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엘니뇨(에스파냐어: el Niño)는 해양학·기후학에서 남아메리카 서해안을 따라 흐르는 페루 해류 속에 몇 년에 한 번 이상 난류가 흘러드는 현상을 말한다. 에콰도르에서 칠레에 이르는 지역의 농업과 어업에 피해를 주고, 태평양의 적도 지방과 때로는 아시아 및 북아메리카에도 광범위한 기상 이상 현상을 일으킨다.
개요
엘니뇨는 엘니뇨 남방진동의 따듯한 단계로, 남아메리카 태평양 해안 등 동태평양의 해수가 따듯해지는 현상이다. 즉, 남아메리카 페루 및 에콰도르의 서부 열대 해상에서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엘니뇨 남방진동은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따듯한 단계와 차가운 단계를 왕복하는 과정이다. 스페인어로 그대로 직역하면 '남자아이', '소년'을 뜻하며 더 나아가서는 '아기 예수'를 뜻한다. 흔히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하여 발생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이름이 주어졌다. 그런데,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선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엘니뇨가 발생할 시, 한류가 없어 페루 연안의 어획량이 증가해서 선물이라는 어원이 강하다. 그러나 거꾸로 어획량이 너무 급감해 사실상 배를 타고 나갈 의미가 없어, 어부로 하여금 크리스마스에 가족이랑 보낼 변명 거리를 아기 예수가 선물로 줬다는 게 어원이라는 설도 있다.
이와 반대되는 현상에는 여자아이라는 뜻을 가진 라니냐라고 부른다. 이것은 무역풍이 강해지는 기상현상이다. 두 현상을 통틀어 남방진동(Southern Oscillation) 혹은 ENSO(El Niño-Southern Oscillation)이라 한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시소가 움직이듯 지구의 에너지 균형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다. 즉 인류가 출현하기 전부터 쭉 있었던 현상이다. 다만 근래 들어서 지구온난화로 인해 그 진동의 폭이 커져서 이상기후를 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11~12월에 절정을 이루며, 엘니뇨가 일어나는 주기는 보통 3~6년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서태평양에는 고기압, 동태평양에는 저기압이 형성된다. 보통 엘니뇨는 4년 가량 지속되는데, 기록에 따르면 엘니뇨의 지속 기간은 2~7년 사이이다. 엘니뇨에 반대되는 단계는 라니냐→어린 여자아이라고 부르며, 서태평양에 저기압, 동태평양에 고기압이 생긴다. 엘니뇨와 라니냐를 아우르는 엘니뇨 남방진동은 전 세계적으로 기온과 강수량 변화를 일으킨다. 특히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경제를 농업과 수산업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엘니뇨 시기 남아메리카 해안에서는 크리스마스 시기에 수온이 가장 높아지며, 엘니뇨를 가리키던 원래 용어인 엘니뇨데나비다드(스페인어: El Niño de Navidad)는 페루의 한 어부가 이 현상의 이름을 아기 예수에 빗대 붙인 것에서 유래하였다.[1][2]
발생 원리
지구에서는, 적도에서 살짝 남쪽부분, 즉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호주부터 남미의 페루 구간까지는 남동무역풍이 분다. 한국에서는 편서풍이 불어 서쪽에서 동쪽으로 바람이 흐르지만, 여기는 반대이다. 엘니뇨가 발생하지 않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다 표층부분의 온수가 바람이 밀어주어서 서쪽으로 몰리게 되고, 그렇게 온수가 빠진 영역을 심해저에 있던 차가운 물이 올라와 페루 서해안을 식힌다.
이 과정에서 페루 서해안의 수온약층이 얇아지고 심해저의 영양분이 표층까지 공급되어 어류가 늘어난다. 한편, 서쪽인 인도네시아 해안에서 열이 모이게 되어 따뜻해진 바다 위에서 저기압이 형성되고 많은 비가 내리게 된다. 그런데 엘니뇨가 발생하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무역풍이 약해지게 된다. 바람이 약해지는 것, 해수 순환이 변하는 것 등등은 엘니뇨의 부분이 아니라 그 자체이다. 아직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것도 아니며, 해수 온도의 변화가 바람의 세기 변화를 유발하는지, 바람의 변화가 해수 흐름을 변화케 하는지는 결국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하는 문제와 같다.
아무튼 이렇게 엘니뇨가 발생하면, 무역풍이 약해져서 따뜻한 온수가 서쪽으로 '덜' 이동된다. 온수가 서쪽으로 빠져줘야 심해수가 올라오는데, 이 현상이 약해지다 보니, 심해냉수의 용승이 적어져 페루에서는 따뜻한 해수가 지속되고 어획량이 감소한다. 한편,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온수가 모이는 지점이 인도네시아까지 못오고 동쪽으로 멀어진다.
태평양 한 가운데까지밖에 온수가 전달되지 못하게 되고, 따라서 저기압대가 이전보다 훨씬 동쪽에 생기게 된다. 당연하게도 인도네시아는 고기압대에 놓이게 되다보니, 강수량이 적어져 건조해지고, 산불이 심하게 생긴다. 바로 위에 있는 사진에서 이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사진에서 페루 부근의 심해저 용승이 화살표 아래 방향으로 내려가는 것이 보이고[3] 온수가 모이는 지점이 인도네시아 부근이 아닌 오히려 동태평양 근처에 생겨, 그 곳에서 저기압이 발달해 있는 모습이 그려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적도 부근의 남태평양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성층권의 제트기류부터 시작해서 심해해류순환까지 영향을 미쳐 전 지구에 기상 변화를 가져온다. 이런 변화는 연쇄과정을 거쳐 엘니뇨가 다시 약해지게 만들고 라니냐를 발생시키는 순환과정이 일어나게 된다. 이렇게 엘니뇨와 라니냐의 사이클이 계속 지속되는 것이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지구에서 1만 년 전부터 계속 반복되는 현상이나 근래 기후변화 때문에 (다른 모든 이상기후들 처럼) 그 정도가 심해져 걱정이 커지고 있다.[2]
다양성
엘니뇨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크게는 일반적인 동태평양 엘니뇨와, 중태평양 엘니뇨가 있다. 엘니뇨의 유형은 태평양의 수온 편차가 제일 큰 영역이 어디인가로 분류하는데, 예를 들어 남아메리카 해안가에 해당하는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차이가 더 클 경우에는 동태평양 엘니뇨, 날짜 변경선 근처에서의 온도 차이가 클 경우에는 중태평양 엘니뇨로 분류한다. 하지만, 엘니뇨 진행 도중에도 편차가 제일 큰 영역은 바뀌기도 한다.
통상적인 엘니뇨 남방진동은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변화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지난 20년 간, 일반적인 온도 변화 지역(니뇨 1 및 니뇨 2)의 온도는 그대로이나, 중태평양(니뇨 3.4)의 온도만 상승하는 현상이 관측되었는데, 이 현상을 중태평양 엘니뇨 남방진동(CP ENSO), 날짜 변경선 엘니뇨 남방진동, 모도키→(일본어) 비슷하다 엘니뇨 남방진동이라고 부른다. 중태평양 엘니뇨 남방진동의 영향은 일반적인 엘니뇨 남방진동의 영향과 다르다. 대표적으로, 중태평양 엘니뇨가 발생하면 대서양의 허리케인이 발생하는 빈도가 증가한다.
또한 이 엘니뇨 남방진동 형태가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쟁도 있다. 대표적인 반론으로는 이러한 경향성을 분석하기에는 기록이 너무 짧다는 것이나, 다른 통계학적 분석법을 적용하면 추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나, 엘니뇨 남방진동을 단순히 일반적인 형태와 격렬한 형태로만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1986년 처음으로 중태평양에서 발생하여 동태평양으로 이동한 엘니뇨가 관측되었으며, 그 후 1991년~1992년, 1994년~1995년, 2002년~2003년, 2004년~2005년, 2009년~2010년에도 중태평양 엘니뇨가 발생하였다. 또한, 1957년~1959년, 1963년~1964년, 1965년~1966년, 1968년~1970년, 1977년~1978년, 1979년~1980년의 엘니뇨에서도 중태평양 엘니뇨와 유사한 양상을 보였음이 밝혀졌다. 일부에서는 2006년~2007년과 2014년~2016년 발생한 엘니뇨도 중태평양 엘니뇨라고 주장한다.[1]
영향
엘니뇨가 발생 할 경우 필리핀, 호주 쪽은 강수량이 적어져 가뭄, 대규모 산불이 발생할 수 있는 반면 적도 근처인 미국 남부나 멕시코쪽이 강수량이 늘어나 태풍이나 허리케인, 폭설, 홍수 등의 기상현상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다. 또한 대한민국도 강수량이 많아서 폭우가 자주 나타나지만 예외적으로 2015년에는 고온건조한 날씨가 나타났다.
대한민국의 경우 서태평양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엘니뇨가 발생하면 바닷물이 평소보다 차가워져 여름이 시원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바닷물이 차가워지면 하강기류가 발달하기 때문에 가뭄이 들 확률이 높다. 실제로 2015년에 발생한 가뭄도 엘니뇨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있다. 반면 라니냐가 발생하면 서태평양 온도가 상승해서 여름이 뜨거워진다.
대체로 한국은 엘니뇨 때 겨울이 상대적으로 따뜻하며 라니냐 때는 반대로 춥고 건조한 경우가 많다. 특히 근래 몇 년 사이 그러한 경향이 더 심화되었다. 2014~16 엘니뇨 동안에는 2014년 12월을 제외하고 겨울철에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었으며, 18~20 엘니뇨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19-20년 겨울은 전국적으로 기록적인 이상 고온이 이어졌다. 또한 23-24년 겨울도 전국적으로 매우 포근했으며, 눈/비가 잦고 일조시간이 매우 적은 양상이 나타나며 엘니뇨 겨울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여담으로 라니냐가 끝나고 수온이 올라서 엘니뇨가 시작될 무렵에는 여름이 더운 경향이 많고(1939년, 1943년, 1994년, 1997년, 2004년, 2006년, 2018년, 2023년 등) 엘니뇨가 끝나고 라니냐가 시작된 무렵의 여름이 폭우가 잦은 경향이 많다.(1998년, 2010년, 2020년 등)[2]
사례
2023-2024년 엘니뇨
2020년부터 3년간 이어진 트리플 딥 라니냐가 2023년 2~3월경 종료되었고, 이에 대한 반작용 탓인지 2023년 엘니뇨는 강도가 상당히 강할 것으로 예측된다. 보통 엘니뇨가 발생한 해는 아무리 못해도 여름부터 해수면 온도가 +로 전환되는데, 2023년은 봄부터 엘니뇨가 2달 일찍 시작되었다. 2023년 4월에 정확히 3년만에 수온이 +로 돌아갔다. 그리고 연초부터 소폭씩 오른 수온이 5월 15~17일경 +0.5를 넘긴 뒤 26일까지 +0.3대로 하락했으나 5월 27일을 기점으로 수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시작되었다. 6월 9일까지 2주도 채 안 되는 기간동안 0.6도 이상 상승해서 5월 29일에 +0.5를 넘었고, 6월 8~9일에는 +1에 근접했다. 그러나 이후 하강했고 6월 13일에 +0.7까지 떨어졌고 7월까지도 소폭씩만 오른 편이었고 2~3일간 크게 오르면 또다시 떨어져서 8월 5일까지 +0.8~+0.9를 보였다. 하지만 8월 6일부터 또다시 가파르게 오르면서 8월 7일 +1.0을 넘었고 슈퍼 엘니뇨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호주 기상청에 의하면 자국 기상모델 ACCESS-G를 기반으로 분석하였을 때 11월에는 평년 대비 3.2도나 높은 상태를 보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상황이다. 2023년 여름 '슈퍼 엘니뇨'가 예고된 가운데 이미 지구촌 곳곳에선 이미 폭염과 폭우 같은 극단적인 날씨가 출현하고 있다. 2023년은 예년보다 일찍 발달하고 예상보다 강한 엘니뇨로 인하여 올여름 지구 기온은 관측이래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반도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2023년 한 해 동안, 더 나아가서 2024년 초반까지 유례없는 이상 고온이 이어졌다. 2023년 7월 4일, 세계기상기구에서 엘니뇨가 발생했다고 공식 선언하였다. 2024년 들어 동태평양 수온이 다시 빠르게 하강하기 시작하면서 약 1년간 이어진 엘니뇨가 끝날 것으로 예측되며 여름부터는 중립 내지는 라니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2]
라니냐와 엘니뇨의 차이
- 라니냐 : 라니냐 상태는 동태평양의 하층 대기 편동풍과 상층 대기 편서풍이 강화되는 열대 태평양의 대규모 바람 변화 현상이다. 이러한 상태는 적도 워커 순환이 강해졌음을 의미한다. 라니냐의 성장기 동안에는 해수 구조가 열대 태평양 동쪽에서는 온수층이 비정상적으로 얕아지고, 이로 인해 수온 약층의 깊이 또한 얕아지게 된다. 그러므로 수온 약층의 기울기는 유역을 가로질러 증가하게 된다. 매우 강한 라니냐 기간에는 확장된 기간동안 수온 약층이 실제로 해양의 표면에 가깝게 된다. 따라서 혼합층이 얕아져 영양이 풍부한 물이 해수면 가까이 올라와 이 지역의 해양 생물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해수면 고도는 동태평양에서 정상상태보다 낮아지며, 전 유역에 걸쳐 해양 표면 고도의 기울기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 엘니뇨 : 엘니뇨 상태는 동태평양의 하층 대기 편동풍과 대류권계면 부근의 상층 대기 편서풍이 약화되는 열대 태평양의 대규모 바람 변화 현상이다. 이러한 상태는 적도 워커 순환이 약해졌음을 의미하며, 아주 강한 엘니뇨 때에는 이 워커 순환이 완전히 소멸하게 된다. 엘니뇨의 성장기 동안에는 해수 구조가 열대 태평양 동쪽에서는 온수층이 비정상적으로 깊어지고, 이로 인해 수온 약층의 깊이 또한 깊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수온 약층의 기울기는 유역을 가로질러 감소하게 된다. 매우 강한 엘니뇨 기간에는 몇달 동안 수온 약층이 실제로 열대 태평양 전체를 가로지르며 평평하게 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해수면 고도는 동태평양에서 정상상태보다 높아지며, 전 유역에 걸쳐 해양 표면 고도의 기울기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3]
동영상
각주
참고자료
같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