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괴물
특허괴물(特許怪物, 영어: patent trolling, patent hoarding, non-practicing entity, NPE)은 기술 생산력은 부재해 있지만 분쟁의 대상이 될 만한 가치 있는 지식재산을 저가로 매입하여 이를 토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여 엄청난 수익을 얻는 특허 전문 회사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처음에는 독특한 형태의 기업으로 간주되었지만 회사의 규모가 거대해지고 그 영향력 또한 증가하면서 '괴물'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개요[편집]
특허괴물은 개인 또는 기업으로부터 특허기술을 사들여 로열티 수입을 챙기는 회사를 일컫는 말이다. 특허권을 침해한 기업에게 소송을 제기하여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지 않고 특허권 또는 지식재산권만을 집중적으로 보유함으로써 로열티(특허권 사용료) 수입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특허관리 전문회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대량의 특허권을 개인 또는 기업으로부터 매입하거나 원천기술을 보유한 소규모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식으로 특허권을 확보한 후 특정기업이 특허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일 경우 그 기업을 상대로 사용료를 요구하는 협상을 하고,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수입금지·판매금지 소송 등을 통해 기업을 압박하여 막대한 보상금을 챙긴다.
1998년 미국의 반도체 회사 인텔(Intel Corporation)은 인터내셔널 메타 시스템스(IMS)라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생산업체의 특허권을 사들인 테크서치라는 회사에게 자신들의 특허기술을 도용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하였는데 당시 테크서치가 요구한 배상액은 특허권 매입가의 1만 배에 이르렀다. 당시 인텔 측 사내변호사로 활동했던 피터 뎃킨(Peter Detkin)이 테크서치를 가리켜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고 비난한 데에서 이 말이 유래되었다. 특허파파라치, 특허해적, 특허사냥꾼이라고도 불린다.
특허괴물은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미국 특허법이 특허권자의 권리를 강력하게 보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형적인 특허괴물로 꼽히는 특허지주회사 NTP가 캐나다의 무선단말기 제조업체인 림(RIM)의 '블랙베리 폰'에 소송을 제기하여 2006년 6억 1,250만 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세계적으로 위력을 떨치는 특허전문회사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등이 주도하여 2000년 창립한 인텔렉추얼벤처스(IV)를 비롯하여 무선통신분야에서 수천 건의 특허를 보유한 인터디지털, 모바일 이메일과 RF 안테나 분야 등에서 핵심 특허를 보유한 NTP, 생명공학 분야를 중심으로 다량의 특허를 보유한 아카시아 리서치, 소프트웨어 분야의 핵심 특허를 기업인수합병을 통하여 확보한 포젠트 네트웍스, 특허·상표·저작권 등 지식재산권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오션 토모, 모사드, IP밸류, 로빈슨 등을 꼽을 수 있다.
직접 제품을 제조하는 IT 선두권 업체들도 자체 원천기술과 특허권을 앞세워 특허괴물로 활약하기도 한다.
사업방식[편집]
특허괴물이 다른 기업간의 특허를 이용한 소송에 비해서 혁혁한 전과(?)를 올리는 이유는 위에서 적은 것처럼 생산공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크다. 보통 특허괴물은 여러 특허를 모으고 변리사를 고용해 자신의 특허를 사용하는 기업에 소송을 제기하는데 여기까지는 다른 기업들이 자신의 특허가 침해받았을 때 소송을 거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 소송을 건 측이 역시 생산공장을 두고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일 경우 소송에 걸린 쪽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특허를 뒤진 후에 적절한 특허를 찾아서 소송 건 측에게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송을 다시 제기한다. 이렇게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싸우다 보면 소송이 너무 커져봐야 서로 손해니 적절한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지고 적당한 수준의 배상금 내지는 서로간의 기술을 교환해서 사용한다는 크로스라이센스 협정으로 마무리를 짓는 것이 보통의 회사간의 특허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특허괴물식 싸움은 이처럼 서로 공격이 오가는 싸움이 아닌 본격 샌드백 치기 훈련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소송을 받은 회사 측이 특허 괴물의 공격에 '그럼 우리도 소송 걸어서 한번 싸워보지 뭐.'라고 생각하고 특허를 뒤져봐도 특허괴물 측에서 특허를 침해했어야 뭘 싸워보지...애초에 생산을 안하고 제품이 안 나오니 특허를 침해했을 리가 없다. 따라서 소송걸린 측은 일방적으로 두들겨맞다가 보통의 회사간의 싸움에 비해 훨씬 큰 배상금을 내주고 GG치는 것이 일반적인 특허괴물의 소송에 의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일반인들의 인식에서는 램버스가 가장 대표적인 특허괴물로 통한다. 메모리 관련 기술특허를 싹쓸이한 뒤 다른 기업한테 비싸게 판다. 그리고 자신의 기술과 연관되어 보이면 특허 침해했다고 징징거리면서 소송 낸다.
램버스는 정확히 특허괴물의 정체에 부합한다. 램버스는 상업 생산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램버스는 대표적인 팹리스 기업으로 램버스는 자사의 특허권이나 저작권을 통한 제품을 절대 만들지 않는다. 철저하게 자사 특허권이나 저작권을 타 회사에 비싼 가격에 라이센싱하여 위탁생산을 하거나, 약간의 특허 침해 건수만 보이면 무조건 소송을 내가지고 해당 회사를 괴롭히는 것이 램버스의 사업 아이템이다. 큰 회사면야 소송을 끝까지 갈 수도 있지만 약간만 체급이 낮거나 큰 회사라도 대형 소송에 휘말려서 몇 년동안 소송만 신경쓰게 되면 해당 회사의 사업을 정지시킬 수 있다.
특허괴물이라는 정의 자체가 램버스의 사업 아이템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다. 기술 시제품을 만들고 특허권을 취득하거나, 기존 자사의 특허에 부합하는 특허권, 저작권 등을 취득한 이후에,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활용한 상업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닌, 지적재산권을 유통하거나 지적재산권의 독점을 통한 라이센스 수익 또는 법정 분쟁에 따른 소송 수익으로만 사업을 하는 것이 특허괴물의 정의이다.
왜 팹리스 기업들이 특허괴물로 진화하는 경우가 많을까? 팹리스 기업들은 자사의 설계가 타사의 제품을 침해하더라도 위탁생산자한테 책임을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견해[편집]
도덕적인 문제로 많은 지탄을 받는 특허괴물이지만 사회적인 기능도 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개인 발명가나 대학, 연구기관의 특허를 제조업계에서 잘 사주지 않기 때문이다. 한술 더 떠서 특허출원한 내용을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회피하거나 아니면 대놓고 베끼더라도 막대한 소송 비용과 긴 시간, 복잡한 절차 때문에 발명자로서의 권리 행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허괴물은 상품화나 개발 비용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기 때문에 특허를 쉽게 사주는 업계 큰손으로 작용한다. 실용화까지 갈 길이 멀어 아무도 고려하지 않는 특허권까지 사 준다! 그리고 특허괴물이 특허를 재깍재깍 사 주기 때문에 발명가들은 자금 순환이 훨씬 원활해지고, 더욱 활발한 발명 활동을 할 수 있다.
미국 연방특허항소전문법원(CAFC) 법원장이였던 레이더(Randall R. Rader)는 2000년대 초반 특허 괴물(Patent Troll) 논쟁이 한창일 때 "내민 손이 파란색이냐 아니면 빨간색이냐를 가지고 판결하지는 않는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특허 괴물'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비제조 특허수익화 전문기업(NPE, Non-Practicing Entity)'의 권리행사를 부당, 불법한 것으로 제한하지 않고, 그 특허권의 행사가 정당한 특허권의 행사인지, 아니면 부실한 권리에 바탕 한 불법, 부당한 권리행사인지를 보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결국, 특허권리행사의 부당성, 불법성을 보고 판단하지, 권리행사 주체가 제조업체(PE)인지 비제조업체(NPE)인지를 구분해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전 세계 특허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NPE를 '특허 괴물'이라 공격하는 시각이 있다. 자극적, 감성적 접근이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인 A사의 예를 들어보자. A사가 연 수백건의 특허공격에 시달린다거나 A사의 전 IP 최고 담당임원이 '특허 괴물'이 되어 자기가 속해 있던 기업을 공격한다는 등 국민의 감성을 자극하는 기사가 연일 쏟아진다. 하지만, 글로벌 IT 대기업인 A사는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상, 태생적으로 특허소송에 자유로울 수가 없다. IT제품 특성상 하나의 제품에 수십 내지 수십만개의 특허가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애플, 구글, 인텔, 화웨이 등도 예외가 아니다.
'특허 괴물'이란 용어는 1998년 인텔과 NPE인 테크서치와 특허분쟁에서 탄생했다. 인텔의 고위임원이던 피터 데트킨(Peter Detkin)이 테크서치의 정당한 특허권 행사를 악의적으로 '특허 괴물'이라 칭하며 처음 사용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특허 괴물'이란 말을 탄생시킨 데트킨이 NPE로 이직해 활동해도, 애플, 구글이 NPE와 특허소송에 시달려도 이를 당연한 경제활동으로 여긴다. '특허 괴물'도 거친 레토릭에 불과하다. 특허를 가지고 있지만 직접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라이센싱, 특허소송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관을 보다 중립적인 용어인 NPE(Non-Practicing Entity) 또는 PAE(Patent Acting Entity)라 부른다. 이를테면 대학, 연구기관 등도 NPE의 일종이다. 미국, 유럽에서는 NPE 산업을 '특허 괴물' 활동이 아닌 정당한 비즈니스로 인정한다.
오히려 대학, 연구기관, 개인발명가,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은 NPE를 '특허 천사(Patent Angel)'라 부른다. 소송 수행 능력과 수익화 경험, 자금 등이 부족한 자신들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연구 투자한 결과물인 특허로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보호해 주기 때문이다. 특허권의 실시(라이센싱, 매각 등)를 도와 다시 그 수익으로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것도 도와준다.
글로벌 기업, 특히 IT 기업들도 특허소송이 기업경영의 상수가 된지 오래다. 이 때문에 NPE를 특수목적법인(SPC) 형태로 직접 설립, 운영하기도 한다. 때로는 NPE와 제휴해 경쟁기업을 정당하게 공격하기도 한다.
NPE는 그 권리행사가 부당, 불법인 경우에만 비난받고 제한받아야 한다.
특허권의 권리범위를 넘어선 권리행사, 하자가 있는 부실한 특허에 기반한 권리행사, 특허권자와의 시장에 대한 정보비대칭성을 악용하여 특허권자로부터 과도한 이익을 편취하는 권리행사 등은 '특허 괴물'로 당연히 비난받을 수 있다. 이런 부당한 권리행사에 대한 비난, 제한은 제조업체(PE)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한국 기업의 NPE 소송은 대부분 미국시장, 유럽시장에서 벌어진다. 그 소송을 담당하는 기관은 한국법원이 아닌 미국, 유럽법원이다. 그들은 NPE 여부에 상관없이 특허권과 제품만 놓고 침해 여부, 손해 배상 등을 판단한다. 그것이 세계 특허시장의 룰이다. NPE를 무작정 '특허 괴물'이라 부르는 감성적 접근보다, NPE가 가진 본연의 역할을 직시하고 세계 시장에 맞는 눈높이의 냉철하고 균형된 시각이 요구되는 이유다.
한국은 세계 출원 4위, 연구개발(R&D) 투자 100조원이 넘는 지재권 대국이자 R&D 강국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 및 연구기관을 대변할 수익화 전문기업인 NPE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민간금융기관이나 연기금의 지적재산권 수익화에 대한 투자나 NPE 육성 투자도 외국과 비교하면 사실상 없다 해도 무방하다.
반면 미국은 수백 조원의 월가 자금이 300여개 NPE에 투자된다. 자연스레 세계 특허질서를 주도한다. 캐나다 연기금도 최근 자국 휴대폰 회사인 블랙베리의 모바일 특허 수익화를 위해 자국계 NPE에 거액을 투자했다.
활동[편집]
특허괴물은 주로 미국에서 활동한다. 미국은 특허 무효율이 20%가 안 되기 때문에 마음놓고 소송을 낼 수 있다. 물론 램버스처럼 과할 정도로 소송을 남발하는 회사가 20%에 대부분 들어간다. 결국 램버스의 소송의 근거가 되었던 특허 3개가 전부 무효화당했다. 거기에 또다른 밥줄이 될 예정이었던 DDR4 기술은 아예 삼성전자가 선수쳐서 거의 모든 기술특허를 가져가 버렸다.
2015년 2월에 애플도 아이튠스 특허 침해로 5억 달러 이상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는데, 법정공방 당시 애플은 상대측인 스마트 플래시를 특허괴물이라고 주장하며 특허권 무효를 주장했었다.
일본에서는 활동이 쉽지 않다. 코나미를 보더라도 리듬게임 하드웨어 특허 범위 적용이 애매하다. 즉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특허 침해를 방지한다.
한국이나 중국 등에서는 특허소송에 대해 특허 무효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 특허괴물로 먹고 살기 어렵다. 한국은 특허 무효 인용률이 40%를 넘는데, 이는 한국의 특허심사가 매우 부실해 아무 기술에나 특허를 내주기 때문이다. 중국은 더 심해서 특허 무효율이 95%쯤 된다.
최근에 마인크래프트의 최초 제작자 노치가 특허 괴물기업인 Uniloc에게 고소를 당했다. 노치는 그 녀석에게 1센트도 가져가게 하지 못하게 맞고소하겠다고 말했다. 노치 외에도 Halfbrick(후르츠 닌자 제작사), 게임로프트, 스퀘어에닉스, EA 등 고소당한 기업이 다수 있다. 이후 마인크래프트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되면서 소송은 흐지부지된 듯.
닌텐도의 경우 여느 특허괴물들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닌텐도는 게임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는 특허는 물론이고 터치스크린 관련 특허 같이 다른 분야에까지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특허도 매우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닌텐도는 게임산업 발전이라는 대의를 표방하며 이러한 특허들을 타사들이 단순히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특허침해 주장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닌텐도의 특허를 아예 자기네 특허라고 주장하며 이익을 취하려는 기업이 나타나면 그때는 제대로 실력행사에 들어간다. 대표적인 기업이 코로프라.
참고자료[편집]
- 〈특허 괴물〉, 《위키백과》
- 〈특허괴물〉, 《나무위키》
- 〈특허괴물〉, 《두산백과》
- 천세창 변리사, 〈'특허 괴물'? 그 오해와 실체〉, 《프레시안》, 2022-02-07
같이 보기[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