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륜구동
전륜구동(前輪駆動, Front Wheel Drive)은 엔진에서 앞바퀴로 동력을 전달하는 자동차의 구동 방식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대형차와 스포츠카를 제외하면 모든 승용차에 전륜구동 방식이 쓰이는 경우가 많다. 엔진은 대부분 가로로 배치하나, 일부 전륜구동 자동차는 엔진을 세로로 배치하기도 한다.
개요
전륜구동은 앞바퀴를 돌려서 주행하도록 한 자동차 구동 방식이다. 앞바퀴 굴림이라고도 한다. 엔진의 힘을 받은 앞바퀴가 자동차를 이끌고 뒷바퀴가 이를 따라가는 방식이다. 또한 엔진에서 바로 앞바퀴로 동력을 전달하기 때문에 별도의 구동축이 필요하지 않다.[1] 일반적으로 자동차는 앞에 기관이 있어도 뒷바퀴를 구동하여 주행한다. 앞바퀴로 조향(操向)하고 뒷바퀴로 미는 이 방식은 그 자체가 모순이므로, 전륜구동은 초창기부터 자동차의 이상(理想)이었다. 그러나 조향을 위해 움직이는 앞바퀴에 회전을 전달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실현된 것은 1920년대 후반부터이다. 전륜구동의 장점은 조향 바퀴가 구동 바퀴이기 때문에 잘 미끄러지지 않으며, 젖거나 얼어붙은 노면과 눈 위에서도 안전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옆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기관 구동 계통이 앞쪽에 집중되어 있고 추진축이 없으므로 바닥은 낮게, 실내는 넓게 할 수 있는 점이다. 다만 단점으로는 조향 바퀴에 회전을 전해야 하기 때문에 성능이 우수한 항속(恒速) 조인트가 필요하며, 구조가 복잡하고 제조 원가가 높아진다는 점,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있을 때와 떼었을 때는 조종 감각에 차이가 있다는 점 등이다.[2]
역사
- 가로 배치 레이아웃
양산차로서 전륜구동 레이아웃을 대중화시킨 것은 1934년부터 1957년까지 생산된 시트로엥(Citroën)의 트락숑 아방(Traction Avant)이다. 당시 대부분의 자동차가 후륜구동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트락숑 아방은 혁신이었다. 이후 전륜구동 자동차는 차츰차츰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으며, 20세기 중후반에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전륜구동 레이아웃은 후륜구동에 비해 조향 성능의 명확성이 다소 부족하고, 전륜 쪽의 무게가 무거워 고출력을 구현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월등히 넓은 공간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적인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다. 전륜구동 레이아웃에서 엔진의 배치를 가로 방향으로 구현하는 것은 동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트랜스미션과의 연결 구조를 최대한 간단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직렬 3기통 이상의 엔진은 크랭크축 방향의 길이가 더 길 수밖에 없으므로, 엔진을 가로로 배치하면 1열의 레그룸은 자연스럽게 넓어졌다. 초기 트락숑 아방의 경우 전륜 구동축보다 엔진이 뒤쪽에 있었으므로 이 효과를 극대화하기는 어려웠으나, 자동차들이 진화하면서 가로 배치 전륜구동 차량의 1열 공간은 더욱 넓어졌다.
- 세로 배치 레이아웃
세로 배치 전륜구동 레이아웃의 개념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의 제조사인 파나르(Panhard)의 자동차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레이아웃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70년대다. 당시 동력 성능이 강한 대배기량 엔진을 전륜구동 레이아웃과 결합하면서도, 전륜구동의 단점인 조향 성능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했다. 1966년, 미국 올즈모빌(Oldsmobile)의 토로나도(Toronado)는 최고 출력 385hp를 발휘하는 6,964cc의 V8 엔진을 세로로 배치했다. 이른바 전륜구동 머슬카였던 셈이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에도 크라이슬러(Chrysler) LHS 1세대(1994), 2세대(1999), 1997년에 출시된 닷지(Dodge) 인트레피드(Intrepid) 등 1990년대에서 세로 배치 전륜 구동 방식의 차량이 다수 등장했다. 알파로메오(Alfa Romeo)는 보다 콤팩트한 차량에 세로 배치 전륜구동 레이아웃을 적용했다. 1970년대에 개발된 알파수드(Alfasud)의 라인업 중 패스트백 모델인 알파수드 스프린트 벨로체는 전장이 3,900㎜, 휠베이스가 2,450㎜ 남짓한 콤팩트한 자동차였다. 여기에 최고 출력 78hp의 1.3리터(1,350cc) 엔진, 최고 출력 84hp의 1.5리터(1,490cc) 엔진을 세로 배치로 장착했다. 그런데 이 엔진은 수평 대향이었다. 즉 알파수드는 전륜구동이면서도 무게 중심을 낮춘 세로 배치 레이아웃을 통해 최대한의 조향 성능을 발휘하고자 했던 것이다. 일본도 1980년대부터 약 10년간 이어진 최대의 경제 호황기는 자동차 역사에 있어서도 수많은 실험적인 일제 자동차가 나온 시기였다. 길거리 레이서들의 열정을 다룬 다수의 자동차 관련 만화도 주로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등장했다. 특히 혼다(Honda Motor)는 이 분야에 있어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했다. 혼다 레전드는 당시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 현재의 ABS라 할 수 있는 ALB(Anti Lock Brake), SRS 에어백 등 다양한 안전 기능을 갖추었던 최고 세단으로, 일본 중년층의 로망이었다. 이 자동차는 뱅크각 90º의 최고 출력 213hp(215ps)의 V6의 엔진을 세로 배치로 장착했다. 트랜스미션은 전자제어식 4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흥미롭게도 가속 시 기어를 하향 변속할 수 있도록 하는 킥다운 스위치가 별도로 장착되어 있는데, 이는 세로 배치 전륜구동이라는 레이아웃에서도 기계적인 충격이나 마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라 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이 자동차는 대한민국의 대우자동차㈜(Daewoo)가 라이선스를 획득해 아카디아(Acadia)라는 차종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인 1989년에 출시된 혼다 인스파이어(Honda Inspire) 역시 세로 배치 전륜구동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원래 어코드의 한 트림으로 등장한 인스파이어는 최고 출력 163hp의 2.5리터 직렬 5기통 엔진을 세로로 배치했다. 여기에 전자 제어로 작동하는 4단 자동변속기가 결합되어 파워트레인을 형성했다. 레전드와 마찬가지로 기존 자동변속기 대비 명확한 변속 성능을 가진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좌우 무게 중심 배분이 우수해 선회 성능도 뛰어났다. 사실 세로 배치 전륜구동의 경우, 조향을 담당하는 드라이브 샤프트와 트랜스미션이 직각을 이루기 때문에 트랜스미션 내부의 디퍼런셜에서 출력을 90도로 바꿔줘야 하는 추가적인 구조가 필요했다. 이는 곧 제조 단가 상승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져왔고, 이렇게 약 30년 전 등장하며 주목받았던 세로 배치 전륜구동의 구조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그나마 비교적 최근까지 남아 있었던 세로 배치 전륜구동 레이아웃은 폭스바겐 그룹(Volkswagen Group)의 일부 차종이었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생산된 스코다(SKODA)의 슈퍼브(Superb)의 1세대인 B5는 최고 출력 160hp의 1.8리터 가솔린 터보, 190hp의 2.8리터 V6, 그리고 1.9, 2.0, 2.5리터 디젤 엔진 등 다양한 엔진을 세로 배치로 장착했다. 변속기는 5단 수동과 5, 6단 자동으로 다양했다. 이 레이아웃은 플랫폼을 공유한 폭스바겐의 중국형 파사트(Passat)에도 적용된 바 있다. 그나마 이마저도 이후 등장한 2세대에서는 가로 배치로 바뀌었다. 소재의 경량화와 섀시 설계의 정교화로 인해, 전륜구동 차량은 더 이상 세로 배치라는 어려운 레이아웃을 사용하지 않고도 우수한 조향 성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과급에 의한 배기량 다운사이징과 출력 강화가 가능해지면서 굳이 엔진이 무거워져야 할 필요가 없었다. 이는 전륜구동 차량에 엔진을 굳이 세로로 배치해야 할 이유를 한 번 더 없애는 것이었다.[3]
특징
장단점
- 장점
- 구동력의 전달 거리가 짧고 자동차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비가 우수하여 친환경차로 채택되기도 한다.
- 엔진룸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
- 차종 변경이 용이하다.
- 후륜구동 방식보다 부품이 적게 들어가므로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 하중이 전륜에 많이 걸리기 때문에 직진 안정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악천후에도 주행 안정성이 우수하다.
- 모듈화에 의하여 국내외의 거의 대부분의 승용차에 적용되며, 그에 따라 많은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어 연구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 파킹 브레이크만 해체하면 뒷바퀴를 지면에 접지한 상태에서 견인할 수 있어 차량 견인이 수월하다.
- 단점
- 구동축 쪽의 구조, 특히 현가 장치가 복잡하다.
- 앞바퀴가 조향, 구동 기능을 모두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성능이 우수한 항속(恒速) 조인트를 사용해야 한다.
- 방향 전환을 할 때 미끄러지기 쉽다.
- 급제동에 취약하다.
- 구조상 차체 앞쪽에 하중이 쏠리므로 효율적인 중량 배분이 어렵다.
- 전륜 타이어의 수명이 짧다. 차량 특성상 전후륜 타이어의 위치를 자주 변경해 줘야 한다.
- 가속 시 무게 중심이 뒤로 빠지면서 구동축의 접지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버행을 짧게 할 수 없다.
- 피쉬테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4]
각주
- ↑ 〈전륜구동과 후륜구동의 차이는? 헷갈리는 자동차 구동방식 알아보기!〉, 《키즈현대》, 2019-10-16
- ↑ 〈전륜구동〉, 《네이버 지식백과》
- ↑ 온갖차, 〈진보를 위한 변칙, 세로배치 전륜 구동의 추억〉, 《네이버 포스트》, 2018-04-30
- ↑ 〈전륜구동〉, 《위키백과》
참고자료
- 〈전륜구동〉, 《네이버 지식백과》
- 〈전륜구동〉, 《위키백과》
- 〈전륜구동과 후륜구동의 차이는? 헷갈리는 자동차 구동방식 알아보기!〉, 《키즈현대》, 2019-10-16
- 온갖차, 〈진보를 위한 변칙, 세로배치 전륜 구동의 추억〉, 《네이버 포스트》, 2018-04-30
같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