥하기는 힘들지만, 위협해 쫓아내는 것은 가능하다. 까마귀를 쫓아내기 위해,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매를 이용하는 방법도 연구되었다. 영상에 따르면 까마귀를 직접 사냥하는 것은 어렵고, 쫓아내는 것에만 집중한다고 하며, 이마저도 수적으로 불리해 매가 역으로 공격당하거나 쫓기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첫 시도에서의 효과는 미미했지만, 까마귀 무리의 움직임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등, 실현 가능성은 보였다.
까마귀 고기
불결한 이미지와는 달리 의외로 세계 각지에서 까마귀를 식용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대표적으로 리투아니아에선 옛날에 별미로 즐겨먹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소련 시절, 러시아인들은 리투아니아가 지지리 못 살아서 잡아먹었다고 폄훼했지만, 옛 기록을 보면 귀족들이 소고기와 양고기를 곁들어 먹어도 맛있다는 기록도 있으므로 배고파서 잡아먹은 게 아니다. 지금은 소수만이 사냥하며, 훈제시켜 먹기도 하고 통구이로 구워 먹기도 하는데, 이들을 두고 리투아니아에서도 못 먹을 거 먹는다는 투로 본다고도 한다.
하지만 한국사람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았는지 관련 기록들을 보면 하나같이 '시고 떫고 노린내가 역하다'는 평가가 많으며, 게다가 상당히 질겨서 편히 먹을 음식이 아니라는 듯하다. 고기 양도 적어서 1명이 먹으려면 2마리는 있어야 한다는데, 가슴살만 요리에 쓰는 걸 보면 다리나 날개는 영 먹을 게 없는 것 같다.
영어권에선 'eat crow'라는 숙어가 있지만 뜻은 다르다. '하기 싫은 일이나 사과를 억지로 하다.'(울며 겨자먹기)라는 뜻이다. 아무래도 별식이다 보니 까마귀 고기 먹기를 역겨워하던 데에서 이런 표현이 생겨났다.
한국도 까마귀, 갈까마귀, 떼까마귀, 큰부리까마귀 4종은 수렵동물로 지정되어 수렵장 안에서 수렵할 수 있다. 1990년대에 몸에 좋다, 머리가 좋아진다는 속설 덕분에 아주 잠깐 유행했던 때도 있었다. 물론 낭설이고 함부로 막 죽여도 되는 동물은 아니다. 게다가 21세기 들어선 지능이 높은 고등생물이라는 인식이 강해져서 더더욱 죽이거나 해코지하는걸 꺼리는 젊은 층들이 많다.[3]
민속
한국에서는 까마귀가 예언을 한다고 믿고 있는데, 《삼국유사》의 사금갑조(射琴匣條)에 이르기를, 488년(신라 소지왕 10)에 까마귀가 왕을 인도하여 궁주(宮主)와 내전에서 향을 사르는 중이 간통하고 있는 것을 찾아내 처단하였다. 이로부터 '까마귀날'과 '까마귀밥'의 관습이 생겼으며 정월 대보름 행사는 까마귀가 궁중의 변괴를 예고한 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또 삼족오(三足烏;세 발 달린 까마귀)라고 해서 태양의 정기가 뭉쳐서 생긴 신비한 새로도 알려졌다. 연오랑세오녀설화(延烏郞細烏女說話)도 태양신화라 할 수 있는데, 주인공 이름에 까마귀 오(烏)자가 들어 있다. 제주도 신화 '차사본풀이'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인간의 수명을 적은 적패지(赤牌旨)를 강림이 까마귀를 시켜 인간 세계에 전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마을에 이르러 이것을 잃어버린 까마귀가 자기 멋대로 외쳐댔기 때문에 어른과 아이, 부모와 자식의 죽는 순서가 뒤바뀌어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죽어갔다. 이때부터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검은 까마귀는 불길한 새로 여기지만, 붉은색이나 금색으로 그린 까마귀는 태양과 효도를 뜻한다.
한해의 운세를 보는 데 까마귀를 사용한 예도 있다. 아랍인은 까마귀를 '예언의 아버지'라 부르며 오른쪽으로 나는 것을 길조(吉鳥), 왼쪽으로 나는 것을 흉조(凶鳥)로 믿었다. 유럽에서도 까마귀는 일반적으로 불길한 새로 여겨지고 있으나, 북유럽 신화에서는 최고신 오딘의 상징으로 지혜와 기억을 상징한다. 반면에 그리스도교에서는 사람으로 하여금 죄를 저지르게 하는 악마의 새이다. 북태평양 지역에서는 까마귀가 신화적 존재로 여겨졌다. 시베리아의 투크치족, 코랴크족과 북아메리카의 북서 태평양 연안 아메리카인디언들 사이에서는, 까마귀는 창세신(創世神)이 변한 모습이라 하여 창세신화의 주역으로 삼는다.[4]
동영상
각주
참고자료
- 〈까마귀〉, 《위키백과》
- 〈까마귀〉, 《나무위키》
- 〈까마귀(두산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 〈까마귀(한국민족문화대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같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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