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壁紙, wallpaper)는 건물 내벽이나 천장에 바르는 종이를 말한다. 웬만한 가정집엔 반드시 붙어있다. 벽지를 바르는 행위를 도배라고 한다.
환경적인 목적으로도 벽지는 필수품인데, 그 옛날 황토나 진흙 등 자연적인 소재로 건축물을 지을 땐 벽지의 가치가 거의 없었지만(오히려 황토의 기능에 방해만 된다),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현대 건축물의 특성상 시멘트와 콘크리트가 뿜어내는 거친 향취와 유독 물질, 습기 등을 어느 정도 막아주는 역할을 해 주고 있다.
벽지의 종류에는 일반적으로 소폭합지벽지, 광폭합지벽지, 실크(PVC)벽지, 친환경실크벽지, 천연벽지 등이 있다.
가정에서는 주로 합지벽지와 실크벽지를 사용한다. 실크벽지는 진짜 실크로 만든 벽지는 아니고 종이 위에 PVC 비닐 입힌 벽지이다. 합지벽지보다 내구성이 뛰어나다. 하지만 단단한 PVC를 유연하게 하기 위해 가소제가 들어가는데, 가소제로 인해 실크벽지의 유해성이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실내공기질관리법과 다중이용업소관리법에 따르면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간이나 어린이집과 같은 노유자시설 혹은 숙박업소 그리고 일정 높이 이상의 고층건물의 경우 일반적인 실크벽지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실크벽지는 무조건 방염처리를 한 방염벽지만이 사용이 가능하다. ( PVC재질 자체가 화재가 나면 유독가스가 발생하기 때문) 합지벽지는 불에 타도 큰 유해가스가 나오지 않기에 이에 면제가 된 제품이며 천연벽지의 경우 내열성이 뛰어나며 합지벽지와 마찬가지로 불에 타도 유해가스가 나오지 않기 때문. 이는 소방안전관리법에 따른 방염대상물품 면제 품목에 나와있다.
최근 셀프 인테리어가 유행하며 직접 페인트칠(직접 칠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장 가격이 나가는 벽지로 하는 것보다 금액이 더 들게 된다. 이유는 페인트는 여러번 발라줘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무지 들어간다. 그리고 다시 벽지로 바꾸고 싶을때 벽에서 페인트를 완전히 제거 해야 하는 금액이 많이 들게 된다.) 또는 규조토를 재료로 만든 천연 재료를 칠하는 하는 사람도 많지만, 한국의 주택들은 여전히 벽지를 많이 사용한다. 다만 위에서 말했듯 실크(PVC)벽지에 관한 유해물질 논란이 있어 천연 벽지를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 다양한 소재와 컬러로 출시되어 인테리어의 중요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도배집 아저씨가 가져오는 두꺼운 샘플집을 보면 고르기도 전에 귀찮아질 정도로 다양하다. 요즘은 종이 말고 다른걸(돌로 만드는 지사벽지와 섬유로 만드는 페브릭 벽지 등이 있다)로도 만든다고 한다.
또한 일상적으로 지속적으로 접하게 되는 그림이다보니, 벽지의 전체적 색감이나 문양, 그림에 따라 거주자의 심리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기능성도 고려된 벽지가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파란색 벽지, 깔끔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흰색 벽지, 따스함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노란색 벽지 등등...
여기에 더해 외부인의 방문시 가장 먼저 인상을 남기게 되는 것이 벽지이기도 하므로, 벽지의 원래 기능인 '꾸미기' 용도로서도 기능을 하고 있다. 때문에 어두운 계통의 색상들은 기피되는 편(색상이 짙을수록 이어지는 선이 티가 나는 이유도 있을것이다.)이며 밝고 화사한 느낌의 벽지들이 선호되고 있다. 물론 밝고 화사한 계열의 색이라고 해도 집안 전체를 덮어버릴만한 거대한 색상이 가져다주는 색감의 느낌이 원래의 느낌과 다소 다르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예를 들면 빨간색) 원색 보다는 유사색이 더 선호된다.물론 현실은 닥치고 흰색
최근엔 풀칠할 필요가 없는 스티커 벽지도 판매 중이다.
페인트가 시간이 지나면 벗겨지듯, 이쪽도 변색이나 파손의 위험이 있다. 종이이기 때문에 습기에 약하다. 물을 뿌리면 좋지 않으니 그런 행위는 지양하는게 좋다. 오래된 집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합지가 특히 이런 환경 변화에 민감하며, PVC를 사용하는 실크 벽지는 표면이 코팅되어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변색되지 않지만 내부로부터 스며나오는 습기에는 마찬가지로 취약하다. 습기를 막고 곰팡이가 피지 않는 벽지, 혹은 곰팡이가 피어도 닦아내면 깨끗하게 지워지는 벽지를 개발한다면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벽이나 천장의 마감상태가 나빠 물이 새거나 하면 곰팡이가 슬어 시커멓게 변색될 수 있는데, 당연히 미관상 나쁘고 건강에도 좋지 않아 부엌같은 경우 더욱 주의를 요한다. 아무리 깔끔하게 관리해도 시간이 흐르다보면 누렇게 변하고 때가 타기 마련이라, 일정 시간이 지나면 뜯어내고 새로 바를 필요가 있다. 보통 이사할 때 새로 하기 마련. 세를 들 때 벽지와 장판 교체를 조건으로 추가하는 일도 흔하다.
중세까지만 해도 건축물 내부의 벽에 그림을 그려 넣는다던가 하는 정도의 꾸미기 행위는 있어왔지만, 이러한 기법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빡쎄서 상류층 중에서도 정말 최상위 상류층이 아니면 쓰기 힘든 소재였다. 이에 대안책으로 나온 것이 이미 그림이 그려진 종이를 붙이는 것. 이는 일일히 다시 그리는 벽화 기법에 비해 작업 시간이 빠르고, 교체도 용이하며, 무엇보다도 비용이 저렴하여 널리 사용되어 왔다.
단, 최초의 벽지는 종이가 아닌 비단이나 무명천 등의 '교역품'들로, 이때 까지만 해도 서민들은 여전히 꿈꿀 수 없었다. 17세기부터 종이를 벽지의 재료로 사용하면서 단가가 내려가기 시작했고 이에 벽지가 대중화되기 시작한다.
르네상스 시대에 돌입하면서 인쇄 기술이 발달하면서 벽지는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그런만큼 값이 더 싸져서 중산층에게도 널리 보급되었다. 여기에 더해 수많은 화가들의 범람으로 그림을 구하기 쉬워지자 이에 아마추어 화가들을 고용하여 벽지에 기존의 단순한 문양 대신 그림을 삽입하는 시도가 있었고 이게 큰 성공을 거두자 벽지는 단순한 문양들의 패턴을 벗어나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승화되었다.
결국 벽지가 널리 대중화되다 보니 나중에는 벽화를 사용할 능력이 되는 사람들조차 벽지를 애용하게 되었다. 상기하였듯 교체가 용이해서 질리면 바로 다른 것으로 교체하면 새로운 느낌이기 때문. 이 때문에 '벽화를 사용하느냐 벽지를 사용하느냐'가 사람의 경제적 능력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아닌 '벽지를 얼마나 자주 교체하느냐'가 사람의 경제적 능력을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바뀌었다.(물론 여전히 벽화를 쓰는 곳은 그냥 넘사벽)
장식미술이 발달한 영국은 유럽 국가들 중 가장 먼저 벽지 대중화에 성공하였고 따라서 벽지 사업에서는 잔뼈가 굵은 곳이었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봉쇄 정책, 그리고 훗날 헨리 8세의 가톨릭과의 단교 선언 등으로 유럽 본토와의 거래가 쪼들리게 되면서 점차 몰락해갔고 벽지 사업의 주도권은 프랑스에게 빼앗기게 된다.
동양권의 경우 불교 미술의 영향으로 오랫동안 여전히 벽화가 주된 장식 기법이었으나, 18세기경부터 서양 문물의 대량 유입으로 벽지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동양권에서는 오랫동안 벽화 문화가 유지되어 왔었고 벽지가 이미 충분히 대중화를 거친 상태에서 유입되었기에 벽지의 예술성을 높게 쳐주질 않지만, 본고장 유럽에서는 벽지도 하나의 예술적 가치를 지닌 예술품으로 쳐주고 있다. 프랑스 알자스 주에 위치한 '벽지 박물관(Musée du Papier Peint)'이 존재할 정도로 벽지의 가치를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실크(PVC) 벽지는 19세기 유럽에서 개발 되었으나 현재 유럽에서는 사용 금지 품목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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