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색
각색(脚色, Adaptation)은 원작이 있는 작품을 매체(연극, 드라마, 영화 등)에 맞추어 시나리오로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원작이 없더라도 실화를 바탕 영화의 경우, 실화를 매체로 만드는 작업을 각색이라 할 수 있다.
각색 과정에서 원작 내용 및 등장인물을 추가하거나, 삭제하기도 한다. 때로는 각색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 취향에 맞추어 원작의 주제를 바꾸어 놓기도 한다. 보통 각색했다고 말하면 원작을 최대한 재현하였지만 핵심적인 인물이나 중요 분기점을 변형한 허구의 것으로 본다.
목차
개요
각색이란, 어떤 매체에서 다른 매체로 옮긴다는 것을 뜻하며, 또한 기성의 예술 형태를 다른 예술의 방식으로 작업하여 재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영화의 대본인 시나리오로 그 무엇인가를 변형시킨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시나리오 작가의 개인적인 역량과 경험에 관한 일이다.
영화로의 각색의 대상이 되는 것 가운데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것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소설이다. 소설은 영화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상(원작)이 된다. 요컨대, 각색이란 변경·단순화·압축·제거 등의 필요에 따라 시도되어야 하는 드라마적인 변형, 즉 이를테면 '극적 허용(dramatic license)'의 문제인 것이다.
영화 속의 얘깃거리는 다양한 매체와 다기한 형태의 원작을 가질 수 있다. 서사만화(출판만화)와 희곡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연극·오페라·뮤지컬·퍼포먼스 등의 공연예술도 영화 제작을 위한 각색의 대상이 된다. 심지어는 신문기사·시(詩)·노래 등도 예외일 수 없다.
인종적인 편견의 시각을 논외로 한다면 초창기 영화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그리피스(D.W.Griffith)의 「국가의 창생(創生)」은 토마스 딕슨(T.Dixon)의 보잘것없는 소설 「클랜즈 맨(Klansman)」을 바탕으로 한 영화인 바, 원작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각색물이라고 할 수 있다. 르네 클레망(R.Clement)의 「목로주점」역시 에밀 졸라의 원작만큼이나 완벽함을 보였다고 평가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유현목의 「오발탄」·김수용의 「갯마을」·하길종의 「화분」등등은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로의 각색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은 가십이요 드라마는 스캔들이다, 라는 말이 있듯이, 각색은 고도의 압축과 첨예화를 필요로 한다. 가십이 두서없고 산만한 형태로 오래 지속되는 것이라면, 스캔들은 첨예한 형태로 들불처럼 사납게 빠른 속도로 번져가는 것이다.
원작보다 영화의 각색이 더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어떤 측면에서는 스캔들러스하다. 자연주의 연극은 어떤 정치적인 필요성과 만나게 되는데, 고리키의 희곡 「깊은 수렁」은 몇 년 후에 일어날 러시아의 봉기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장 르누아르는 또 다른 시대에 살면서 상이한 정치적 필요에 응답하는 가운데 고리키의 작품을 각색했다. 이 때는 프랑스의 인민전선이 발흥한 1935년이었고, 원작 고리키의 희곡에서는 다만 암시만 되었던 계급 간의 연합이 영화에서는 분명하게 드러났다.(송희복)
각색의 종류
충실한 각색 (the faithful adaptation)
영화에서의 충실한 각색은 원작 소설의 내러티브 요소들인 배경, 인물, 주제 그리고 플롯 등을 얼마나 원작에 근접하게 옮겨놓았는지'에 따라 각색영화의 가치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겠다.
충실한 각색으로 평가받고 있는 극장판 <오만과 편견>의 경우, 원작이 잘 스며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활자를 2시간의 영상으로 바꾸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을 텐데, 놓친 부분이 아쉽지 않을 정도로 각색이 뛰어나다. 무엇보다도 <오만과 편견>의 극장판은 속도감만을 자랑하지 않는다. 원작을 읽으면서 우리의 머릿속을 수놓았던 상상력을 가뿐하게 뛰어넘는 시적 영상미가 대단하다는 평을 받았다.
<다빈치 코드>는 사건을 추적하는 원작의 과정을 그대로 재현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양들의 침묵>이나 <본 콜렉터> 의 경우도 캐릭터와 사건을 빌려와 충실한 각색으로 영화화했다. 장편 소설 <양들의 침묵>의 세부적인 수사 과정은 생략했는데, 몇 줄의 문장으로 처리된 공간의 잦은 이동 등은 영상화했을 때 자칫 산만해보이고 상영 시간 안에 모두 포함시킬 수 없기 때문에 의미가 적은 수사 과정은 뛰어넘었다. <본 콜렉터>의 경우도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사건 중 하나를 생략시켰다. 삼십 권이 넘는 <꽃보다 남자> 의 경우도 굵직한 에피소드를 제외하고 생략하였다. 일본드라마의 경우, 시즌제가 있어 한국드라마보다는, 원작에 충실한 에피소드를 연출했다. 이러한 예들을 살펴보면, '충실한 각색'의 경우, 장편의 원작을 영상화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충실한 각색' 과 '다원적 각색'의 경계가 모호한 이유가 아마 '생략'으로부터 비롯된 것 같다. 생략의 공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하는 문제. '충실한 각색'의 경우, 장편의 원작에서의 생략이 수월하므로 몇 개의 에피소드를 지워버리고 개연성 있는 각색을 통해 생략되지 않은 굵직한 에피소드끼리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한 듯 싶다.
다원적 각색 (the pluralist adaptation)
영화가 그 자체로서의 독립성을 유지하며 존재하는 것을 강조함과 동시에 원작소설의 어조, 분위기, 정신 등을 영상을 통해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게 판단하는 관점이다.
드라마 궁(宮)을 예로 들어보면, 원작인 만화책으로 볼 때도 섬세한 의상표현과 궁중예절 등에 철저한 배경조사가 굉장히 탄탄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라마 궁(宮)에서는 이런 비쥬얼의 디테일한 부분을 충분히 소화했을 뿐 아니라 슬퍼해야할 장면에서도 코믹함을 유발해야내야 하는 만화의 특징을 브라운관에서도 기발한 재치로 승화시킨 연출이 돋보였다고 할 수 있다.
원작에 없던 테디베어를 소재로 이야기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해준 기법이었다. 이것은 OSMU(One Source Multi Use)와도 연결시킬 수 있는 부분인데 바로 드라마 '궁'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테디베어를 활용하여 설립된 제주도 테디베어 박물관이 꾸준히 관광효과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는 단편소설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에서 나이를 거꾸로 먹는 남자 라는 모티브를 빌려왔다. 그러나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은 분명히 다르다. 사건의 공간, 플롯, 캐릭터 등이 모두 바뀌었다. 영화는 주인공, 벤자민의 삶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가 그와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모든 인물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깨닫는 과정을 통해 주제를 전달하려 한 반면, 원작에서는 벤자민의 삶에 대한 고민보다는 특이한 출생으로 인해 빚어지는 표면적 삶에 집중했다. 따라서 그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원작과 영화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띠며 전개된다. <벌레 이야기>와 <밀양>도 마찬가지다. 아들의 유괴, 살인 그리고 그 속에서 빚어지는 종교와의 갈등 등을 따와 비슷한 분위기와 이청준 작가의 의도를 일부 가져왔다. 하지만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 주인공인 신애의 캐릭터 변화 등이 맞물리면서 원작과는 다른 결말과 주제를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였다. '충실한 각색' 과는 달리 단편소설이 영상화될 때 '다원적 각색'이 흔히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편의 원작을 2시간이 넘는 영상의 분량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여러 에피소드들을 추가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캐릭터, 그리고 기존 원작의 캐릭터에도 일부 변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변형적 각색 (the transformative adaptation)
마지막으로 변형적 각색은 영화 그 자체로서의 소설의 그늘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는 하나의 예술적 성취. 소설을 그대로 '번역하듯 영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완전히 새롭게 '변형'하는 기술이라고 파악하는 관점이다.
다른 말로는 창조적 각색 (the creative adaptation)이라고도 한다.
'변형적 각색'은 그야말로 캐릭터만 따온 것으로 원작과의 거리가 멀어 독립적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쾌걸 춘향> 의 경우, <춘향전> 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성격과 이름을 빌려와 현대극으로 바꾸었다. <장화 홍련> 도 자매와 계모라는 관계에서 오는, 다소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이용해 공포물로 거듭났다. <쾌도 홍길동>의 경우, 퓨전 사극으로 의적 홍길동을 현대적 인물로 재해석하였다. '변형적 각색'은 고전의 원작에서 캐릭터만 빌려 현대물 속 인물로 형상화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기존의 캐릭터를 차용하는 것은 새로운 캐릭터를 구상할 수고를 덜게 하고 그것을 현대화시켜 새로운 사건과 관계를 만드는 데 자유롭고 구애가 없는 편이기 때문에 '변형적 각색'은 고전의 전형적 인물을 현대화하는 데서 자주 이용되지 않을까 싶다.
각색작
영화
- 대부 (소설) → 대부(영화)
- 반지의 제왕 (소설) → 반지의 제왕 실사영화 시리즈
- 샤이닝 (소설) - 샤이닝(영화)
- 어둠의 심연 (소설) → 지옥의 묵시록
- 용의자 X의 헌신 (소설)→ 용의자X
- 호빗 (소설) → 호빗 실사영화 시리즈
- 일리아스 (서사시) → 트로이(영화)
- 타짜(만화) → 타짜(영화)
- 변태가면 (만화) → 변태가면(실사영화)
- 신과함께 (만화) → 신과함께(영화)
만화
- 분류:웹소설 원작 웹툰
- SKT - Swallow Knights Tales (소설) → SKT+
- 일리아스 (서사시) → 카산드라(웹툰)
드라마
- 얼음과 불의 노래 (소설) → 왕좌의 게임
- 궁(만화) → 궁(드라마)
참고자료
- 〈각색〉, 《나무위키》
- 〈각색〉, 《문학비평용어사전》
- 루나, 〈각색의 종류와 예〉, 《네이버 블로그》, 2010-03-30
- 내일은 네일왕, 〈각색의 3가지의 종류〉, 《네이버 블로그》, 2013-01-04
같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