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기장
부기장(Copilot)은 주조종사인 기장을 보조하는 항공기의 조종사이다. 정식 명칭은 부조종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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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부기장은 항공기 내의 최고책임자인 기장의 보좌를 맡고, 기장 업무를 대행하는 조종사이다. 당연히 항공기에 대한 권한은 없다.[1] 주 업무는 기장과 마찬가지로 항공기 운항장치의 조정을 필두로 비행에 필요한 서류와 기타 제반 절차 준비, 기상과 운항 관련 자료의 확인, 항공기 운항과 관련된 각종 계기 수치 확인 및 보고를 담당한다. 조종실에서 앉는 위치도 정해져 있는데, 부기장은 항공기 진행 방향의 오른쪽에 앉는다. 또, 부기장 어깨의 견장에는 줄이 세 개이다.[2] 한편, 흔히 쓰이는 부기장이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못한 표현이다. 부기장이라는 말보다는 부조종사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부기장이라는 말은 기장 아래 계급을 의미해 관습적으로 높혀 붙이거나 항공사에서 부장, 과장 등의 직책을 대신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확하게는 부조종사로 부르는 것이 올바르다.[3]
업무
부기장의 주요 업무를 짧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비행에 필요한 제반절차 및 서류를 준비하고 기상 및 운항에 관련된 자료를 확인한다. 항로, 기상 조건, 운항 계획 등에 관하여 운항관리사와 협의. 또한 항공기의 외부 상태, 연료 탑재량, 각종 설비의 정상 가동 여부 등을 점검하여 운항일지에 기록하고 항공기의 이착륙 및 비행 시 각종 계기의 수치를 확인하여 기장에게 보고하며 조종 장치를 주시한다. 만일 기장의 조작 상황이 항공기의 안전운항에 영향을 줄 정도로 위험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이의 시정을 건의하기도 한다.[4] 부기장이라고 해서 항공기 조종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여객기, 민항기는 두 명이 운항한다. 항공기 제작사들은 항공기의 제작 단계에서부터 두 명이 운용할 수 있게 디자인한다. 이를 투 파일럿 콘셉트라고 한다. 그리고 이 두 명의 조종사가 비행의 각 단계에서 어떤 작업을 할지 절차화해 놓았다. 한쪽은 PF(Pilot-Flying) , 다른 한쪽은 PM (Pilot-Monitoring)으로 두 가지 작업이 있다. 조종실에 들어가면 두 명의 조종사는 기장, 부기장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PF, PM으로 구분된다. 말 그대로 PF는 비행을 하고, PM은 모니터링(감시)를 한다. 기장만 PF를 하고, 부기장은 PM만 하는 것도 아니다. 기장과 부기장은 이 중 하나를 골라 일을 하고, 통상 번갈아 가면서 비행을 한다. 김포-제주-김포의 왕복 비행을 할 경우 갈때는 기장이 PF를 하고 돌아올 때는 부기장이 PF를 하는 식이다.[5]
자격
조종사 면허에는 운송용조종사(ATPL: Airline Transportation Pilot License)ㆍ사업용조종사(CPL: Commercial Pilot License)ㆍ자가용조종사(PPL: Private Pilot License)가 있다. 여기서 민항기 조종사가 되려면 건설교통부 항공교통안전공단에서 보는 '사업용조종사 또는 운송용조종사' 면허를 따야 한다. 그런데 이 면허는 상당히 복잡할 뿐더러 사업용조종사 또는 운송용조종사 면허뿐만 아니라 특정 기종만 조종할 수 있는 한정면허가 있다. 응시 자격 또한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했거나 한국항공대학교, 한서대학교 항공운항학과를 졸업했거나 외국에서 면허를 따야 하는 조건이 있다. 또, 기종별 운송용조종사 면허를 취득했다 하더라도 실제로 항공기를 조종하려면 정기적으로 항공기승무원 신체검사증명서를 교부받아야 한다. 부기장이 되려면 사업용조종사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부기장이 기장이 되려면 사업용조종사 면허를 취득하고 일정 시간 이상의 비행 경력을 갖춘 후에야 한 단계 상위 급수인 운송용조종사 면허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즉, 부기장은 상업용면허와 해당 항공기의 한정면허, 기장은 운송용면허와 해당 기종 한정면허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항공기는 기종별로 조종사면허 체계가 모두 제각각이다. 자동차처럼 대형면허가 있으면 소형차는 무조건 몰 수 있는 것과는 다르다. 가령 B747 기장을 하다가 항공사 사내 사정으로 A300으로 옮겨 가면 항공기가 작아졌는데도 면허를 다시 따야 한다.[6]
채용 확대
이스타항공은 2013년 운항조종사 인력수급 및 예비조종사들의 민간항공 취업기회 확대를 위해 신규 수습 부기장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프로그램 진행 취지는 저가항공사들이 겪고 있는 부기장들의 이직 문제를 해결하고, 민간항공사 취업을 준비하는 후보들에게 취업 확대의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2013년 이스타항공은 2013년 8월 채용공고를 통해 신청자 133명 중 28명의 교육생을 선발했다. 이들은 2년간의 고용 및 교육 계약을 맺고 10월부터 2개 차수로 나뉘어 입사 후 민간항공 부기장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이스타항공의 수습부기장 교육 프로그램은 기존 입사 지원요건을 대폭 완화한 것으로써, 기존의 이스타항공 부기장 지원요건 중 하나인 최소 250시간의 비행시간과 B737 한정자격 소지 부분을 완화해 사업용, 계기비행, 멀티비행 자격을 소지한 자이면 지원이 가능하게 했다. 이를 통해 국내 대학과 다수의 비행학교에서 졸업하는 많은 민간항공 부기장 지원 후보자들의 항공사 조기 취업의 확대와 사업용자격 취득 후 항공사 지원요건을 갖추는데 필요한 4000만원 정도의 경비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기대 효과가 있다. 통상 항공사 지원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250시간 취득 훈련비 2,000만 원과 해외에서 B737 한정자격 취득에 필요한 훈련비 2,000만 원이 소요된다. 수습부기장 교육 프로그램은 기존의 입사 조건들을 사전에 갖추지 않은 교육생들을 모집하여 자체적으로 교육시키되 해당 교육에 필요한 경비는 교육생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타 항공사의 경우 훈련에 소요되는 경비를 교육 중 급여에서 공제하는 방식 등을 적용하고 있지만 이스타항공은 자비부담 교육비용을 8,000만 원으로 설정하고 이를 교육 기간 중 분납하게 된다. 또 교육생들은 입사 순간부터 수습부기장과 부기장에 해당하는 임금과 수당을 받으며, 계약 기간인 2년 내 1000시간의 부기장 비행시간을 갖추게 된다.[7]
사건사고
1997년 8월 6일 서울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미국령 괌에 도착 예정이던 대한항공 801편 비행기가 괌에 접근 중 추락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는 승객 254명 중 228명이 사망한 안타까운 사고이다. 당시 괌 공항에는 시정이 좋지 않을 때 항공기의 접근 경로를 조종사에게 알려주는 계기인 글라이드 슬로프(Glide Slope)라는 장치가 고장이 난 상황이었다. 운이 나쁘게도, 대한항공 801편이 괌 공항에 접근할 때 괌 공항은 짙은 안개로 인해 시정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글라이드 슬로프가 고장이 났다고 하더라도 다른 계기를 이용해 시정이 나쁜 공항에 착륙할 방법은 있었다. 기장과 부기장은 이 모든 상황에 대해서 착륙 준비 전에 알고 있었다. 착륙 준비 전 기장과 부기장은 '어프로치 브리핑(Approach Briefing)'을 하는데, 이때 기장은 괌 공항의 글라이드 슬로프 고장과 시정이 좋지 않은 기상 조건을 언급했다. 그래서 VOR이라고 하는 다른 종류의 기계를 활용해 착륙을 시도할 것을 계획했다. 이런 것들이 사고 후 발견된 블랙박스 조종실 음성기록장치에 기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당시 PF를 담당하던 기장은 피곤함 때문이었는지 착각을 일으켰다. 잘못된 신호를 지상에 보내고 있던 것이다. 글라이드 슬로프가 고장났을 때는 이 신호가 잡힌다 하더라도 무시하고 정상절차를 따라야 했지만 기장은 이 신호에 신경을 쓰느라 정상 착륙 절차에 집중하지 못했다. 사고 조사를 맡은 항공당국은 기장이 공항 3마일 앞에 있는 VOR장치를 활주로로 착각했다고 추정한다. 대부분의 공항에서 VOR이 활주로 근처에 위치하고 있기는 하지만, 괌 공항은 3마일이나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활주로보다 훨씬 높은 고도에(니미츠힐) 설치되어 있었다. 이런 기장의 착각으로 인해 사고기는 괌 공항 인근에 추락하고 말았다. 문제는 비행기가 추락하기 전에 조종석에 타고 있던 부기장과 항공기관사가 기장의 실수를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접근을 시작하면 비행기는 계단식으로 내려간다. 지상의 장애물과의 안전거리를 확보하면서 점점 활주로에 다가가는 방식이다. 그래서 활주로 주변에 충분히 접근하고 고도가 낮아진 상태가 되면 조종사는 육안으로 활주로를 찾는다. 활주로를 식별하면 활주로에 착륙할 수 있다. 첫 번째 차트에 'M'자로 표시된 'Missed aproach point' 지점까지 갔을 때도 활주로를 보지 못했다면 착륙포기를 하고 복행(GO Around)을 해야 한다. 부기장은 해당 고도에 도달했을 때 활주로가 보이지 않자,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이때 부기장은 기장에게 "고 라운드!(Go around!)라는 스탠다드 콜아웃을 했어야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블랙박스에 저장된 부기장의 말은 "안 보이잖아?"라는 애매한 혼잣말이었다. 충돌 40초 전이라면 충돌을 피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었다. 부기장은 기장이 잘못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지 않아서 혼잣말하듯 말하여 기장이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깨닫기를 바랐기 때문에 완곡한 표현으로 소극적으로 전달했던 것이다. 조종실 내에서 스탠다드 콜아웃을 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규정위반이다. 기장의 권위와 이런 잘못된 문화가 사고를 막지 못했던 것이다. 이 사고는 말콤 글래드웰이 쓴 '아웃라이어'라는 베스트 셀러에도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은 이 사고의 배경에 기장과 부기장간의 권위적인 문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한국의 유교적인 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물론 이 사고 이후에 조종실 내에서의 권위적인 문화는 많이 사라졌다.[5]
각주
- ↑ 〈부조종사〉, 《네이버 지식백과》
- ↑ 김쌤 훈련행정, 〈항공기 기장과 부기장의 역할!〉, 《네이버 블로그》, 2015-01-13
- ↑ 마래바, 〈제복으로 구분하는 기장과 부조종사〉, 《티스토리》, 2009-08-22
- ↑ 〈조종사란?〉, 《항공일자리》
- ↑ 5.0 5.1 자유파일럿, 〈기장이 비행하면 부기장은 옆에서 뭐하나요? feat.대한항공 801 괌사고〉, 《티스토리》, 2021-03-05
- ↑ 영종, 〈왜 부기장이 아니고 부조종사인가?〉, 《네이버 블로그》, 2007-03-08
- ↑ 〈이스타항공, “수습부기장, 자체 교육으로 채용 확대”〉, 《아주경제》, 2013-10-01
참고자료
- 〈부조종사〉, 《네이버 지식백과》
- 〈조종사란?〉, 《항공일자리》
- 김쌤 훈련행정, 〈항공기 기장과 부기장의 역할!〉, 《네이버 블로그》, 2015-01-13
- 마래바, 〈제복으로 구분하는 기장과 부조종사〉, 《티스토리》, 2009-08-22
- 〈이스타항공, “수습부기장, 자체 교육으로 채용 확대”〉, 《아주경제》, 2013-10-01
- 자유파일럿, 〈기장이 비행하면 부기장은 옆에서 뭐하나요? feat.대한항공 801 괌사고〉, 《티스토리》, 2021-03-05
- 영종, 〈왜 부기장이 아니고 부조종사인가?〉, 《네이버 블로그》, 2007-03-08
같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