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게모니(Hegemony) 또는 패권(覇權)은 어떠한 일을 주도할 수 있는 권력 또는 권한을 말한다. 현재는 특정 국가가 다른 국가를 지배하여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개념으로 통용된다.[1]
개요
이 용어는 본래 특정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의 주변 도시 국가에 대한 정치적 지배를 의미했지만, 점차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되게 되었는데, 특히 맑스주의자인 안토니오 그람시의 문화적 헤게모니 이론이 그 예이다. 이 용어는 폭력이나 지배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종종 오용되기도 하는데, 어떻게 지배가 힘이 아닌 동의를 통해 얻어지는가를 강조할 때 더 잘 정의된다.
이 용어는 초강대국의 활동 등과 관련하여 '정치적 지배'를 뜻하게 되었다. 이탈리아의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Gramsci,1891~1937)의 저서 《옥중수고(Selection from the Prison Notebook)》에 의하면 헤게모니는 다음을 의미한다. : 어떤 사회의 지배적 사회 집단이 사회 전체를 지적·도덕적으로 감독하고 그들의 목적을 지원할 새로운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지배계급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문화의 생산 및 분배를 이념적으로 통제하여 다른 집단의 동의(同意)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어떤 지배적 사회계급이 학교, 종교단체 및 매스 미디어와 같은 기관을 통제함으로써 동맹계급과 피지배계급을 상대로 도덕적·지적 지도력을 행사할 때 그와 같은 시스템이 존재한다. 정부는 '피통치자의 동의를 통해'사회적·지적 권위를 행사하는데, '그러한 동의는 조직적이고 구체적이며 분명하게 이루어져' 그들의 통치권이 좀처럼 심각하게 도전받지 않는다. '국가는 동의를 얻고 요구하지만 이러한 동의를 '교육하기'도 한다.[2]
배경
헤게모니는 헤게몬(hegemon)이란 직위에서 유래했다.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 필리포스 2세가 마케도니아의 군대를 앞세워서 그리스를 정벌한 이후,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을 모아서 코린토스 동맹을 구성하는데, 그 수장의 직위명이 헤게몬이다. 쉽게 짐작 할 수 있듯이 헤게몬은 마케도니아의 국왕이 맡았다. 필리포스 2세의 사후에 그 아들 알렉산더가 먼저했던 일련의 행위 중 하나도 바로 이 헤게몬 자리를 지켜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그는 군대를 재빠르게 기동해서 반란의 조짐이 보이던 테베의 성문앞에 기습적으로 나타난다.
이렇듯 헤게모니(hegemony)라는 단어는 이전부터 존재했었으나 집단의 우두머리라는 기본적인 의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원래 19세기 후반 러시아 사회주의 운동 내에서 사용되기 시작해서 좌파 운동 내에서 간헐적으로 사용했다. 사용 계기는 서유럽의 자본주의 발전과 상이한 발전 경로를 보이는 러시아의 정치적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 였다.
학술적으로는 그람시가 『옥중수고』에서 이론적 배경을 정립하고 1940년대 출판된 후, 특히 1960년대의 서구 마르크스주의가 발흥하면서부터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람시는 이 개념을 통해 선진화 한 서구권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고자 했다. 그람시 이전까지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는 지배자의 일방적인 억압에 의한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그런 생각과는 달리 피지배계층의 반발은 한정적인 것이었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피지배 계층이 지배 계층의 권력에 동의한다는 발상을 헤게모니라는 개념을 통해 압축해서 표현했다.
그에 따르면 헤게모니란 그 사회의 지배적인 사고를 가리킨다. 이에 맞춰서 개인들은 그에 복종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이를 위해 지배 계층은 자신들의 주도권을 계속해서 쥐기 위해서 문화적 영역 전반을 쥐고 헤게모니에 반대하는 사고를 검열한다.
그람시는 이에 대항하려면 그들에게서 그들의 문화적인 지배에 반대하는 새로운 문화적인 틀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보았다. 이 헤게모니 개념을 통해 이전까지 게릴라 운동과 폭력 투쟁으로 점철되어 있던 좌파 운동은 이에 대항하기 위한 진지를 구축하는 것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국면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단순히 제도권을 폭력적으로 강탈하는 것이 아니라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문화적인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1]
현재
20세기에는 많은 분야에 영향을 끼쳤지만 21세기에 와서는 과거에 사용했던 의미로서는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급진좌파정당 대부분이 혁명을 포기하고 제도권 내부에 안착했기 때문. 당장(영미권이나 동아시아를 제외하면) 급진 좌파 정당이 의회 안에 자리가 없는 선진국이 없지만, 이들 정당 대부분이 개량적 정당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지식인을 매개로 한 시민사회의 유기적 구축 또한 68혁명을 통해 달성이 된 상황이다. 냉전 이후의 신좌파 운동에서 그 당시에 고안했던 그대로의 내용대로는 사용하고 있지 않는 이유인 것.
현재의 좌파 운동은 국가 내의 격차보다 국가 간의 격차에 주목한다. 그런 이유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 체제와 국가 사이에 존재하는 착취 관계, 특히 선진국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노동 착취와 자원 착취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의 헤게모니에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헤게모니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이런 좌파운동과는 무관하게 학술계와 포스트 모더니즘계열 역사학계에선 헤게모니라는 단어를 쓴다. '일반적으로 한 집단·국가·문화가 다른 집단·국가·문화를 지배하는 것'을 폭넓게 가리키는 뜻으로 쓴다. 마르크스주의나 계급론을 거부한 경우에도 쓰기도한다. 그 예가 서발턴이란 용어다.
패권주의, 미국-중국 패권 경쟁에서도 쓰인다.
서브컬쳐 계열에서는 각 분기별 최고 인기 작품을 뜻하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일본 현지에서는 '패권 애니'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패권작' 형태로 용어를 사용한다.[1]
헤게모니의 특징
헤게모니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요 특징이 있다.
- 첫째, 헤게모니는 다른 국가보다 훨씬 더 많은 자원, 능력, 영향력을 누리는 명확한 힘의 비대칭성을 수반한다. 이러한 힘의 불균형을 통해 헤게모니는 게임의 규칙을 정하고 국제 관계를 지배하는 규범과 가치를 결정하게 된다.
- 둘째, 헤게모니는 종종 강압적 전략과 소프트 파워 전략을 통해 작동한다. 군사력과 경제력은 강압의 토대가 되며, 필요한 경우 무력을 통해 주도권을 가지게 된다.
- 반면에 소프트 파워는 매력적인 요소, 설득, 문화적 영향력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선호도를 높이고 행동을 이끌어낸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교육과 같은 헤게모니의 문화적 산물은 헤게모니의 가치를 전파하고 세계관을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셋째, 헤게모니는 정적인 조건이 아니라 역동적인 과정이다. 헤게모니는 지배력을 유지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떠오르는 강대국이나 내부 모순의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필요로 한다. 패권 국가는 다른 국가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협력, 강제, 경쟁을 조합하여 자신의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3]
각주
참고자료
같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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