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 (월) 17:30 판
총통(總統)은 국가 원수를 지칭하는 관직명이다.[1] 공화제를 채택한 국가에서 국가원수 혹은 정무를 총괄하여 집행하는 최고 책임 직위 또는 그 직위에 있는 사람, 정부의 영수를 표현하는 단어 중 하나다. 그 뜻은 '총괄하여 통치'. '총괄하여 처리'라는 뜻을 가진 총리보다 한 급 위다.[2]
역사
어원은 청나라 말기에 영어인 미국 연방정부의 President를 번역한 것에서 유래한다. 원래는 프레지던트를 음차해서 '伯理璽天德(bólǐxǐtiāndé/백리새천덕)'[1] 등으로 쓰다가 1870년대부터는 해당 영어를 총통으로 번역하기 시작하면서 총통이라는 단어가 생겼다. 이후 신해혁명으로 임시 대총통으로 쑨원이 선임되면서 대륙에서도 총통 직함이 쓰이게 되었다. 현재 총통이 없는 대륙 중국어에서도 总统(zǒngtǒng)은 영어 president의 번역어이고 당연히 현대 민주 국가의 '대통령(大統領)'도 중화권에서는 총통이라고 칭한다.[2] 예를 들면 오바마 대통령을 중국에서는 '오바마 총통'으로 부르는 식으로, 2013년 한중정상회담의 공식 문서에 중국은 '한국 총통 박근혜 여사'라는 표현을 썼던 바 있다.
마찬가지로 베트남에서도 대통령을 총통(tổng thóng)이라고 부르며 일례로 구 월남의 국가 원수 직함도 실제로는 tổng thóng이었지만 현대 베트남에서 한자를 안 쓰는 데다 미국을 통해 베트남을 인식하던 영향도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이 직함을 대통령이라고 번역했다.
스페인의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직책명이 카우디요(Caudillo)였는데 이것도 한국에서는 총통으로 번역되었다. 다만 카우디요는 피델 카스트로나 후안 마누엘 데 로사스, 미겔 이달고 이 코스티야 등 수많은 라틴아메리카와 필리핀 정치인, 혁명가들에게도 쓰였던 명칭이라 카우디요 전체를 총통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오늘날 총통을 공식적으로 국가원수의 직함으로 쓰는 나라는 중화민국(대만)과 싱가포르가 있다. 중화민국에서는 1948년 중화민국 헌법에서 국가원수를 총통으로 명시했고 싱가포르도 공용어 중 표준중국어로는 总统이라 칭하지만 싱가포르는 중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타밀어도 공용어인 나라다 보니 싱가포르에 대해서는 주로 '총통'보다는 President의 한국어 번역인 '대통령'으로 써 주는 편인 데다 의원내각제라 대통령의 실권이 없어 한국에서 언급해야 할 만한 경우도 적다. 따라서 오늘날 한국에서 총통이라고 지칭하는 현대 국가원수는 중화민국 총통이 유일하다.
이탈리아에서는 베니토 무솔리니가 사실상 퓌러와 동의어인 두체 칭호를 가졌지만 군주인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의 신하인 총리로 처신한 사례가 있고 21세기에도 실제로 정치체제가 비슷한 이란 같은 나라가 있긴 있다. 이란은 군주의 포지션에 있는 직책이 최고지도자(라흐바르)이며 총통 포지션에 있는 직책이 대통령직이다.[2]
중화민국의 총통
중화민국 총통(중국어 정체자: 中華民國總統)은 대통령에 해당하는 대만의 국가원수이다. 안으로는 정치적 최고책임을 부담하고 중화민국군 전 군의 통수권자이며, 밖으로는 중화민국을 대표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진다. 즉 현재 대만의 정치적, 군사적, 외교적 실권을 가진 최고 지도자이다.
역사
1912년~1913년에는 중화민국 임시 대총통, 1913년~1924년 중화민국 대총통, 1924년~1926년 중화민국 임시집정, 1927년~1928년에는 중화민국 육해군대원수(陸海軍大元帥), 1928년~1948년 사이에는 중화민국 국민정부 주석으로 부르다가, 1947년 12월 25일에 중화민국 헌법을 시행하면서 이전의 국민정부 주석 직책을 폐지하고, 헌법에 기초하여 총통직을 창설하여, 1948년 5월 20일에 장제스가 초대 총통에 취임하였다. 1949년 이후 중화민국의 통치 범위가 타이완 및 그 주변의 일부 도서지역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제3국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주석과 구별하기 위해 타이완 총통(중국어: 臺灣總統)으로도 종종 불린다.[3]
히틀러와 총통
다른 한자문화권에서 단순히 공화국의 국가원수를 총통이라고 하는 것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총통의 뜻이 조금 다른데 이는 일본에서 나치 독일의 수장이었던 아돌프 히틀러의 직책인 퓌러(Führer)를 총통으로 번역하면서 그를 수입해 중역한 탓이 크다. '퓌러'가 일반적인 선출직 지도자와는 역할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에 한국에서 총통은 마치 히틀러 같은 독재자를 지칭하는 명칭처럼 사용된다.
총통을 독재자를 일컫는 뜻으로 사용한 것은 의외로 오래됐다. 대표적으로 제7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가 3선 개헌을 강행하면서까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자 김대중이 '이번에 박정희가 다시 당선되면 총통제가 실시될 것이다.'라고 이를 비판했던 사례가 있다. 냉전이 끝나고 한중수교 직후에 중국 언론들이 한국 대통령을 总统(총통)이라고 번역하자 한국 측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일도 있었다.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퓌러를 원수(元首, yuánshǒu, lãnh tụ)로 번역한다.
총통의 범위를 더 좁혀서 아예 히틀러 한 사람만 가리키는 경우도 많다. 아닌 게 아니라 한국어 대화에서 '총통'이라는 단어가 나온다면 히틀러 관련 주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한국 한정으로 쓰이는 히틀러의 별명으로 히총통[4]이 있는데 일제강점기에 조선일보에 등장한 헤드라인 짤방에서 유래했다.
일본에서도 총통이란 단어를 남발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히틀러를 총통이라고 표현한 원조 격이니 그럴 만도 하다. 이를테면 진격의 거인에서는 군주와 총통이 동시에 존재하고 총통이 신하인 황당한 설정이 존재했다. 명칭 자체가 3개 병단의 총통이라 사실상 총사령관에다 초법적인 성격을 추가한 정도. 강철의 연금술사에서도 역시 총통은 문민통제를 받지 않고 군을 독자적으로 지휘하는 자리로 나온다. 단순히 프레지던트의 번역어였던 총통의 원 의미는 이미 사라진 상황. 종합해보면 실제 역사에서 일본 제국 시기 육군대신 정도로 묘사된다.
창작물의 총통은 서구권 언어로 번역하기 조금은 난감한 단어다. 독일어식인 Führer라고 하거나 한국어/일본어 표현을 음차해야 원래 느낌에 가까운 번역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중화권에서는 원수로 번역해야 자연스러울 것으로 보인다.[2]
각주
참고자료
같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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