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비누(Soap)는 때를 씻어 낼 때 쓰는 세정제이다. 물에 녹으면 거품이 일며 보통 고급 지방산의 알칼리 금속염을 주성분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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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비누는 무언가를 세정할 때 사용하는 계면활성제이다. 비누는 순우리말로, 어원은 '더러움을 날려 보낸다'는 뜻의 비루(飛陋)이다.
역사
비누는 기원전 2800년경에 바빌로니아인들이 처음으로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바빌론의 유물을 발굴할 때 비누와 유사한 재료를 담고 있는 진흙으로 만든 원통이 발견되었고, 원통의 측면에 기름과 재를 섞어 비누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었던 것이다. 인류가 고기를 불로 구워서 먹기 시작한 후에 기름과 재가 만날 기회가 많아졌고, 그것이 비누의 탄생으로 이어졌던 셈이다. 고대 로마인들은 사포(Sapo)라는 언덕에 재단을 만든 뒤 양을 태워서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습을 가지고 있었다. 제사가 끝난 후 청소를 맡은 사람이 타고 남은 재를 집으로 가져와 물통에 집어넣었고, 이 물통에서 걸레를 빨던 그의 아내는 때가 쏙 빠지는 것을 발견했다. 물통에 던져진 재 안에 양이 타면서 녹은 기름이 배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로마인들은 이러한 기름 재를 사포라고 불렀고, 그것이 오늘날 솝(soap)의 어원이 되었다고 한다.
기원전 2세기 소아시아의 히타이트인들은 패링이과 식물인 비누풀의 잎이나 뿌리를 끓인 물을 이용해서 씻었다. 비누풀은 사포닌이라는 천연 세정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그들이 비누풀을 사용한 것은 비누풀의 성분을 알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비누풀의 잎을 으깬 다음 물에서 비비면 거품이 일어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비누풀과 비슷한 여타 다른 식물의 재 역시 세정 능력이 뛰어나고, 물에 잘 녹는 알칼리(alkalis)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알칼리라는 말은 원래 '식물을 태운 재'를 뜻하는 그리스어였다. 하지만, 비누의 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은 히타이트인이 아니라, 기원전 600년경에 지중해에서 해상무역을 하던 페니키아인들이었다. 일반적으로 비누를 만드는 데에는 알칼리뿐만 아니라 지방질도 필요하다. 이 두 가지를 한데 섞어서 열을 가하면 이에 반응하여, 알칼리 성분과 지방질이 극성을 띠며 물 분자와 쉽게 결합되는 성질인 친수성과 동시에 극성을 띠지 않는 소수성의 유화 성분을 생성시킨다. 그리하여 비눗물의 분자가 물이 아닌 다른 것, 이를테면 먼지 같은 것에도 밀착하게 되고 밀착된 먼지는 비누 거품과 함께 씻겨 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세제와 비누를 만드는 기본 원리이다. 하지만 페니키아인들은 이러한 화학 작용에 대한 지식 없이 비누를 만들었다. 그들은 식물의 재와 물, 그리고 염소의 지방을 함께 끓인 다음 수분을 증발시키고 남은 밀랍 같은 물질을 이용해서 세정을 했다. 바로 이 밀랍 같은 물질이 최초의 비누였던 것이다.[1]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비누인 잿물을 석감이라고 부르며 사용했다. 비누가 널리 보급된 1930년대에도 비누를 석감이라고 불렀다. 잿물 이외에 팥으로 만든 조두(澡豆)가 있었는데, 이것은 고급 세정제로 신라 때부터 한말까지 사용되었다. 조두는 세정 및 미백 효과가 있어서 한말의 왕비도 이를 애용하였다고 전해진다. 만드는 방법은 팥을 맷돌에 갈아 껍질을 벗겨낸 뒤, 다시 갈아 체로 쳐서 미숫가루처럼 고운 가루로 만든다. 얼굴을 물로 한번 씻은 뒤 손에 팥가루를 묻혀 얼굴에 문지르면 때가 빠지고 살결도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조두는 팥 이외에 녹두와 콩으로도 만들었다. 특히 정월 첫 돼지날에 조두로 세수하면 얼굴이 희어진다는 속신이 있어 이날 1년분을 만들어 박 속에 저장하여 두고 쓰기도 했다. 조두를 만들 형편이 못되는 집에서는 콩깍지 삶은 물, 창포 우린 물을 사용하였고 고운 쌀겨를 무명주머니에 담아 문지르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 세정제들은 어느 것이나 날비린내를 품고 있어서 사용한 뒤에는 향수를 살짝 바르거나 향 분말을 옷에 뿌렸다. 이밖에 오줌도 세정제로 쓰여 기름이나 물감이 묻은 옷을 세탁하는 데 쓰였으며, 얼굴을 희게 하는 묘방으로도 이용되었다. 옷의 때를 빼는 데에는 주로 잿물이 이용되었다. 찰볏짚과 서속(기장과 조)의 짚을 태운 재를 모아두었다가 받침을 깐 시루에 넣고 물을 부으면 불그스름한 잿물이 모이게 되는데, 이 물로 세탁을 하였다. 이밖에 콩깍지잿물, 창포뿌리를 말린 가루, 토란 삶은 물 등도 세정제로 이용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세정제는 제조가 용이한 대신 사용과 보관이 번거로우며, 날비린내가 나고 때가 잘 빠지지 않는 등 결점이 있어 상품화되지 못하고 자가용으로만 쓰였다. 개항 이후 현재 사용하는 비누가 전래되기 시작하여 전통적으로 이용되어 오던 조두와 잿물이 사라지게 되었다. 네덜란드인 하멜(Hamel, H.)에 의해 18세기 유럽에서 만들어진 비누가 들어오게 되고, 조선 말 개국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이 비누는 때가 잘 빠지고 사용이 간편할 뿐 아니라 향기가 좋고 장기간 보관할 수 있어서 각광받았다. 청일전쟁 이후에는 비누 1개의 값이 당시에는 초고가 가격인 1원으로 판매되었는데, 부유층 사람들의 냄새로 자리잡기도 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비누를 생산한 곳은 동산유지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비누를 대신해 석유화학계의 합성세제가 쓰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1966년부터 합성세제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합성세제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 환경 문제가 있었으나,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연성세제가 개발되어 1980년부터 연성세제를 사용하게 되었다.[2]
화학적 원리
비누는 유지를 수산화나트륨과 반응시켜 만든 지방산 나트륨염이다. 에스테르인 유지와 수산화나트륨이 반응하면 비누와 글리세롤이 생성된다. 비누는 긴 사슬을 갖는 카르복시산의 음이온과 나트륨 이온 혹은 칼륨 이온이 이루는 염(salt)을 말한다. 다시 말해, 비누 분자는 탄화수소 사슬과 카르복시산염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스테아르산의 나트름염은 친유성 꼬리와 친수성 머리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탄소(C)가 길게 연결된 긴 꼬리 부분은 물과 잘 섞이지 않고 기름과 잘 섞이는 친유성을 가지고 있고, 전하(COO¯)를 띤 머리 부분은 물과 잘 섞이는 친수성을 갖는다. 비누의 이러한 구조로 인해 꼬리 부분이 기름때를 에워싸서 머리 부분이 바깥을 향하여 물에 녹아 들어가는 것이다.[3] 이러한 비누 분자가 물에 들어가면 친수성 부부은 밖으로 위치하여 물과 맞닿게 되고, 친유성 부분은 물을 피해 안쪽으로 모이게 된다. 그래서 원형구조를 띄게 되는데, 이를 마이셀(micelle)이라고 한다. 마이셀 구조는 세탁의 원리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비누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기름때를 제거해 준다.
- 1단계 : 피부나 섬유에 기름때와 같은 오염물질의 부착
- 2단계 : 물속에서 비누 분자의 친유성 부분이 기름때의 표면에 달라붙음
- 3단계 : 물리적인 힘을 가해주면 점점 2단계가 진행됨
- 4단계 : 최종적으로 기름때가 마이셀 구조로 피부나 섬유에서 제거됨
또한, 비눗물이 뿌옇게 보이는 이유는 생성된 마이셀로 인해 빛이 분산돼서 비누가 뿌옇게 보이는 현상 때문이다.[4]
각주
참고자료
- 〈비누〉, 《네이버 지식백과》
- 〈비누〉, 《네이버 지식백과》
- 이수철 에디터, 〈물도 좋고 기름도 좋아, 비누의 원리〉, 《LG케미토피아》, 2015-06-04
- 〈비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같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