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반침하
지반침하(地盤沈下, subsidence of ground)는 일반적으로 지반이 각종 요인에 의해 침하하는 현상의 총칭이다. 자연 현상으로서는 지각 변동 · 해면 상승 등이나 재해에 의한 지변을 들 수 있다. 인위적 요인으로서는 지하수의 과도한 양수나 매립 하중에 의한 침하, 굴착에 따른 침하가 있다. 구조 설계상은 즉시 침하 · 압밀 침하로 나누어서 생각되는 경우가 많고, 고른 침하와 부동 침하에 대해 검토된다.
땅 속을 흐르는 지하수가 흙과 모래를 쓸고 가면 지하에 공간이 생길 수 있다. 흔히 도로포장 등 개발 사업을 원인으로 이렇게 지하수 흐름이 왜곡되면 지하 지반의 흙들이 쓸려 내려가 지반침하를 유발할 수 있다.
도로공사나 택지 개발을 할 때 지반을 제대로 다지지 않고 포장을 한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이로 인해 침하가 발생해 아파트 담장이 무너지거나 단지 내 도로가 침하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세간에서 흔히 싱크홀이라 불리는 지반침하 현상이다.
원인
자연적인 요인
이는 주로 석회암이 분포된 지역에서 발생되는 현상으로 지하수에 의한 용해작용으로 지하에 공동이 만들어져 그 공동이 함몰되어 일어나는 지반침하이다. 사실 순수한 물과 암석이 반응할 경우 암석의 용해도는 매우 낮다. 그러나 탄산염암 즉 석회암의 경우 빗물에 들어있는 탄산(H2CO3)에 의해 용해되는 속도는 상대적으로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석회암 지층에 생성된 깨진 틈(열극)을 따라 들어간 빗물에 의해 용해가 시작되며, 용해된 공동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확장되어 동굴을 만든다. 우리는 이런 석회암 동굴을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지표에서 석회암이 이런 화학적인 용해작용으로 침식되는 속도는 1천 년 당 10mm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가 느끼기에는 매우 느린 속도이다. 그러나 지질작용이 일어나는 시간이 수천만 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임을 고려하면 결코 그렇게 느린 속도로 진행되는 용해반응이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낸다. 그게 지질 작용의 특성이다.
느린 것 같지만 결코 느리지마는 아닌 그런 속도로 일어나는 지하수의 용해 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틈은 시간이 경과되면서 확장되고, 틈이 확장되면 유체의 이동 속도는 증가되면서 용해 속도는 더 빨라지게 되면서 동굴의 규모로 확장된다. 이런 곳에서는 수계는 교란되며, 하천은 사라지고 어디선가 갑자기 샘으로 흘러나오기도 한다. 이런 지형을 카르스트(Karst)라고 부른다. 이런 카르스트 지형을 나타낸 다음 그림을 보면 카르스트 지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석회암이 넓은 분포를 보이는 강원도에 만들어진 카르스트 지형에서는 함몰된 분지인 싱크홀을 심심치 않게 관찰할 수 있다. 아마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사북의 민둥산일 게다. 굳이 민둥산으로 예를 드는 것은 그 산은 가을철 억새축제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민둥산을 내려오다 보면 여러 개의 싱크홀로 만들어진 제법 규모가 큰 함몰지를 볼 수 있다. 적어도 그런 자연 경관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는 눈에 띄는 지형이다. 싱크홀이 사람들이 살지 않는 곳에서 만들어지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싱크홀은 지질학적 조건만 갖추어지면 어디에서나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곳에서는 바로 재해로 연결되기도 한다.
인공적인 요인
지반침하는 많은 경우 인공적인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지하 저장소로부터의 유체의 제거로부터 기인된다. 그리고 이에 못지않게 지반침하의 원인을 제공하는 게 지하수 과다 채수이다. 주변에 하천이 없는 건조한 지역에서는 만약 지하수체가 있다면 이를 개발해서 사용을 한다. 지하수를 이용한 관개시 지하로 함양되는(보충되는 스며드는) 물의 양보다 더 많은 량을 채수하여 농경에 사용하는 경우 지하수체(水體)를 감소시켜 계속적으로 지하수면을 낮추게 된다. 연구가 잘 된 미국의 경우 전체 관개 면적의 약 1/5이상에 해당되는 지역에서 지하수의 재충전 속도를 상회하는 지하수를 관개용으로 취수하고있다고 한다. 이런 지역은 매년 지하수면이 내려가고, 심한 경우에는 수자원의 고갈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지하수체에서 사용되는 량을 보충하지 못하여 일어나는 지하수면이 내려가는 예는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농업용으로 지하수의 과다 사용에 의한 지반침하의 대표적인 예는 미국 캘리포니아 샌 호아킨 계곡(San Joaquin valley)에 있다. 태평양 연안쪽으로는 다이아블로 산맥이 샌프란시스코 남쪽으로 발달되어 있다. 그 산맥을 넘으면 동쪽으로는 시에라네바다산맥으로 둘러 싸여 있는 낮은 분지가 있다. 이 분지를 샌호아킨분지라고 한다. 이 지역은 매우 건조한 지역으로 강수량이 250mm 이하로 적은 지역이나, 토지는 상대적으로 비옥하여, 물만 있으면 농경지로서 적합한 곳이다. 그런 땅을 놀려 둘리 없다. 서부로 이동하던 백인들의 눈에는 천혜의 장소로 여겨졌다. 다행스럽게도 강수량은 적었지만 시에라네바다의 높은 사이 눈이 녹은 물들이 지하로 공급되는 지역이므로 처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들이 그곳에 정착하면서 농경지가 늘어나게 되자 강수량이 적은 이 지역에 흐르는 하천으로는 영농에 필요한 물이 크게 부족하였으므로 지하수를 사용해야만 되었다. 캘리포니아 포도주는 거의 다 이 지역에서 재배되는 포도원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다. 오렌지 등의 과수원과 토마토와 상추 드으이 야채들이 대규모로 재배되었다. 싼 노동력이 멕시코로부터 공급되는 그런 지리적인 이점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경작지의 면적이 증가되면서 농사에 필요한 지하로부터 채수되는 물은 자연이 보충해주는 량을 초과해서 사용하는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이때부터 이 지역에서 농경지가 가라앉기 시작하였다. 이 지역의 잘 가꿔진 농장은 지반침하를 대가로 치르면서 조성된 것이었다.
지하수 과대 취수로 인한 지반침하의 예는 샌호아킨계곡이 유일한 예는 아니다. 중국의 북경과 멕시코시티가 또 다른 예에 해당된다. 북경보다 더 심각한 곳은 멕시코시티이다. 멕시코의 수도가 자리한 위치는 원래는 내륙분지로 된 습지 위에 건설된 도시이다. 멕시코시티는 1325년 아즈텍 시대의 사람들에 의하여 건설된 도시이다. 당시 이 일대는 화산으로 둘러 싸여 있는 호수로 호수 안에 있던 몇 개의 섬 위에 건설되기 시작하였다. 도시의 규모가 작았을 때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도시가 빠른 속도로 팽창하면서 이 도시는 필요한 물을 지하수에 의존하게 되었다. 1850년대까지도 이 분지에는 대수층으로부터 저절로 솟아오르는 샘물이 140여 개나 있었다. 그러던 대수층이 시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1922년까지 이 지역 대수층의 지하수면은 35m 이상 하강하였다고 한다. 그러자 지하수 채취를 위한 우물의 깊이는 점점 더 깊어만 갔다. 늘어나는 인구의 용수의 공급을 위하여 멕시코시는 1940년대 100여 개의 심부 우물을 다시 파야만 했다. 결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도시의 바닥에 들어있던 물이 빠지자 지하수면이 내려가는 것은 물론이고 도시전체의 지반침하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침하된 깊이는 지역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최대 10m에 이르는 곳도 있어 그런 지역에서는 구조물의 균열이나 파손이 발생하여 사회적 간접비용의 지출을 늘리는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도시의 지반침하를 막기 위하여 1954년에는 도심의 우물을 모두 폐쇄하고 그 대신 도시의 외곽지역에서 대규모 우물을 팠다. 그 결과로 도심의 지반침하 속도는 현저하게 줄어들었지만 새롭게 개발한 우물이 있는 외각지역의 지반 침하속도는 크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학자는 1999년도 기준으로 채수량을 유지하는 경우 2010년대에 지반침하는 최대 15m에 이르리라고 예측하였다. 이런 예측은 부분적으로 사실로 드러났다. 수요 증대에 따른 채수량의 증가로 다시 외각 지역은 지하수면 곳에 따라 부등침하로 나타나 건물이 기우는 등의 재해로 연결되었다. 소모량이 재충전량을 초과하는 한 세상에 마르지 않는 샘이란 있을 수 없다. 이는 자연스럽게 결국 지하수 자원을 고갈시키는 길로 지반이 가라않는 길로 가게 만든다.
그렇다면 지하수의 제거는 왜 침하로 연결되는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들 것이다. 그건 비교적 간단하게 설명된다. 미고결 퇴적층을 채우고 있던 지하수는 상부의 퇴적층 혹은 구조물이 주는 압력은 지지해주는 원동력이었다. 물이 포화된 퇴적물들의 입자는 다음 그림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공극을 채워 입자들 사이를 떨어지게 해 열린 공극을 만들며 높은 수압을 유지시켜준다. 그러나 지하수(다른 유체 포함)를 제거하면 감소되면서 공기로 공극이 채워지게 되면 체적의 감소가 일어난다. 당연한 결과로 지반침하를 유도하게 된다.
지하 저장소로부터 유체의 제거에 기인되는 지반침하의 다른 예로서는 유전지대에서 과다한 원유와 가스 채취에 의해 발생되기도 한다. 원유와 가스 채취에 의해 발생되는 지반침하는 지하수의 채수에 의해 일어나는 지반침하의 경우와 동일한 기작으로 일어난다. 이런 침하의 결과 1963년 12월 14일 그 지역 발드윈힐스댐(Baldwin Hills Dam)이 붕괴되면서 950,000 m3의 물이 일시에 밀려 나오면서 재해의 원인이 되었던 미국 캘리포니아 잉글우드 유전(Inglewood oil field) 지대의 예가 대표적이다.
지반침하는 비단 유체의 제거에서만 기인되는 것은 아니며 광물자원의 채광으로 지하에 거대한 공동이 만들어지면서 공동의 붕괴에 따른 지반침하가 세계 도처에서 발생되고 있다. 이런 유형의 광산으로는 암염과 석탄광이 대표주자이다. 국내에서도 과거 석탄광을 개발했던 지역에서 심심치 않게 지반침하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암염광상이 없지만 외국의 경우 암염광상에서 채굴적의 붕괴에 따른 지반침하가 여러 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암염광산에서 소금 채취는 광상에 물을 주입시켜 소금을 용해시킨 물을 회수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이런 방법은 채굴적 안전을 위해 지주를 남겨 놓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의 지반침하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 루이지애나의 페뇌르 호수(Lake Peigneur)의 제퍼슨섬에 있는 암염광산에서 1980년 11월 21일에 일어난 침하는 인간의 사소한(?) 실수에 의해 일어난 일이기도 하다. 이 호수는 평균 심도는 1m 내외의 얕은 호수였지만 면적은 455 ha로 제법 넓은 호수였다. 이 호수의 제퍼슨섬에서 석유 탐사를 하던 시추공의 위치 선정이 잘못되면서 호수 아래에 가행중인 암염광산의 갱도를 지나가게 되었다. 시추공으로 유입된 담수는 암염을 녹여 대규모의 공동이 만들어졌고 그 결과로 상부의 사건이다. 이때 암염광산으로 유입된 물의 양은 대략 1천5백만 m3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소금광산은 더 이상 가치가 없어졌으며 시추를 했던 석유회사는 암염광산에만 3천만 불의 배상금을 지불해야만 했다.
이와는 다른 지반침하도 있다. 동토지대에서 일어나는 지반침하가 그것이다. 동토지대는 토양이 얼어있다. 기온이 상승되면서 해빙되면서 일어나는 침하가 그것이다. 그런 현상으로 잘 알려진 예가 동토지대의 삼림에서 관찰된다. 동토지대가 해빙되면서 나무들이 제멋대로 기울어지게 되어 이런 숲은 흔히 "술 취한 숲, drunken forest"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침하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일어나면 건물의 균열을 초래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주택의 붕괴를 초래하기도 한다.
참고자료
같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