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각본(腳本) 또는 극본(劇本) 혹은 시나리오(scenario)는 연극, 영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사전에 작성하는 글로서, 건축에서 설계도, 음악에서 악보와 마찬가지로, 작품 제작에 필요한 계획서의 성격을 지닌다. 각본이 주로 대사(臺詞 · 臺辭)로 이뤄져 있는 경우, 대본(臺本, Script, 스크립트)이라 부르기도 한다. 각본을 대장(臺帳) 또는 정본(正本)이라 하기도 한다.
개요[편집]
각본은 극문학의 일종으로 영화나 드라마,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매체에서 스토리와 대사, 등장인물의 행동, 촬영 또는 작화 기법 등을 글로 표현한 것이다. 연극의 것은 따로 구분해 희곡이라고 부른다. 각본을 창작하는 사람을 각본가나 극작가라 부른다.
각본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작품이지만, 일반적으로 영화, 드라마의 대본이 되거나 만화나 게임의 스토리로서 작품의 창작을 위해 사용된다. 때문에 어떤 일을 수행하기 위해 미리 세운 계획을 비유적으로 '각본'이라 부르기도 한다.
영어에는 각본을 뜻하는 scenario 말고도 각본과 관련한 어휘가 여럿 있는데, 'draft', 'screenplay', 'script' 등이 있다.
- draft: 각본의 초안
- screenplay: 영화의 각본(또는 대본)
- script: 대본
영화 각본[편집]
영화 각본(映畫脚本)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미리 작성한 글로서 일종의 계획서, 틀, 설계도의 기능을 목적으로 한다. 과거 문화어에서는 시나리오(Scenario)로 불리다가 1960년대에 "영화 문학"으로 순화되기도 하였다. 한편, 사전적 의미는 동일하지만 영화 각본을 대본에 중점을 두고서 가리킬 때 흔히 영어로 "스크립트"(script)라 부르기도 한다. 이 각본에는 소재, 주제, 장르와 더불어 인물의 대사뿐 아니라 의성어, 의태어를 포함하여 작품의 배경과 촬영 설정에 관한 글들이 기록되어 있다.
영화 각본은 작가가 새로 창작한 작품일 수도 있고, 소설과 같은 기존의 작품을 각색한 것일 수도 있다. 각색이 아닌, 처음부터 순수 영화를 목적으로 창작한 각본을 "오리지널 각본"(Original screenplay)이라 불러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
영화 각본은 각본가에 의해 먼저 쓰인 후에 영화사가 이를 받아들여 영화를 제작하는 경우가 있고, 또는 영화사의 제작자가 만들고자 하는 영화를 먼저 구상, 기획한 뒤 전문 각본가를 고용하여 기획한 영화의 각본을 완성시킨 다음 영화를 제작하는 경우가 있다.
영화 각본을 창작하는 사람을 "영화 각본가"(screenwriter), 또는 "시나리오 작가"라고 부른다.
한편, 각본에 기록할 내용 중 글 대신 그림으로 만든 것이 스토리보드이다.
각본과 대본의 개념[편집]
각본과 대본은 굉장히 혼동되는 개념이다. 왜냐하면 서로 유의어 관계인 두 어휘의 다른 뜻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각본인 대본이 있고, 대본인 각본도 있지만, 각본=대본이 아니다.
먼저 두 어휘의 한자는 거의 비슷하다. 대본(臺本)은 '무대(臺)'의 기본(本)이 되는 글을 말한다. 각본(脚本)의 경우 각색(脚色, 서사시나 소설 따위의 문학 작품을 희곡이나 시나리오로 고쳐 쓰는 일.), 각광(脚光, 무대의 앞쪽 아래에 장치하여 배우를 비추는 광선.) 등 각(脚)이 '기본', '토대'의 의미를 갖는데, 이것이 무대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각본은 문학성을 가진 극문학의 일종으로, 대본은 대사에 치중한 글로 본다. 극문학은 연극과 영화 등이 분리되기 전에는 '극'으로만 불렀으며, 여기서 극본이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그리고 극본이 영화, 연극 등으로 분리되면서 각본과 대본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각본과 대본은 시간이 지나면서 각각 새로운 의미가 추가된다. 대본이라는 용어가 '뉴스 등 방송프로그램의 대사를 적은 글'로 의미가 확장되면서 '문학성을 가지지 않는 대본'인 방송 대본이라는 분류가 생긴다. 즉, 대본은 '극 대본'과 방송 대본으로 나눌 수 있고, '극 대본'은 각본의 일종이지만 방송 대본은 문학성이 없으므로 각본의 일종이 아니다.
또한 각본은 극작품뿐만 아니라 '만화나 게임 등 다른 작품의 기본이 되는 글'로도 확장되었기 때문에 각본 중에서 '극작품의 각본'을 뜻하는 극본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한편 표준국어대사전에서 '1. 서사시나 소설 따위의 문학 작품을 희곡이나 시나리오로 고쳐 쓰는 일.'이라는 뜻으로 풀이하는 각색이라는 단어는 '2. 흥미나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하여 실제로 없었던 것을 보태어 사실인 것처럼 꾸미다.'라는 다른 뜻도 추가적으로 가지고 있는데, 기이하게도 '각본'은 '2. 대본을 각색함. 또는 그런 것.'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즉, 이들 4가지 의미가 서로 혼동되고 있는 것이다.
- 각본
- ①: 극문학의 일종=대본①
- ◾극본
- ◾게임, 만화 등의 각본
- ②: 각색②[4]된 대본
- 대본: 대사 등이 적힌 글
- ①: 극 대본
- ◾각본①
- ◾희곡
- ②: 방송 대본
- 각본②
분야별 사항[편집]
영화·드라마[편집]
드라마에 한해서 연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극본'이라는 표현도 쓰며, 영화는 보통 '각본'으로 표현한다.
영어로는 영화·드라마 공통으로 screenplay라고 한다. 참고로 screenplay와 script가 혼용되어 쓰이기 때문에 혼란이 올 수 있는데, screenplay는 일반적으로 대한민국 대중이 생각하는 각본이나 대본으로 생각하면 된다. script는 실제로 촬영에 사용되는 각본이나 대본을 script라고 한다. screenplay는 독립적인 존재이지만 촬영을 위한 과정에 불과한 만큼 얼마든지 해체되고 뜯어 고쳐질 수 있으며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굳이 기술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script는 촬영을 염두에 둔 것으로 실제 배우진이나 제작진 사이의 소통이 가능하도록 이런저런 기술적인 사양이나 그 외 필요한 것들이 적혀있다. 대한민국도 촬영용 대본은 별도로 존재하지만, 단어 자체에 큰 구분을 두지는 않는다. 덧붙여 돌아다니는 영화·드라마 대본의 대부분은 각본(screenplay)도 아니고 촬영용 대본(script)도 아닌 그냥 transcript로 자막 작업 등의 2차 작업을 위해 편집된 결과물의 내용을 받아쓰기한 대본이다.
장면(씬)으로 나뉘게 된다. 일반적으로 지문과 대사로 구성된다. 한국의 경우엔 대사가 왼쪽에서 일정한 범위를 띄운 위치에 쓰이게 되나 영미권에서는 가운데 정렬로 쓰인다. 영미권에서는 대본만을 집필하는데 쓰는 워드프로세서도 있으며 한국에서는 한글이나 워드의 특정한 스타일을 활용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방송용 극본의 경우에는 칸을 나누는 식으로 지문과 대사를 표시한다.
또한 현장에서 필요한 구체적인 지시를 적어 두게 된다. 가령 카메라 앵글의 위치나 배우들의 동선, 삽입되어야 할 사운드 등이 그 예이다.
씬은 각본에서 장소나 상황의 변경을 표시하기 위해 쓰이며 실제 촬영에선 더 세심한 구분이 필요하다. 각 씬을 다시 컷으로 구분하고 로케이션 등을 위해 구분한 컷을 묶게 된다.
일반적으로 70분짜리 드라마는 30~35장 내외이며 120분짜리 영화는 약 60~100장 내외다.
덧붙이자면, 12포인트짜리 글자로 작업하면 A4 1장에는 200자 원고지 4~5장이 들어간다. 이걸 시간으로 바꾸면 대략 2분 정도가 된다. 그러므로 60분 드라마는 A4로 25장 안팎이 되고 70분 드라마는 A4로 30장 안팎이 된다.
그리고 이 분량 안에 60분 드라마는 씬이 55~75개가 들어가고 70분 드라마는 씬이 65~90개 들어간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이며 분량은 작품마다 다를 수 있다.
덧붙여 대중에도 널리 알려진 '쪽대본'이라는 용어의 경우, 원래 용례는 로케이션이나 스케줄 문제 등으로 나중에 나와도 될 회차 대본의 장면을 미리 찍기 위해, 그 부분만 미리 작성한 대본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만 당장 촬영해야 할 회차 대본을 완성하지 않아 이런 쪽대본 형태로 현장에 실시간 전달되는 경우를 통해, 먼저 이 용어가 대중에 알려지게 되면서 "쪽대본"하면 마감 내에 완성하지 못해 쫓기듯이 실시간으로 작성해 현장에 전달대는 대본을 의미하는 것처럼 사용되게 되었다.
참고로 헐리우드의 경우 크레딧을 올리지 않지만 각본 각색에 깊이 관여하는 Script doctor라는 직책도 있다. 작법서를 냈는데 정작 본인 저자소개에 등장하는 필모그래피가 허전한 경우는 대학교수가 아닌 이상 대부분 이쪽의 경우다.
애니메이션[편집]
일본 애니메이션에선 업계 특성상 20분 가량의 각본을 최소 12회 가량 집필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명의 각본가가 한 작품에 동시에 달라붙는 일이 잦은데, 이 중에서 다른 각본가들에게 지시를 내려주고 전체적인 각본을 지휘하는 각본가를 '시리즈 구성'이라 칭한다.
애니메이션에서는 각본이 제작과정의 핵심인 콘티 작성의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각본의 작성이 늦어지면 애니메이션 제작에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 시나리오만큼 중요한 것이 콘티인데 이 콘티 작성의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각본이기 때문이다. 엔딩 스태프롤에서 각본 담당자의 명의가 콘티와 연출 담당자의 명의보다 항상 먼저 나오는 것이 바로 이 때문. 간혹 각본 없이 콘티를 짜는 걸 시도하는 작품들도 일부 있으나, (ex. 골든보이, 기신병단 등) 이럴 경우 제작 기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콘티가 중간에 꽉 막혀 제작 스케줄이 막장화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나 특촬에선 새로운 필살기가 어떤 에피소드에서 나오느냐, 이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이 새 아이템을 사용하느냐 등 각종 어른의 사정에 맞춰 각본을 쓰거나 내용을 수정해야 할 일이 많다.
특히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일수록 감독이 구상한 세계관을 각본가가 시나리오로 펼쳐야 하므로 이런 중압감은 배로 더해진다.
각본 작성 소프트웨어[편집]
1980년대부터 서서히 개인용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영화 각본을 쓰는 과정에서도 많은 변화를 거쳤다. 그 전까지는 보통 손으로 쓰거나 아니면 타자기를 이용하였다. 컴퓨터가 보편화된 뒤로는 대부분 워드 프로세서를 사용하게 되었고, 이 워드 프로세서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이제는 거의 필수 도구가 되었다. 1980년대에는 도스(DOS) 응용 프로그램인 스마트키가 애용되었으며, 1990년대의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를 거쳐 2000년대 들어서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온라인 상에서 작성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현재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소프트웨어는 아래와 같다.
- 무비 아웃라인
- 페이지 투 스테이지
- 소포클레스
- 셀틱스
- 무비 매직 스크린라이터
- 파이널 드래프트
- 주라
- 스크립프트
- 몽타주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