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처마(檐牙, Eaves)는 지붕의 밑 부분으로 서까래가 기둥 밖으로 나온 부분을 통칭하는 건축용어이다.[1]
개요[편집]
처마는 비나 눈을 막는 기능과, 햇빛이 들어오는 양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진다. '처마 아래'라는 뜻의 첨하(檐下)가 그 어원이다. 궁궐이나 사찰에는 단청을 색칠해둔 경우가 있다.[2]
첨하(檐下)라고도 부른다. 처마라는 말은 첨아(檐牙)가 연음화되어 한국말로 굳어진 것이다.
서까래가 기둥 밖으로 빠져나간 부분을 통상 처마라고 하지만 넓은 의미로 보면 지붕이 도리 밖으로 내민 부분을 일반적으로 처마라고 부른다.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처마가 발달하였는데 전통 한옥만 보아도 처마가 길고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처마 기둥이 받쳐주는 기와집은 멋이 있으며 처마와 기둥을 이어 주는 곳은 공포(栱包/貢包)라고 하는데 공포의 층계가 높을수록 처마가 더 길게 나올 수 있다. 보통 처마는 나무로 만든 집에 자주 쓰이는데 처마가 나무를 보호하기 때문이다. 수백 년 된 목조 고택들이 아직도 쓰러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것은 처마의 역할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처마는 건축에 관한 선조들의 삶의 지혜가 들어가 있기도 하다. 한국은 보통 남향으로 집을 짓는데, 계절에 따라 해의 고도가 다른 것을 이용해 처마의 일조량 조절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온도가 낮은 겨울에는 처마가 햇볕을 잘 받아들일 수 있기에 집을 따뜻하게 하며 온도가 높은 여름에는 햇볕을 덜 받게 하여 집을 시원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기술 문제로 서까래만 가지고는 처마를 많이 빼는 것이 한계가 있어서 서까래 끝에 짧은 서까래(부연)를 덧붙여 지붕이 버틸 수가 있게 했다.
이때, 부연(浮椽)이 붙은 처마는 겹처마, 붙지 않은 처마는 홑처마라고 부른다. 또한 날씨가 오락가락할 때 눈이 내리면 처마 끝에서 고드름이 열리기도 한다. 커지면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제거해 주어야 한다.[3]
구성요소[편집]
서까래[편집]
지붕과 처마의 기본 뼈대를 이루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주로 침엽수재를 사용한다. 주로 북미산 더글러스 퍼, 웨스턴 헴록, 뉴질랜드산 라디에타파인, 러시아산 낙엽송 등을 사용한다. 대부분 한옥에는 반듯한 서까래를 얹는 게 정석이지만 나무를 구하기 힘들고 어렵기 때문에 돈이 없는 집에서는 가끔씩 구불구불 휘어진 서까래를 사용하기도 한다.
선자연(扇子椽): 선자추녀에 부챗살같이 댄 서까래. 선자서까래라고도 불린다.
마족연(馬足椽): 말굽모양의 서까래이다. 말굽서까래라고도 불린다.
방연(方椽): 정사각형 또는 직사각형인 서까래이다. 모양이 사각형이라 네모서까래라고도 불린다.
부연(附椽)[편집]
서까래 끝에 붙어있는 작은 서까래이다. 처마를 확장 시키기 위해 처마를 올리는데 사용된다. 부연이 길수록 처마의 곡률이 올라간다. 부연이 있으면 겹처마라고도 한다. 서까래가 비에 젖어서 썩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부연은 처마를 깊이 빼는 이외에 장식적인 효과도 있어서 건물의 격을 높이고자 설치하기도 하였다.
평고대(平高臺)[편집]
추녀와 추녀 사이를 이으면서 서까래나 부연을 지탱해주는 역할을 한다. 재료는 단단한 것으로 쓴다. 위 사진과 같이 서까래 끝에 붙어 있으면서 원 모양으로 휘어진 것이 평고대이다. 참고로 겹처마는 추녀 위에 있는걸 초매기, 부연 위에 있는걸 이매기 라고 구분하여 부른다.
추녀(春舌)[편집]
추녀는 처마의 모서리 부분을 지탱해주는 긴 서까래이다. 참고로 강화도의 전등사에는 여성의 나신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전해지는 조형물이 추녀에 자리잡고 있다. 실제 형태는 원숭이 모양에 가깝다. 추녀밑에 받침추녀를 둘 때도 있다. 이는 알추녀라고 부른다.
사래(蛇羅)[편집]
사래는 다른 말로 사라라고 한다. 추녀 끝에 설치하여 겹처마를 이루게 하는 굵은 구조물이다. 홑처마인 경우에는 추녀 하나면 되지만 부연이 있는 겹처마인 경우는 부연 길이만한 짧은 추녀가 하나 더 걸리는 것으로 추녀와 모양이 같으며 길이는 짧고 추녀 위에 올라간다. 비와 이슬에 노출되어 부식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므로 토수(吐首) 등을 씌우거나 귀면와를 박아 방지해야 한다.
박공(牔栱)[편집]
박공은 지붕 물매의 모서리 사이의 벽을 이어주는 일반적으로 삼각형 부분이다. 처마에서 뾰족한 지붕 끝까지 뻗어 있다.[3]
처마의 종류[편집]
홑처마[편집]
홑처마는 겹처마에 대하여 서까래만으로 구성된 경우를 말하며, 덧서까래가 첨가되어 있으면 이를 겹처마라 한다. 홑처마의 서까래는 끝이 둥글고, 덧서까래는 끝이 네모진 것이 보통이다. 홑처마이면 지붕 끝이 서까래의 평고대(平高臺)에서 시작되고, 겹처마이면 부연 끝의 평고대에서 시작된다.
재래식지붕은 주심도리 또는 외출목도리 지붕물매대로 통나무서까래를 경사지게 내밀어 걸었고, 현대식 건축물에서는 각서까래(角椽)를 쓰는 것이 보통이다. 홑처마는 서까래 끝에 부연을 달지 않고 겹처마는 부연을 달고 있다. 부연을 달지 않는 처마서까래를 보통 들어새연이라고도 한다. 보통 민가에서는 처마내밀기(처마추리)를 90∼120㎝ 정도로 한다.
겹처마[편집]
홑처마의 서까래에 덧서까래가 첨가되어 있으면 이를 겹처마라 하는데, 이때의 서까래는 그 끝이 둥글고 덧서까래는 끝이 네모진 것이 보통이다.
겹처마의 구성에서는 먼저 서까래 끝에 각재(角材)로 평고대를 만들어 걸고 서까래 끝을 가지런하게 골라주는 구실과 지붕곡선을 꾸며주는 구실을 맡는다. 겹처마의 지붕 끝은 부연 끝의 평고대에서 시작한다.
기와를 잇는 지붕이면 암키와를 편안하게 앉히기 위하여 평고대 위에 연함(椽含)을 만들어 박는다. 겹처마에 있어서 부연의 내밀기(부연추리)는 처마서까래내밀기의 3분의 1 내지 5분의 2 정도로 한다.
박공처마[편집]
박공지붕의 건물에서 처마를 박공처마라 한다. 박공처마에는 박공 위에 모끼연(木只椽)을 걸고 그 위는 개판(蓋板)을 덮는다. 모끼연은 부연과 같이 각서까래로 하고 물매는 2㎝ 정도로 한다. 모끼연은 박공에 자리파기를 하여 턱솔을 넣고 통물림으로 하며, 뒤끝은 서까래 또는 그 위의 적심목, 모끼연받이재에 걸쳐 고정한다.
합각박공처마[편집]
합각지붕(팔각지붕)의 합각머리에 삼각형의 벽을 만들어 그 위를 덮은 지붕의 밑을 합각처마라 한다. 여기에도 모끼연을 걸거나 모끼연 없이 합각박공에 기와를 덮어 처리한다.
박공처마는 측면벽 바깥으로 서까래를 건 처마가 있고 끝에 박공이 달리며 그 바깥쪽에 모끼연이 달린다. 그러나 대개는 합각박공 바로 옆에 벽을 치거나 벽돌을 쌓아 막는다. 합각벽을 흙바름으로 할 때에는 바깥쪽에 널을 대어 보호한다. 이것을 풍판(風板)이라 한다.
귀처마[편집]
건물의 모서리 기둥 위에 추녀를 걸고 선자서까래 또는 말굽서까래를 건 부분을 귀처마라 한다. 귀처마에는 보통 추녀를 걸고 그 옆에 서까래를 거는데 이것을 귀서까래라 한다. 귀서까래는 다음과 같이 배치하는 법이 쓰인다.
① 선자서까래, ② 말굽서까래(馬蹄椽, 馬足椽), ③ 평행서까래(平行椽), ④ 방구막이. 그러나 평행서까래는 현대건축에 쓰일 뿐, 재래한식건축에서 귀서까래가 이와 같이 쓰인 예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선자연처마[편집]
건물의 모서리 기둥 위에 추녀를 왕지도리와 중도리에 걸고 부챗살모양의 방사형으로 배치한 귀서까래로 이루어진 처마를 선자연처마라 한다. 추녀와 선자서까래, 면서까래보다 내밀리는데 그 한도는 처마내밀기의 약 4분의 1 정도로 한다. 따라서, 선자서까래의 길이는 모두 달라진다. 그 배치 간격을 잡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표준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
말굽연처마[편집]
건물의 모서리 기둥 위에 추녀를 왕지도리와 중도리에 거는 방법은 선자추녀와 같다. 그러나 그 부분의 서까래는 추녀 뒤끝과 왕지도리와의 옆면의 교정을 연장하여 서까래를 방사형으로 배치한다. 그러면 귀서까래는 추녀면에 말굽형모양의 타원형으로 접하게 된다.
이것을 말굽서까래라 하고, 보통 선자서까래보다 건물의 격식이 낮은 여염집 등에 쓰인다. 이와 같이 추녀의 귀서까래를 말굽서까래로 건 처마를 말굽서까래처마라 한다.
평행서까래귀처마[편집]
추녀 옆의 귀서까래를 면서까래와 평행으로 건 것을 평행서까래귀처마(平行椽隅檐牙) 라 한다. 이것은 현대건축에 쓰이거나 간단한 초가에 쓰일 뿐 재래식 건축에는 별로 쓰이지 않는다.
회첨처마[편집]
건물의 평면이 ㄱ자로 꺾어진 곳을 회첨(會檐)이라 하고 그 양쪽 지붕이 만나는 곳을 회첨처마라 한다. 회첨골에는 회첨추녀를 걸 때도 있고 걸지 않고 서까래만으로 처리할 때도 있다. 추녀를 걸 때에는 춤이 낮은 것을 쓰고 서까래를 보통 나란히 배치한다.
골추녀를 쓰지 아니할 때에는 한쪽 지붕의 서까래 끝이 다른 쪽 지붕의 서까래 끝면과 서로 맞닿게 배치한다. 추녀 끝은 사변(斜邊)을 암키와 두 장이 깔릴 수 있는 너비(약 54∼66㎝)가 되도록 삼각판을 댄다. 이것을 고삽이라 하며 지붕골이 3골이 될 때에는 사변길이를 약 90㎝ 정도로 한다.
회첨골의 물매는 아주 느리게 되므로 비가 새기 쉽다. 따라서, 골처마를 낮게 하는 것이 좋다. 이는 중부지방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고 있으나 영남지방에서는 많이 쓰인다.[3]
지역별 처마 양식[편집]
처마는 고대의 중국에서 기원하여 동아시아 각국으로 퍼졌으며, 그 지역의 풍습이나 자연환경에 따라 형태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중국식 처마[편집]
중국은 지역이 넓고 환경과 민족이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처마는 기후, 지형, 시대별로 서로 차이가 있으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의 양을 조절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는 기능적인 면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의 처마를 예로 들면 일반적으로 기둥 중심선에서 처마까지 나오는 사이가 약 30도 정도인데 이를 통해 여름에는 남중 고도가 높아 햇볕을 차단할 수 있으며 겨울에는 남중고도를 낮춰 볕이 많이 들어오게 할 수 있다.
미학상의 차이점으로는 일반적으로 중국의 처마선은 끝의 곡선이 두드러지는 데 반해, 한국의 처마는 상대적으로 완만하다는 점이 있다. 그러나 이런 일반화는 사실 어려운 것이 시대적 지역적으로 처마의 형태가 다양하므로 사례에 따라서는 두 나라가 확연히 구별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시대적으로 고대로 갈수록 건축의 분화가 적어 비슷해지는 양상을 보여준다.
제주식 처마[편집]
제주도의 처마는 방문화 건축의 특성을 가졌고 이로 인해 좀 다른 처마 건축양식이 있다. 제주는 그만큼 남쪽이어서 처마를 더욱 깊게 만드는 것이 원칙이나, 목조건축의 구조상 무작정 깊게만 할 수는 없다. 더욱이 제주는 태풍의 영향을 많이 받아 바람도 세지만 비도 많다. 강한 바람을 이겨내기 위하여 지붕이 유선형에 가까워지면서 물매도 작게 잡는다. 자연 처마의 높이도 낮다. 만약에 처마를 길게 빼면 바람의 영향을 더 받게 된다. 그래서 처마를 짧게 한 대신 그 끝을 돌담으로 막아 버렸다. 다 막을 수 없으니 남쪽을 제외한 3면만 막고 남쪽 면에는 처마 끝에 풍채를 달아 필요에 따라 올렸다 내렸다 하게 하여 바람을 막거나, 햇볕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였다.
대만과 류큐도 제주식과 비슷하다. 동중국해 문화권으로 건축 시스템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일본식 처마[편집]
일본 처마는 직선적이며 길이가 긴 것이 특징이다. 특히 후대로 갈 수록 지붕의 경사가 급해지고 타 지역의 건물에 비해 지붕의 높이가 높고 면적이 넓기 때문에 수평적이며 긴 처마선이 건물의 인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는 일본의 기후가 중국, 한국과 달리 겨울에도 강수량이 많은 편이라서 처마의 곡선으로 일조량을 조절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빗물의 빠른 배수를 위해 지붕이 경사가 급하도록 높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또한 습도가 높아 건물 외부의 단청 등에서 복잡한 장식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그러나 한국이나 중국처럼 복잡한 단청을 가진 사례가 없지 않다.
류큐식 처마[편집]
류큐는 지금은 일본의 한 지방(지금의 일본 서남부의 오키나와 지방이다.)이지만 한때는 독립 국가였기에 독자적인 건축 양식인 지붕과 처마 양식이 발전하였다. 전체적으로 중국과 일본의 처마 장식의 절충된 형식이다.
베트남식 처마[편집]
베트남 지방은 지역 특성상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처마는 비를 막는 용도가 중요시되었다. 이 때문에 마름모형이면서 비를 효율적으로 배수하게 하는 구조로 발달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밋밋한 분위기이다. 또한 햇빛이 강하기 때문에 처마공간이 넓게 처리되여 있다.
태국식 처마[편집]
태국 건물 지붕은 전체적으로 지붕의 각도가 다른 부분이 분리된 오래된 구조를 유지한 채로 발전했고, 이에 맞추어 처마 역시 직선적이다. 지붕을 겹(복층)으로 중첩하는 쪽으로 발달했으며 이는 화려해보일 뿐 아니라 층과 층 사이에 공간을 두어서 더운 열기를 빼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망와(처마 중앙 모서리를 말한다.)에서 아래로 내려온 판넬의 박공형식이 있으며 나가나 가루다, 그리고 태국 불교의 전설에서 나오는 조각상들을 달기도 한다.[3]
비교[편집]
블라인드(Blind)[편집]
동양 문화권의 처마는 서양 문화권의 블라인드나 커튼 등과 비교 대상이 되기도 한다. 물론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전통식 건물보다는 아파트나 콘크리트 주택과 같은 현대식 건물에서 살기 때문에 처마가 점점 사라져 가는 추세이다. 블라인드와 처마 모두 햇빛을 가려주는 역할을 하지만 블라인드는 아예 모든 햇빛을 막으며 블라인드를 치면 한낮에도 불을 켜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처마는 비가 와도 문을 열어 놓을 수 있고 처마 하부 외벽의 건전성이 매우 길게 유지되며 처마 하부에 공간이 생기는 장점이 있다. 현대식 건물에는 비용상의 문제나 설치 등의 난점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으나 요즘에는 건물의 미적 효과를 위해 처마를 설치하는 집도 늘고 있다.
차양(遮陽)[편집]
처마는 기존 건축물의 일부분으로 처음 건축물 축조 시부터 시공된 부분이며, 반대로 차양은 나중에 비막이 또는 가림막 형태로 달아낸 것을 말한다. 건축 기능적으로 서로 용도가 다르면서 비슷한 부분이 많다.[3]
방언[편집]
경기 방언: 기구스럭, 초시매.
평안 방언: 넝기슭, 넝납새, 넹기새미.
함경 방언: 예영납새.
충청 방언: 종낭.
경상 방언: 지붕밑, 지붕쭐기, 집지석, 처미.
제주 방언: 집가지, 집지슬, 강냥.
강원 방언: 지스랑끝, 초수매.[3]
동영상[편집]
각주[편집]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