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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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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경쟁은 기업과 기업, 업종과 업종의 차원을 넘어 국가와 국가간의 기술 측면에 대한 경쟁을 말한다.

미중 기술패권경쟁의 의미[편집]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미 정부는 중국 화웨이미국의 기술의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도록 제한하겠다고 밝혔고 중국 또한 퀄컴 등 미국 전자통신업체에 대한 제재에 들어가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무역보복으로 이어지고 있는 사안의 중심에는 두 나라의 기술패권 경쟁이 있다.

4차산업혁명은 기존의 산업구조를 급속하게 변화시키면서 국제질서의 재편까지 진행시키고 있다. 전세계가 네트워크와 플랫폼으로 얽히고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가 새로운 자원으로 등장하면서 기존의 시장, 규제, 국제질서가 모두 흔들리고 있다. 향후 산업과 국제질서를 재편할 기술로는 5G를 비롯한 통신기술, 통신의 기반이 되는 우주기술, 컴퓨팅의 차원을 바꿔줄 양자컴퓨팅 기술들을 거론할 수 있다.

기술패권을 놓고 가장 선두에 서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다. 두 국가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그 영향력에 따른 새로운 국제질서가 만들어질 것은 예정된 미래다. 두 나라의 무역분쟁이 보여주듯이 새로운 국제질서가 자리잡기 전까지의 패권 경쟁은 힘의 논리에 의한 무차별한 경쟁이 될 것이다. 향후 재편될 국제질서 또한 자유주의 시장경제와 질서의 혜택으로 한국의 경제발전을 이루게 했던 이전과는 다를 수 있다. 합의된 국제규범이 있는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유지될 지 힘에 의존하는 국제질서가 수립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기술패권 경쟁과 재편될 국제질서 변화가 한국의 경제와 안보를 위협하지 않도록 분석과 대비가 필요하다.

기술발전으로 인한 변화[편집]

18세기 증기기관을 통한 기계화의 1차 산업혁명 이후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친 2차 산업혁명은 전기의 힘을 이용한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20세기 후반의 컴퓨터를 통한 자동화로 3차 산업혁명이 촉발되었고 이러한 산업혁명은 생산구조와 시스템 뿐 아니라 사회와 국가 전반에 걸친 변화를 야기했다. 인류의 생활방식을 바꾸고 경제활동의 변혁을 가져왔던 기술개발과 이를 통한 산업혁명들은 모두 서구의 기술개발로부터 시작되었다. 영국의 증기기관, 미국의 전기, 미국의 컴퓨터 등 여러 과학원리와 기술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들 그 주체는 서구 세계였고 변혁을 주도한 것 또한 서구 중심이었다. 따라서 기술 기반 국제사회의 규칙과 틀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영국 등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이를 활용한 국가들 중심이다. 서구 중심의 기술발달은 전 세계가 수혜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빈부격차와 국가간 부의 격차, 기술 강대국의 영향력 확장 등의 결과도 생겨났지만 새로운 기술의 발달이 인류의 삶의 질과 개인의 자유를 향상시켰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회 변혁 시기마다 변화를 주도한 서구 국가들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갔다. 신기술은 특허로 보호받고 국제 무역질서가 확립되었으며 기술표준 등을 통한 개발 이익 보장과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위한 국제기구 설립 등으로 세계 자유경쟁 체제가 유지되었다. 현재 전세계에 통용되는 대부분의 규범과 표준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착되었다. 개발도상국들은 지속적으로 기술을 전수받고 따라가기 위한 노력을 경주했고 이 과정에서 주요 생산지가 된 국가들이 일정 부분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한국도 catch up 전략이 주효하게 작동하여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이다. 1950-60년대 기술발전을 시작한 한국의 주력산업은 70년대 경공업을 거쳐 80년대 중공업으로 전환했고 90년대 반도체산업으로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견인했다. 2000년대에는 전자/운송제품들이 산업을 이끌고 있다. 조선 산업, 반도체 산업 모두 선진국으로부터 이전받은 기술로 제품생산이 가능했고 90년대 디스플레이모바일기기 산업에 이르러 세계 최고의 기술국으로 대접받고 있다. 이런 산업의 제조기술은 개발의 주체가 서구 선진국이었던 만큼 생산의 주요 플랫폼이 선진국 위주였고 선진국이 만든 질서 안에서 기술이전과 그를 통한 경제개발이 허용되었다.

최근 들어 빨라진 기술개발 주기는 경쟁의 주체를 다양화하고 경쟁을 심화시켰다. 선진국의 첨단기술 관련 R&D 비용은 급증하고 있으나 빠른 기술이전과 짧아진 기술주기로 인해 그로부터 창출되는 이익의 영역이 축소되었다. 기술패권을 차지하려는 미중의 경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데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2000년대 초부터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적자는 첨단기술 품목에서까지 증가하고 있다.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미국은 강력하게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클라우드 기반의 빅데이터, 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전세계 기업의 중심이 플랫폼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기술은 생산자, 소비자, 서비스를 제공하는자 모두를 연결해주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반도체의 효율이 높아지면서 네트워트로 연결되는 세계는 급속하게 확장되고 있다. 기업들은 사물인터넷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방대한 네트워크 구축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2020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선정한 미래 핵심기술의 주제는 초연결·초지능 시대를 대비하는 기술이다. 10대 미래유망 기술 대부분이 IT와 연관이 있다. 10대 기술은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 고용량 장수명 배터리, 스마트 자연재해 예측 및 통합 능동대응 기술, 고정밀지도 제작 기술, 오작동 실시간 모니터링 및 이상징후 탐지 기술, 개인정보 흐름, 탐지 기술, 정보 진위 판별 기술, 초실감 인터렉션 기술, AI 플랫폼 구축 기술, 설명가능 인공지능 기술 등이며 대부분 네트워크와 플랫폼 시장으로 연결된다.

네트워크 플랫폼이 시장 확보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데이터 자유무역에 대한 시장 질서를 요구하는 서구사회와 중국의 대립은 심화될 수 밖에 없다. IT 기술의 특성상 단기간 내에 기술추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술장벽으로 일정기간 추격국의 시장진입을 차단하던 기술선진국의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반면 중국은 14억 인구를 앞세워 플랫폼을 확대시키는 물량공세로 미국을 비롯한 기술 선진국을 위협하고 있다.

패권경쟁의 중심에 있는 기술들[편집]

반도체와 5G[편집]

미국은 반도체 기술을 점유하고 지난 수십년간 IT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갖고 있었다. 일본, 한국 등이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나눠 가졌지만 중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의 상당량이 미국산이다. 미국이 발표한 9월부터는 자국의 기술을 사용한 제품을 화웨이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한다는 제재안은 화웨이에 일정 부분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미국은 화웨이 등 중국산 통신장비를 미국 기업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연장하기도 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주요 설비와 기술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이를 극복하고자 투자를 집중하고 있으나 현 시점 기준 5G 통신장비에 자체 수급할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

중국의 화웨이는 5G 시장의 강자로 기술표준을 선도하는 위치에 있다. 기존 통신 대비 10배 이상의 속도를 제공할 수 있는 5G 통신기술은 네트워크와 플랫폼으로 얽혀 방대한 데이터의 이동을 보장해야 하는 산업구조에서 핵심적인 기술이며 산업경쟁력과 직결된다. 새로운 기술로 시장을 선점하고 국제기준을 주도하는 것은 사이버안보와도 직결되므로 경제 뿐만 아니라 안보 측면에서도 큰 영향을 미친다. 2018년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 NSC) 보고서에서는 중국의 5G 기술력이 미국보다 우월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산 5G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할수록 미국의 국가안보에 대한 위험요소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5G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기본이 되는 기술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동시에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통신망이 현재의 플랫폼을 원활하게 운용되도록 하는 것은 물론 다가올 미래의 자율주행 기술들을 실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차세대 통신의 국제 기준을 갖고 시장을 선도한다는 것은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질 무인자동차, 스마트 도로, 고속철도 등 하드웨어의 통제도 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와 5G 분야에서 무역분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 분야가 기술패권에 따른 국제질서 재편의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우주기술과 GPS[편집]

2020년 3월 중국은 우주탐사를 위한 새로운 운반 로켓 발사에 실패했다. 당시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발사실패로 중국의 우주 탐사 계획들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측했다. 3월 발사에 실패한 창정 7A호는 중국 우주정거장 보급, 무인 화성 탐사 등과 같거나 유사한 엔진을 사용한다. 그러나 연이어 지난 5월 5일 중국은 우주정거장에서 활용하기 위해 개발된 창정 5B를 하이난성 원창 위성발사센터에서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창정 5B은 주로 우주 정거장 모듈 발사에 사용될 예정이며 22톤의 화물을 지구 저궤도로 밀어 올릴 수 있다.

중국은 2019년 최초로 달의 뒷면에 착륙선을 보내 우주기술 강국임을 입증했고 2022년 유인 우주정거장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 안에 무인 화성탐사선을 쏘아 올리고 달탐사선 창어5호를 발사할 예정이며 미국의 위성 위치확인 시스템(Global Positioning System)에 대항할 베이더우(北斗, Beidou) 시스템 구축도 완성할 계획이다.

중국은 5월 12일 사물인터넷(IoT)용 통신위성 2기를 발사 성공시키기도 했는데 이 위성들은 우주 기반 사물인터넷망을 위한 토대를 구축한다. 인터넷용 통신위성들은 정지궤도 위성들과 달리 지구 저궤도를 돌면서 항공기, 철도, 선박 통신, 물동량 관측, 환경감시 및 관측 등의 자료를 제공한다. 저궤도 위성은 통신시간의 단축으로 사물인터넷 확산, 자율주행차 실용화 등 고속 인터넷 서비스에 효과적이다. 저궤도 위선은 정지궤도와 달리 지구를 회전하므로 위성망이 촘촘하게 얽혀 있어야 전 지역을 커버할 수 있다.

미국의 아마존, 캐나다의 텔레셋, 미국의 보잉, 아스트로캐스트, 스카이앤스페이스글로벌 등많은 회사들이 위성인터넷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스페이스X(SpaceX)는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9년 5월, 11월, 올해 1월 60기씩 인공위성을 총 3차례 발사했다. 스페이스X는 1만 2천여개의 위성으로 전지구 초고속 인터넷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중국 또한 이러한 경쟁에 뛰어들어 경쟁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다수의 업체가 경쟁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국가 주도의 사업으로 진행되면서 기간 산업 위주의 독점 개발을 통한 영향력 확대가 유리한 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은 철도 실크로드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미 물동량이 움직이고 있다. 철도망과 접목된 사물인터넷 통신으로 유럽까지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중국의 베이더우 시스템은 더욱 강력하게 미국의 기술 영향력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 소유의 GPS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중국이 집중적으로 추진한 베이더우는 작년 12월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이미 전 세계로 영향력이 확대되었다. 베이더우는 미국의 GPS, 유럽연합(EU)의 갈릴레오, 러시아의 글로나스와 함께 세계 4대 위성위치확인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베이더우는 위치정보와 탐색 기능을 제공하면서 현재 사용 중인 자동화 및 스마트 기기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하여 베이더우의 영향력 아래 있는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퀄컴, 삼성, 폭스바겐 등의 기업들은 자사 제품에 베이더우와 호환성을 포함시키고 있다. 중국의 계획대로 중국 내에서 베이더우를 활용해 위성항법 분야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구 지배력을 제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베이더우의 영향력은 중국의 구매력으로 인해 급속도로 전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 GPS는 최초에는 미국 국방부에서 군사용으로 개발되었으며 유도미사일과 방어에 사용되는 기술이다. 민간부문에서는 지상과 위치데이터를 주고받는 자동차 네비게이션 등 위성항법장치에 활용되며 미국의 GPS를 전 세계에 개방했다. 이 기술은 안보와도 직결된 기술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우주는 전 세계의 최신 영역이라고 규정할 만큼 미국과 중국의 우주에서의 경쟁은 치열하다.

양자컴퓨팅[편집]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 대비 수억 배 이상 빠른 처리속도를 갖는 신개념 컴퓨터이다. 양자물리학의 원리를 적용하여 정보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킨다. 아직 상용화되기는 어려운 상태지만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신약개발, 물류 시스템 혁신, 자율주행, AI 등의 신산업 분야 모두 양자컴퓨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세계 글로벌 IT 기업들이 이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하고 있다. 양자컴퓨터의 개념은 1980년대 초 미국에서 발표되었으며 구글, IBM 등이 앞다투어 기술을 개발 중이다. 2019년 10월 구글은 양자우위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는데 양자컴퓨터를 이용하여 슈퍼컴퓨터로 1만년이 걸리는 연산을 200초에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2018년 백악관 주도로 국가 양자이니셔티브 법안(NQI Act)10을 제정하여 양자컴퓨터 개발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도 2016년 세계 최초 양자통신위성을 발사하는 등 적극적으로 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2012년 양자 제어 연구 국가 중대 과학기술 프로그램을 제정하였고 양자기술을 미국을 추월하기 위한 전략기술로 지정하였다. 2017년부터는 안후이성 허베이시 100억달러 규모 국립 양자정보과학연구소 짓고 있으며 2030까지 인공지능분야의 최고 기술 보유국이 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우주 활용, 통신기술, 네트워크 기반의 교통과 물류 혁신, 기후 예측, 신약개발 등은 AI를 토대로 발전하고 있으며 양자컴퓨팅이 상용화 될 경우 획기적으로 AI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으므로 전 영역에 걸쳐 주도권을 확보하게 되는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패권과 국제질서의 재편[편집]

빠른 기술개발 주기로 플랫폼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을 중심으로 유지되던 시장의 주도권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맹렬한 기술추격과 대규모 물량공세로 인해 국제질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지불시스템 부분에서 중국에 통제권을 빼앗겼다. 미국의 기술로 전세계에 보급된 신용카드 지불시스템은 중국이 물량공세로 밀어붙이고 있는 알리페이와 같은 핀테크 기술에 잠식당해 시장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 14억 중국인을 앞세운 시장 잠식으로 미국은 세계 지불시스템에서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통제력 약화는 미 달러의 기축통화로써의 영향력을 축소시켜 강력한 통제력을 바탕으로 국제질서를 유지해온 미국의 입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중국 핀테크 플랫폼을 이용하게 됨으로써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데이터는 중국 기업의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하는 등 미국의 지위 약화에 기여하게 된다. 미래 안보 역시 데이터와 AI에 의존하게 되므로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해 자국의 기술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과 동시에 중국의 기술혁신을 지연시킬 전략도 동시에 구사하는 중이다.

IT 기술의 빠른 전개와 더불어 국제질서를 뒤흔드는 기술발전은 우주개발 등 묵직한 기간산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어쩌면 기간산업의 기술을 흔드는 일이야 말로 더욱 큰 변화 가능성이 있으며 국제 헤게모니 싸움의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시장 싸움과 경제발전과는 또 다른 국가 안보 측면의 고려도 함께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위성위치기반시스템에 연결된 교통·통신·물류 플랫폼, 플랫폼 서비스의 도구로 이용될 제조업 기반의 통신·운송기기, 플랫폼 확장으로 인한 각종 정보의 소유와 빠른 정보처리속도를 앞세운 시장 지배력의 강화, 기술표준으로 통제되는 새로운 시장은 전 세계의 산업지형과 권력분배를 뒤흔들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가 주요 자원으로 취급되며 모든 연결망은 안보와 공유되는 기술이다. 따라서 IT 산업의 수요와 공급이 어떤 형태로 연결되는지도 중요한 의미를 갖게되는데 WTO에서 분석한 글로벌 밸류체인 네트워크를 보면 2000년 미국, 일본과 밀접하게 엮여있던 한국의 밸류체인은 2017년 이미 상당히 중국 쪽으로 이전되어 있다. 분석결과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매우 커진 것을 볼 수 있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의 영향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점차 심화되면서 일부 국가들은 중국에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등의 움직임도 있다. 기술냉전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기술패권을 중심으로 블록화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등 서구국가들이 주도해 온 국제 기술 표준을 중국이 선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미래 기술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기반과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의 기술표준과 점유는 다가올 미래의 세계 권력을 결정지을 것이다. 데이터와 플랫폼으로 연결된 세계의 기술표준은 제품의 기술표준으로 시장을 보호하던 이전의 상황과는 다를 것이다. 110V와 220V의 정격전압 구분으로 제품시장을 확보하는 수준과는 다르게 기술과 제품, 서비스에 대한 급속한 영향력의 팽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기술패권 틈에서 한국이 독자 생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술혁신을 통해 주요 산업에 대한 독자 공급능력을 확보한다 해도 네트워크와 플랫폼으로 연계되고 빠르게 기술이 발전해 나가는 시대에 기반 기술부터 시장점유까지 독자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뒤늦게 기술 추격을 시작한 중국은 자국내 14억 규모의 시장이 있기 때문에 플랫폼 기반의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장할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앞선 기술력도 중국처럼 확보된 거대 시장도 없는 형편이다.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 제한을 발표한 지 한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 22일 미국은 다시중국 업체 33곳에 대한 대중 제재를 발표했으며 이들 대부분이 첨단 IT 기업들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 패권전쟁은 미국의 정치적인 셈법에 의해 일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패권경쟁은 기술패권에 따른 새로운 질서가 세워질 때 까지 길고 더욱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다. 현 상태에서는 미국의 패권과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유지될 지, 나누어진 패권으로 기술냉전 시대가 심화될 지 예측하기 어렵다. 우리나라가 전략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언제까지 가능할 지 모르며 조만간 선택이 필요하다.

미국은 백악관 전략보고서를 통해 중국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제시했는데 미국의 번영 증진을 위해 동맹국 및 협력국과 함께 중국의 국영기업, 산업 보조금, 강제 기술이전에 대한 원칙을 세워 나갈 것이며 차별적인 산업표준이 국제 표준이 되지 않게 하도록 협력할 것임을 발표했다. 미국은 자주권, 자유시장, 지속가능 개발의 원칙에 기초한 경제적 번영을 EU 및 일본과 함께 촉진할 것이라고 협력국을 적시하여 발표했다. IT 기술의 특성 때문에 기술패권에 대한 경제와 안보의 분리는 어렵다. 자유주의 국제질서 하에서 발전해 온 우리나라가 경제와 안보를 위해 어떤 원칙의 수립에 기여하고 속해야 할지는 명확하다. 선택이 늦어질수록 새로운 질서 수립에 기여하고 영향력을 가질 기회는 없어진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어느 패권에 어떤 방식으로 잠식당할 것인지, 그리고 패권경쟁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은 무엇인지 대비할 때다.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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