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판구조
무량판구조(無梁板構造, flat slab structure)는 보가 없이 기둥만으로 건축물에서 오는 하중을 견디도록 설계하는 건축 구조이다.
건축물의 뼈대를 구성하는 방식의 하나로, 수평구조 부재인 보(beam)가 없이, 기둥과 슬래브(slab)로만 구성된 건축 구조를 말하며 평판구조라고도 불린다. 본래 교량 건설에 사용되던 방식으로, 오늘날에는 주택 등 일반 건축물에도 널리 적용되고 있다.
개요
건축공법은 최근 이슈인 무량판구조와 함께 벽식구조, 라멘구조(기둥식 구조) 등 크게 3가지가 주류를 이룬다.
먼저 무량판구조는 없을 無(무), 대들보 梁(량)이란 문자 그대로 대들보가 없는 대신 기둥이 슬래브와 직접 연결된 구조를 말한다. 보 없이 기둥만으로 슬래브를 지지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슬래브는 건축물의 천장이자 바닥, 보는 이동하는 하중을 지지하는 골조식 구조다. 초기에는 교량건설에 사용되던 방식이었으나, 최근에는 건축물, 지하주차장 건립 등에 널리 쓰인다.
무량판구조는 실제로 아파트 건축 트렌드로 급부상했고, 지난 2017년 이후 전국에 이 공법으로 건립된 단지는 293곳에 달한다.
벽식구조의 경우 기둥이나 보 대신 내력벽이 슬래브를 받치는 공법으로 한국 아파트 건설에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적용 단지의 예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가 있다. 라멘구조는 기둥과 보가 함께 슬래브를 지지하도록 건설하는 방법이다. 주로 타워팰리스 등 주상복합 아파트에 이 공법이 적용됐다
무량판구조는 먼저 공간 활용도, 층간소음 절감 등이 우수하다. 또 라멘구조보다 건축비 절감, 공기 단축에 용이하다. 물론 단순 경제성 측면에서는 대량 주택 신속 공급을 위해 도입됐던 벽식 구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 시간 측면에서 유리한 공법은 아니다.
무량판구조는 보 역할을 슬래브가 해주어야하는 만큼 철근 등 건설자재가 많이 필요해 벽식구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설비가 높지만 라멘 구조보다는 경제적이다. 하지만 내력벽 없이 기둥으로만 슬래브를 받치는 만큼 벽식 구조에 비해 리모델링도 용이하고, 내부 공간활용이 유리하다. 내력벽이 없어 실내를 넓게 활용할 수 있고 심미성이 높다는 평가다. 라멘 구조도 공간 활용도가 높지만, 무량판 구조는 라멘 구조와 달리 보를 설치하지 않아 층고를 줄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다시 말해 무량판구조는 공간을 넓게 쓸 수 있고 라멘 구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사비와 짧은 공사기간, 벽식 구조에 비해 뛰어난 층간소음 절감이 강점이다. 다만 무량판 구조는 불완전 시공 시 펀칭전단 현상에 취약해 과거 삼풍백화점, 2022년 광주 아파트, 2023년 인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펀칭전단이란 기둥이 큰 하중이 실려 그 기둥이 닿아있는 바닥이 마치 구멍을 뚫은 것처럼 파괴되는 현상을 말한다.
특징
크게 플랫 슬래브(flat slab)와 플랫 플레이트 슬래브(flat plate slab)로 구분한다. 플랫 슬래브는 보를 사용하지 않고 슬라브를 지지하는 기둥 주위에 지판(drop panel) 또는 주두(柱頭, column capital, 기둥머리)를 지지하고, 이 지판과 주두를 두지 않은 것을 플랫 플레이트 슬래브라고 한다.
층높이가 작을 때 유리하다. 보와 기둥으로 슬래브를 지지하는 라멘 구조와 비교하였을 때 보를 설치하기 위한 50~70㎝의 공간을 별도로 확보하지 않아도 되므로 층고를 줄일 수 있으며 보 설치 필요성이 없어서 공기가 단축된다. 내력벽이 필요하지 않아 실내를 넓게 활용할 수 있으며, 보가 없어서 심미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으로 쇼핑몰이나 백화점 등에 많이 사용되는 형식이었으나 2010년대 이후에는 평면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고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어 주거용 건물에도 사용이 늘고 있다.
그러나 보 역할을 슬래브가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두께가 두꺼운 슬래브가 필요하다. 1995년 기준 같은 조건이라면 들보가 받쳐주는 라멘 구조의 슬래브 두께가 12㎝라면 무량판 구조는 30㎝ 정도는 되어야 한다. 기사. 기둥 스팬이 라멘 구조에 비해 짧고, 기둥 개수가 늘어나고, 고층건물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무량판 구조를 주거용 건축물에 적용할 시 일반적인 벽식 구조와 달리 실내에 굵은 기둥이 튀어나온다는 단점과 함께, 벽이 내력벽이 아니기 때문에 벽간소음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보가 존재하지 않아 수평하중에 취약한 편이고 누진파괴(progressive collapse, 연쇄붕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진 발생이 잦은 일본 등지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구조이다. 한국에서도 순수 무량판구조의 사용은 드문 편이며, 전단벽으로 보강하여 지진하중에 대응하고, 기둥에 주두나 지판은 물론 철근 정착까지 해당 사항이 구조기준에 명시되어 있고 2방향 슬래브 전단강도 산출 공식도 도입되어 뚫림전단 파괴를 방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무량판 구조는 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기둥 주위의 슬래브에 구멍내거나 절단하려는 힘(전단력)이 크게 작용하므로 기둥 주변 슬래브 접합부를 보강해주어야 한다.
보가 존재하지 않는 특성상 에어 포켓이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뜬금 없이 건물에 무슨 에어포켓이냐 하겠지만,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를 보면 지하주차장 에어포켓이 아주 의미없지는 않다.
- 구조적 특징
수직재의 기둥에 연결되어 하중을 지탱하는 보가 없이, 슬래브와 수직 방향으로 설치된 기둥으로 상부 슬래브 등 건축물의 하중을 지탱한다. 건축 구조를 건물에 작용하는 힘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구분할 때, 보기둥 구조와 마찬가지로 축하중에 의한 구조방식 중의 하나이다. 슬래브에 발생하는 하중이 곧바로 기둥을 통하여 바닥에 전달되어 지반으로 내려가도록 하므로, 기둥과 슬래브의 안정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슬래브가 두꺼운 편이며, 슬래브를 지지하는 기둥의 두께와 개수 또한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특히, 기둥 주위에서는 슬래브를 구멍내거나 절단하려는 힘이 크게 작용하므로, 기둥과 슬래브 접합부 주변을 구조적으로 보강하기도 한다. 슬래브와 기둥의 접합부를 보강하는 형태에 따라 단순 무량판 구조, 드롭 패널(drop panel) 구조, 컬럼 헤드(column head) 구조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장점
보기둥 구조와 마찬가지로 내력벽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벽식 구조 대비 공각(벽 사이 공간) 확보에 유리하고, 기둥이 하중을 견디므로 리모델링 시 기둥만 잘 유지한다면 벽체를 옮기는 것도 가능해 공간 변화에 유리하다. 천장에 슬래브를 지탱하는 보를 설치하기 위한 별도의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아 층고를 낮출 수 있으며, 보가 없기 때문에 심미성이 뛰어나다.
단점
기둥과 슬래브가 만나는 접합부에 상부의 하중이 집중되기 때문에, 기둥의 직경을 늘리거나 컬럼 헤드식 또는 드롭 패널식 기둥을 설치하는 등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설계를 필요로 한다. 또한, 바람, 지진 등으로 발생하는 '수평하중'에 취약한 편으로 이를 보강하기 위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거나 시공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 보를 설치하기 위하여 수직 방향으로 공간을 별도로 확보하지 않아도 되지만 대신 안정성을 위해 두께가 두꺼운 슬래브를 필요로 하므로, 슬래브 제작 시 철근과 콘크리트가 많이 투입된다.
부실공사로 생기는 문제점
만일 이곳에서 연결부를 제대로 보강하지 않아 펀칭전단(punching shear, 뚫림전단) 현상이 일어날 시 상층부부터 떨어진 슬랩이 아래층까지 줄줄이 훑고 내려오는 연쇄 붕괴의 위험성이 존재한다. 그 유명한 삼풍백화점이 바로 이런 식으로 무너진 대표 사례다. 2023년의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사고 또한 지하주차장이라 단층이긴 했지만 동일하게 펀칭전단이 발생했다.
설계와 시공이 까다롭고 해당 구조식 건물을 시공할 때의 유의점이 있다.
건설사의 '기둥식 아파트' 마케팅으로 인하여 일반인들에게는 기둥이 존재하는 무량판구조 또한 층간소음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무량판 구조는 라멘 구조와는 달리 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벽식구조와 마찬가지로 층간소음에 취약한 편이며, 플랫 슬래브 구조 건물의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표준바닥구조의 플랫슬래브 구조의 슬래브 두께를 벽식구조와 동일한 210mm로 상향하였다.
2010년대 후반 이후 아파트를 지을 때 이 구조로 짓는 게 증가 추세에 있긴 하지만, 해당 구조는 1981년 하버 케이 콘도미니엄 붕괴사고의 하버 케이 콘도미니엄,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삼풍백화점, 2008년 나산백화점 철거 중 붕괴 사고(기사), 2021년 플로리다 챔플레인 타워 붕괴 사고, 2022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2023년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사고 때 해당 건물에 사용된 공법이었다는 이유로 이미지가 매우 나쁜데다(기사) 해당 사고가 났을 때 생존자가 거의 없는, 팬케이크 붕괴가 일어날 수 있고 비용 문제도 있다.
다만 위의 사고 중 삼풍백화점과 화정 아이파크, 검단신도시 GS건설 아파트는 부실공사, 불법 증축, 하중 초과, 양생규정 위반 등으로 인해 무너졌고 챔플레인 타워는 지반 침하 미보강에 의한 붕괴라서 구조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건설 과정의 탓이 크다. 2004년 입주한 아이파크 삼성 또한 순수 무량판 구조인데, 2013년 서울 삼성동 헬기 추락사고가 났음에도 구조적 문제 없이 건재한 모습을 볼 수 있으므로 법과 원칙을 지킨 무량판 구조 자체는 붕괴에 취약한 건 아니긴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설계자의 입장에서는 이 좋은 설계구도를 못 쓰는 게 답답할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건설현장의 현실은 대기업 아파트라고 할지라도 다단계 하도급, 용역문제, 비정규직은 커녕 일당제 노가다로 돌아가는 게 엄연한 현실이긴 하다. 설계대로 잘 시공되면 문제 없겠지만 설계대로 잘 시공될 리가 없다는 게 문제. 엄격한 견제로 한동안 통제를 할 수는 있겠지만 이 시공방식이 일반화되면 또 장난치는 사람들이 나오기 마련이고 시공단계에서 문제가 없다치더라도 건물주의 구조변경, 보수 미비등이 발생하면 끔찍한 대참사가 발생할 수 있는 공법인 것도 사실이다. 당장 미국에서도 건물주가 시의회에 로비를 하고 보수공사를 하지않아 아파트가 내려앉는 일이 발생해서 수십명이 죽었는데 한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사람들이 피하는 이유가 마냥 무지해서만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사고이후 발주처인 LH가 조사를 들어갔는데 91개 아파트를 샘플 검사한 결과 15개 아파트가 전단 보강근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LH에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해당 아파트를 시공/감리한 사람들을 모두 징계하고 수사/고발 하겠다고 말했는데, 더 큰 문제는 이게 시공사 문제는 5건, 설계단계에서부터가 문제가 10건이라는 점이라 무량판 구조의 건축물 설계능력에 대한 의구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제대로된 설계를 한다면 어디에서나 설계를 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자격증이 필요하며 고학력자들이 고연봉을 받는 설계단계는 그나마 신뢰를 받아왔다. 그 신뢰가 깨진 게 문제인 것이다.
LH가 문제를 일으켰으니 관피아가 문제라고 하지만 민간업체도 전직임원들이 이사나 사장을 맡는 설계사무소에 일감을 주는 건 마찬가지다. 이건 대리인 문제라고 경영학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보는 문제다. 월급쟁이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조직이라면 자신이 다루는 자금의 규모에 비해 보상을 얻는 건 정액이므로 기왕이면 뒷돈주거나 아는 사람 밀어주는 일이 발생하는 건 당연하다. 민간이건 공공이건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이건 이것대로 통제해야하는 문제지만. 이런 문제로 발생하는 주된 피해는 주주가 보는 것으로 공사대금을 부풀려 받는다는 식으로 이익이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지 이런식으로 기본적인 설계실수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 누가 사장이든지간에 실제 설계도를 그리는 설계자는 그동안 자격증을 가진 전문직인 만큼 신뢰를 받아왔는데 보강근을 그저 실수로 빠뜨리는 대형사고를 쳤다는 게 문제다.
뒷돈을 받았건, 아는 사람 밀어줬건 지금까진 부실공사 = 부실시공과 거의 동의어나 다름없었다. 발주한 LH도 설마 무너질 설계도가 올 줄 상상도 못했을 거고 이런 걸 감시하라는 감리 역시 자격증을 가진 전문직이지만 뭐가 문제인지 알아채지도 못했다. 아마 설계사가 어련히 알아서 잘 했겠지 라는 방심으로 대충 넘겼을텐데 당연한 처벌이지만 이 사람 역시 자격정지는 기본에 취소까지도 가능해 자기 밥줄이 끊기게 생겼다. 심지어 이 사건의 경우 시공상에 벌어진 5건의 철근누락 역시 최초로 했던 같은 구조의 다른 동의 건축 설계도에서 철근이 빠져있는 걸 보고 설계도 확인없이 지난번에 했던 시공과 똑같이 하느라 벌어진 일이라고 말하고 있어 설계도 자체의 문제를 부정할 도리가 없다.
일용직과 외국인 노동자들을 무자격 건설오야들이 지휘하는 건설현장의 실태 때문에 시공단계의 문제는 익히 예상되어왔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무량판 구조의 안전성은 의심받아왔다. 그러나 거기에 더해 설계단계에서조차 이런 있어서는 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는, 한국에서 무량판 구조 건축이 이루어질때 고려해야할 부실 지점이 또 하나 더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상술했듯, 제대로 건축되지 않았을 경우 무량판 구조는 다른 건축방식보다 훨씬 끔찍한 형태의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이 구조에 대한 불신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 국토부, 철근 누락 LH아파트 15곳 공개(2023)
국토교통부가 2023년 7월 31일 지하주차장 철근을 누락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5개 단지 및 해당 아파트 설계·시공·감리사를 공개했다. 이는 LH가 2017년 이후 무량판으로 발주한 91개 단지를 전수 조사한 결과다.
국토부의 발표에 따르면 철근이 누락된 아파트 단지 15곳 가운데 ▷파주운정(A34) ▷남양주별내(A25) ▷아산탕정(2-A14) ▷음성금석(A2 임대) ▷공주월송(A4임대) 등 5곳은 이미 입주를 마쳤다. 준공된 단지는 ▷충남도청이전신도시(RH11) ▷수서역세권(A3) ▷수원당수(A3) ▷오산세교2(A6) 등 4곳이다. 공사를 진행 중인 단지는 ▷양주회천(A15) ▷광주선운2(A2) ▷양산사송(A2) ▷양산사송(A8) ▷파주운정3(A23) ▷인천가정2(A1) 등 6곳이다. 부실은 설계·감리·시공 전 과정에서 발견됐는데, 15곳 가운데 10곳은 설계 과정부터 지하주차장 기둥 주변 보강 철근이 누락됐고, 5곳은 시공 과정에서 설계 도면대로 시공되지 않았다. 철근 누락 아파트 시공사는 대보건설, 대림건설, 삼환기업, 이수건설, 한신건설, 양우종합건설 등 13곳이며 설계도 각각 다른 업체가 했다.
동영상
참고자료
- 〈무량판 구조〉, 《두산백과》
- 〈무량판 구조 〉, 《나무위키》
- 〈무량판 구조〉, 《시사상식사전》
- 이호준 기자, 〈무량판 때문인가, 철근 누락 탓인가〉, 《한국주택경제》, 2023-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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