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브트레인
튜브트레인(tube train)은 진공 혹은 아(亞)진공 상태의 튜브 속을 달리는 자기부상열차이다. 공기에 의한 마찰이 없어져 에너지 손실이 적으므로 고속을 달성하기 쉬워진다. 튜브트레인은 한마디로 지하철의 고속화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튜브(tube)를 지상에 고가로 건설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논의되고 있는 건 거의 지하에 건설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튜브트레인은 시속 700km/h를 초기 목표로 삼고, 상상하고 있는 건 마하 3에 해당하는 속력인 시속 3,000km 이상을 보고 있는 꿈의 운송수단이다. 열차의 수송력을 생각해 보면 항공기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만하다.
일반 바퀴식 열차도 진공 터널 속을 달리면 700km/h 이상의 속력을 내긴 낼 수 있지만, 자기부상열차가 논의되고 있는 이유는 이 정도의 고속주행에서 바퀴의 마찰손실 및 소음, 진동, 불안정성 등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 자기부상열차는 물리적인 접촉이 없기 때문에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2013년 기준, 테슬라의 창업주 일론 머스크가 구상하는 하이퍼루프가 이 튜브트레인의 아이디어에 가장 근접해있다. 보통 지하에 건설하는 걸 논의하는 것과 달리 그의 하이퍼루프는 지상에 고가로 건설되며 전력 문제는 튜브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을 사용해 충당한다. 1량짜리 열차를 사용하고 따로 기관사가 없이 자동운전된다. 현재 공개된 컨셉아트 등을 보면 완전한 진공 튜브를 사용하는 건 아니고 단지 기압이 낮은 관을 사용하며[3] 기존 자기부상열차처럼 열차가 레일 위를 추진하는 게 아니라 튜브가 열차를 추진시킨다. 지붕에 덮는 태양광 패널은 튜브 내 기압을 낮추기 위한 진공펌프를 돌리고 튜브 내의 차량을 가속시키는 데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0월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2개 회사에서 캘리포니아 지역에 시험주행 시설을 건설하려는 계획이 있다고 한다.
주의사항
현재 튜브트레인은 아이디어 단계이지 이를 현실화 할 제대로 된 계획도, 예상되는 문제점을 보완할 기술적 완성도를 갖춘 시범선도 운행되지 않는다. 자기부상열차의 경우처럼 아이디어는 오래 되었지만 현실화가 늦는 계획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통일되지도 않고 체계적인 분류를 거치지도 않는 다양한 개인 의견이 본 문서에 혼재한다. 본 문서는 MPOV문서에 가깝다.
장점
열차는 수송력이 다른 지상, 항공 운송수단에 비해 매우 좋다. KTX 한편성도 950명가량을 한 번에 수송한다. 현존 항공기 중 가장 크다는 A380도 800명 이상은 힘든데 고속열차는 이보다 더 많은 승객을 실어나를 수 있다. 게다가 국내의 KTX를 보면 알듯이 맘만 먹으면 배차간격을 30분이나 그 이하로 촘촘하게 할 수 있다. 항공기로는 운항 스케줄을 상황에 맞춰 임의로 변경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비행기는 기본적으로 포인트 투 포인트. 즉 출발지와 도착지 중간에 중간 기착지가 없다. 중간 기착 항공기라도 일단 한 번 내렸으면 승객들이 모두 하기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열차는 그냥 계속 자리에 앉아있어도 상관없다. 항공기는 일단 한 번 내릴 때마다 최소한 주유는 해야 하므로 다시 뜰 때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지만 열차는 정차 시간이 1분 내외이다. 즉 중간 기착지로 인한 표정속도 감소가 항공기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얘기. 거기에 튜브트레인은 표정속도 자체도 항공기와 맞먹거나 오히려 더 높은 지경이니 상용화만 된다면 가장 빠른 속도의 국제 여객운송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진공이나 아진공에서 달리기 때문에 일반 고속철도를 달릴 때 외부로 나는 소음이 거의 없어서 소음공해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운 편이다. 물론 내부의 소음은 어찌할 수 없겠지만, 통상적으로 철도의 소음이 외부의 소음과 내부의 소음이 같이 섞여 들리는 경우가 많은 만큼(공기저항에 따른 소음도 무시할 수 없다), 자기부상열차+(아)진공인 튜브트레인은 (소리를 전달할 매질인 공기가 희박하므로) 소음이 많이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단점
문제는 초기 인프라 구축비용이 심각하게 비싸다는 것. 일개 국가 단위 프로젝트로는 어림도 없고 최소 대륙별로 연합해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 어차피 이런 물건은 장거리 여객운송 수요를 바라보고 짓는 것이므로 국제선이라는 전제가 따라붙을 경우가 많을 텐데, 여러 국가의 합의 및 공동투자를 이끌어내는 것도 어렵고 이 기술이 검증된 게 아니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즉 지르려면 크게 질러야 의미가 있는데 검증이 안 된 물건이라 실패하면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
그리고 튜브를 유지하는 비용 문제로 운임이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다. 공항보다 압도적으로 큰 인프라 유지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고나면 해당 활주로 정도만 폐쇄되는 항공기와 달리 열차는 사고나면 해당 노선 전체가 올스톱한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기술적 난점
가장 큰 난점은 바로 튜브의 진공 상태를 유지할 밀폐기술 및 진공펌프 기술이다. 자기부상열차 자체는 이미 실용화단계에 와있으므로 큰 문제가 아니다. 진공 실링은 언제든 깨질 수 있으므로 각 폐색 구간별로 차단막 같은 걸 만들어둘 필요가 있는데 열차의 운행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이런 걸 장치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또 700km 이상 고속으로 달리므로 기존 고속열차에서 사용하는 가공전차선 집전방식을 사용하기 어렵고 일종의 무선 송전 방식을 취해야 한다. 열차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 기술로는 원자력이라도 도입하지 않는 한 그게 불가능하므로 무선 송전 기술도 연구가 필요하다. 무선 송전이래봐야 송전거리가 30cm 내외이니 현재 기술로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긴 하지만 문제는 그 기술로 구현된 전력량이 아직 와트 단위도 힘들다는 것이다. 최소 수백 킬로와트 이상을 무선으로 송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터널이 진공이라 하더라도 완벽한 진공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기 때문에 터널 내 발생하는 충격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터널 자체는 완전히 폐쇄 루프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터널 입구나 출구에서 발생하는 충격파 문제는 없다고 하더라도 일단 마하 1을 넘어가는 속도로 달리는 열차이니 소닉붐 같은 게 터널에 손상을 가할 수 있다.
그리고 승객들은 숨을 쉬어야 하니까 열차 내 이산화탄소 정화시설 및 산소공급장치 등의 설치가 필요하다. 역사와 튜브 사이를 연결하는 부분도 신경써야 한다. 여압장치를 이용하여 외부로부터 산소를 공급받는 항공기와는 달리 튜브트레인은 산소를 자체적으로 발생 가능해야 한다. 산소 공급 문제는 굳이 전기분해 장치를 도입할 필요 없이 중간중간 역에 정차할 때마다 압축공기를 공급받거나 해서 극복할 수 있으나 1분 내외의 짧은 정차 시간 사이에 그걸 해 내야 하므로 이것도 나름 난제이다. 일반열차는 그냥 열차 문 열고 타고 내리면 끝이지만, 진공터널인 역에 정차하려면 열차 앞뒤 양쪽 에어록(air lock)을 막는다 - 공기를 넣는다 - 문을 열고 승하차한다 - 문은 닫는다 - 공기를 뺀다- 에어록을 연다- 발차(또는 열차 앞쪽 에어록 도어를 연다 - 발차 후 뒤쪽을 연다) 라는 귀찮고, 소음을 동반하며,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열차가 들어가는 터널 안이라는 큰 체적에 공기를 넣었다 빼는 시간을 더하면, 일반열차와 같은 짧은 시간 안에는 물리적으로 할 수가 없다. 물론 "무인 화물 전용 열차"로 만든다면 이건 고민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참고자료
- 〈튜브트레인〉, 《나무위키》
- 〈(과학세상)시속 800㎞… 꿈의 ‘튜브 트레인’〉, 《동아사이언스》
- 조행만 객원기자, 〈초고속 튜브 트레인 가능할까 - 공기저항에 의한 충격파 해결이 관건〉, 《사이언스타임즈》, 2013-08-26
같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