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눈
자국눈은 겨우 발자국이 날 만큼 적게 내린 눈을 말한다.
자국눈과 길눈
가늘게 내리는 비를 가랑비라고 하는 것처럼 조금씩 잘게 내리는 눈은 가랑눈이라고 하는데, 가루처럼 내린다고 해서 가루눈이라고도 한다. 반대로 굵고 탐스럽게 내리는 눈을 가리키는 말은 함박눈이고, 갑자기 많이 내리는 폭설(暴雪)은 소나기눈이라고 한다. 빗방울이 내리다가 갑자기 찬바람을 만나 얼어서 떨어지는 싸라기 같은 눈은 싸라기눈, 줄여서 싸락눈이고, 누리는 싸락눈보다 크고 단단한 덩이로 내리는 눈, 즉 우박(雨雹)을 뜻하는 말이다. 발처럼 줄을 이어 죽죽 내리는 눈은 눈발, 바람에 날려 세차게 몰아치는 눈은 눈보라, 쌓인 눈이 말의 갈기처럼 흩날리는 눈보라는 눈갈기라고 한다. 눈안개는 눈발이 자욱하여 사방이 안개가 낀 것처럼 희부옇게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마른눈은 비가 섞이지 않고 내리는 눈이고, 비와 섞여서 오는 눈은 진눈이나 진눈깨비라고 한다.
진눈깨비 얘기가 나온 김에 우리말 가운데 '-깨비'가 붙어서 된 낱말들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도깨비, 그 다음이 허깨비다. 도깨비에 대해서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허깨비는 기가 허해 착각이 일어나 없는데 있는 것처럼 보이는 물체로, 쉽게 말하면 헛것이다. 생각한 것보다 아주 가벼운 물건도 허깨비라고 한다. 도깨비의 사촌쯤 되는 목두깨비는 이름이 무엇인지 알려지지 않은 무명씨(無名氏) 귀신으로 목두기로도 불린다. 진득찰도깨비는 한번 달라붙으면 검질기게 잘 떨어지지 않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인데, 북한에서는 그런 사람을 안타깨비라고 한다. 안타깨비는 또한 성미나 하는 행동이 안타깝도록 시원스럽지 못하게 꼬물거리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원래 안타깨비는 명주실의 토막을 이어서 짠 굵고 질 낮은 명주를 가리키는 말이다. 나무를 깎거나 다듬을 때에 생기는 잔 조각을 지저깨비라고 하는 것을 보면 '-깨비'에는 토막이나 조각이라는 뜻이 들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깨비'가 붙은 말로는 이밖에도 방아깨비, 딱따깨비 같은 곤충 이름들이 있다. 방아깨비는 뒷다리를 잡으면 방아를 찧듯 몸을 놀린다고 해서, 딱따깨비는 날 때 딱딱딱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시 눈 얘기로 돌아가면 자국눈은 겨우 발자국이 날 정도로 적게 내린 눈, 살눈은 살짝 얇게 내린 눈을 가리킨다. 한 자 또는 한 길이 되게 많이 쌓인 눈은 잣눈이나 길눈이라고 한다. 한 길이란 사람의 키 정도 되는 높이나 길이, 깊이를 나타낸다. 밤에 내리는 눈은 밤눈인데, 밤에 모르는 사이에 내린 눈, 아침에 일어나 "아 눈이 왔구나" 탄성을 터뜨리게 되는 눈은 '몰래'라는 의미를 강조해 도둑눈이라고 한다.
눈이 와서 쌓인 채 아무도 지나가거나 밟지 않아서 그대로인 눈은 숫눈이라고 하고, 숫눈이 쌓인 길은 숫눈길이라고 하는데, 숫처녀라는 말을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숫-'은 다른 것이 섞이거나 더럽혀지지 않아서 본디 생긴 대로라는 뜻을 나타내는 앞가지다. 쌓인 눈이 속으로 녹는 것은 움직씨로 '석는다' 또는 '눈석임한다'고 한다. 눈석임물은 눈이 녹아서 된 물, 눈석잇길은 눈석임물 때문에 질척질척해진 길을 가리킨다. 눈꽃은 나뭇가지에 내려앉아 꽃이 핀 것처럼 보이는 눈이고, 서리가 나무나 풀에 내려 눈같이 된 것은 상고대라고 한다. 서리꽃은 유리창 따위에 서린 수증기가 얼어붙어 생긴 꽃 같은 무늬를 가리킨다. 그러면 서리꽃과 성에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겨울에 유리나 굴뚝에 수증기가 허옇게 얼어붙은 것을 성에라고 하는 것이니까, 성에 가운데 아름다운 무늬를 이룬 것을 서리꽃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그러니 같은 값이면 '성에가 끼었네' 하는 것보다 '서리꽃이 피었네'라고 말하는 것이 듣기에도 좋을 것 같다.
서리에는 무서리와 된서리가 있다. 무서리는 늦가을에 처음 내리는 묽은 서리, 된서리는 늦가을에 아주 되게 내리는 서리를 가리키는데, '된서리를 맞았다'는 말은 모진 재앙을 당해 풀이 꺾였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서리나 눈이 재앙이나 불행을 뜻하는 예로 '눈 위에 서리 친다'는 우리 속담도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 불행이 엎친 데 덮쳐 일어난다는 뜻인데, 같은 뜻으로 '기침에 재채기' '하품에 딸꾹질' 같은 재미있는 속담들이 있다.[1]
눈
눈은 구름 속의 수분이 얼어붙은 상태로 내리는 것을 말한다. 대한민국은 주로 겨울철에 눈이 내린다. 수도권은 일반적으로 1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는 눈이 온다. 4월에도 2016년을 제외하면 전국 어딘가에 한 번쯤은 눈이 내리는 편이다. 특히 강원도 산지 쪽에는 적설이 쌓이기도 하며 2020년에는 서울에서 4월 22일에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늦은 눈이 내렸다. 이후 2021년 5월 2일, 강원 산지쪽에는 5월에 봄 폭설이 내렸다. 대관령은 1.6cm, 홍천 구룡령은 18.5cm, 그리고 설악산 고지대는 무려 20cm를 넘겨버렸다.
종전 기록은 1911년 4월 19일. 이때는 적설될 정도였다. 강원도는 심하면 5월 초까지 오기도 한다. 이상 저온이 아닌 이상 서울은 5월부터 반팔을 입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이미 4월 하순부터 반팔을 많이 입고, 어린이날 이후에는 여름이나 다름없는 대구는 말할 것도 없다. 또한, 2010년 4월 28일에 전국 여러 곳에서 눈이 내렸다.
그래서 대관령은 이르면 10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눈이 내리기도 한다. 그래서 전방으로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군대에서 통념상 겨울이 아닌 특정 날짜에 눈이 오는 것을 두고) 화이트 식목일, 어린이날, 개천절, 할로윈, 추석 등으로 빗대기도 한다. 특이하게 부산은 눈이 잘 안 내리지만 2, 3월 늦겨울에 자주 온다. 부울경은 눈과는 거리가 먼 지역이라 겨울에 다른 지역에 다 눈내려도 이 지역만큼은 비가 오기는 하지만 눈은 거의 오지 않는다. 이렇게 눈이 잘 내리지 않는 지역인 부산과 창원에서 2023년 11월 18일에 첫 눈이 내린 것이 관측된 것을 포함해 부울경 곳곳에서 첫눈이 내렸고; 이는 두 지역에서 평년보다 각각 35일, 39일 빠른 첫 눈이었으며, 심지어 이 두 지역의 관측소에서는 역사상 최초로 11월 중순에 적설량이 관측되었다.
어형
'눈'은 장음으로 /눈ː/이라고 길게 발음한다. 신체의 일부인 '눈'은 단음이다. 단, 긴 모음과 짧은 모음을 구분하는 발음체계를 가진 사람들도 첫 음절 이하에는 긴 모음이 소실돼 짧은 모음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현재 표준어 규정에서는 긴 모음은 첫 음절에서만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합성어에 '눈'이 두 번째 음절 이하에 들어간 경우, '눈' 부분을 /눈ː/이라고 읽지 못하고 짧게 /눈/으로만 발음하는 게 원칙이다. 예컨대 '첫눈'은 처음 내리는 snow라는 뜻으로 사용할 때(예: 첫눈이 내리다)와 첫 인상이라는 뜻(예: 첫눈에 반하다)으로 사용할 때가 나뉘는데, 표준어 규정상 둘의 발음은 둘 다 그냥 /천눈/이다.
눈을 크게 뭉쳐서 사람 형태로 만든 것을 눈사람, 눈을 이용해 던지고 피하는 놀이가 눈싸움이라 한다.
다음은 눈에 관련된 우리말 단어들이다. 국어사전에 공식적으로 등재된 단어를 중심으로 서술한다.
- 가랑눈: 조금씩 잘게 내리는 눈. 한자어로는 세설(細雪).
- 가루눈: 가루 모양으로 내리는 눈. 기온이 낮고 수증기가 적을 때 내린다.
- 길눈: 한 길이 될 만큼 많이 쌓인 눈. 한 길이 2.4m 정도이니 폭설을 의미한다.
- 눈갈기: 말갈기처럼 흩날리는 눈보라.
- 눈꽃: 나뭇가지 따위에 꽃이 핀 것처럼 얹힌 눈.
- 눈바람: 눈과 함께, 또는 눈 위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 눈보라: 바람에 휘몰아쳐 날리는 눈. 눈바람과 유사한 단어이지만, 눈바람은 '바람'에 초점을 맞춘 반면 눈보라는 '눈'에 초점을 맞춘 단어다.
- 눈석임: 쌓인 눈이 속으로 녹아 스러짐. 이렇게 녹아서 흐르는 물은 눈석임물이라고 한다.
- 눈송이: 굵게 엉기어 꽃송이처럼 내리는 눈.
- 도둑눈: 밤사이에 사람들이 모르게 내린 눈. 동의어로 도적눈이 있다.
- 떡눈: 물기가 있어서 척척 붙는 눈송이.
- 마른눈: 비가 섞이지 않고 내리는 눈.
- 발등눈: 발등까지 빠질 정도로 비교적 많이 내린 눈.
- 복눈: 복을 가져다주는 눈이라는 뜻으로, 겨울에 많이 내리는 눈을 이르는 말.
- 봄눈: 봄철에 오는 눈.
- 소나기눈: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가 곧 그치는 눈.
- 숫눈: 눈이 와서 쌓인 상태 그대로의 깨끗한 눈.
- 싸라기눈: 빗방울이 갑자기 찬 바람을 만나 얼어 떨어지는 쌀알 같은 눈을 말한다. 준말은 싸락눈. 참고로 '눈싸라기'는 싸라기눈의 잘못이며 비표준어다.
- 자국눈: 겨우 발자국이 날 만큼 적게 내린 눈.
- 잣눈: 많이 내려 아주 높이 쌓인 눈을 의미한다. 한자어로는 척설(尺雪).
- 진눈깨비: 비가 섞여 내리는 눈.
- 첫눈: 그해 겨울에 처음으로 내리는 눈.
- 포슬눈: 가늘고 성기게 내리는 눈.
- 풋눈: 초겨울에 들어서 조금 내린 눈.
- 함박눈: 굵고 탐스럽게 내리는 눈.
강설량
대한민국은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울릉군을 제외하면 영동에 많이 내린다. 영남은 눈이 잘 안 오기로 유명한데, 이 때문에 부산, 울산 같은 영남권 대도시들은 다른 곳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1~2cm의 적설량도 도로가 마비될 정도로 아주 난리가 난다. 부산의 도로가 그렇게 좋지는 않은 편이기도 하고 평소에 눈이 거의 오질 않다 보니 제설과 관련해 시민들도 크게 신경을 안 쓰고 해당 관청에서도 다른 곳으로 예산을 돌리기 때문이다. 부산만 봐도 눈이 도심지역에 1일 이상 유지된 적은 2011년이 마지막이다. 당연히 부산에도 거의 매년 눈은 내린다. 다만 내리고 나서 유지되는 시간이 평균 10-20분으로 짧을 뿐이다.
서해안 지역에서는 찬 대륙고기압인 북서풍의 힘이 강할 때 서해상의 수증기를 머금고 눈이 내릴 때가 많다. 저기압의 영향을 받을 때도 눈이 올 수는 있지만 이 때는 날이 따뜻한 편이라 주로 비가 올 때가 많다. 이러한 현상을 해기차라 한다. 울릉도나 강원특별자치도 영동지방에 비하면 약한 편이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때때로 대설특보가 내려지기도 한다. 주로 옹진군, 안산시, 화성시, 평택시부터 충청북도, 충청남도, 광주광역시, 전북특별자치도, 전라남도에 내리며 제주특별자치도까지 내리기도 한다. 경기북부 서해안, 서울, 경기남부, 인천 본토, 경상도 서부지역도 해기차로 눈이 내릴 때도 있다. 주로 산간지역 위주로 잘 내린다. 특히 태안반도부터 목포까지의 서해안 및 노령산맥 부근, 소백산맥 서사면 쪽이 대표적인 다설지이다.
대한민국 지역 중에선 동해안이 세계 기준으로도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다. 강원도도 많지만 2000년~2009년 울릉도의 연평균 적설량은 1.5m에 달한다. 하지만 호남지방과 동시에 폭설이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고, 호남 폭설이 절정을 달하는 12월~1월을 피해 2~3월에 주로 폭설이 내린다. 북한은 주로 개마고원 등 함경남도, 함경북도, 량강도, 자강도와 강원도 지역에 눈이 오고 평안도와 황해도 지역에는 비교적 잘 안 온다.
눈이 잘 오지 않는 겨울도 있는데, 2015년 12월과 2016~2017년 겨울은 이상고온으로 인해 눈이 거의 안 왔으며, 2018~2019년은 서울 1월 강수량, 적설량 0을 기록할 정도로 메마른 겨울이었다. 2019~2020년에는 2월 16일경 겨울 끝물에 급작스럽게 찾아온 눈 이외에는 눈을 사실상 볼 수 없었다. 2019년 겨울은 전국구로 부산 날씨에 준해서 눈이 역대급으로 많이 오지 않은 한 해였다. 그 반면 2020~2021년 겨울은 비교적 눈이 상당히 내렸지만, 2021~2022년 겨울은 강수량은 적지만 눈 자체는 그래도 어느 정도 내리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2022~2023년 겨울은 12월 동안 매우 추운데다가 서부권을 중심으로 폭설이 강하게 내렸다.[2]
동영상
각주
참고자료
같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