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이
구렁이(학명: Elaphe anomala)는 한국과 중국에 분포하는 뱀이다. 한국에 사는 뱀 중 가장 크다. 한국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1]
개요[편집]
구렁이는 뱀목 뱀과에 속하는 파충류로 한반도, 중국, 러시아 등 일대에서 서식한다. 먹구렁이와 함께 한국에서 사는 뱀 중 가장 큰 뱀으로 길이가 1.5~1.8m에 달하고 큰 것은 2m까지도 자라며 간혹 그 이상의 길이를 가진 개체에 대한 목격담도 간간히 나타난다. 2.5m 이상은 확실히 되는 초대형 개체인 건 확실하며 이는 해당 나무 근처에 떨어진 허물로도 교차검증이 되는 부분이다. 구렁이는 독은 없고 중앙부의 비늘은 용골이 뚜렷하나 배쪽으로 내려갈수록 희미해진다. 몸빛깔은 등은 녹색을 띤 황갈색 바탕에 검은색의 가로 무늬가 몸통에 25-32개, 꼬리부분에 8-11개 있다. 머리와 혀, 목은 검은색이다. 머리는 크고 주둥이는 잘린 모양이며 눈이 크고 콧구멍은 타원형이다. 인가의 돌담, 방죽, 밭둑의 돌 틈 등에 서식하며 농가의 퇴비 속에 산란하기도 하는데 퇴비의 발효열로 부화한다. 구렁이는 쥐가 지나간 흔적을 혀로 감지하여 쥐를 잡아먹는다. 5-6월 경 돌담에서 교미를 하여 볏짚 속에 12-25개의 알을 낳고 똬리를 틀어 알을 보호한다. 포유류, 조류, 양서류, 농사에 해를 주는 참새, 쥐, 두더지 등을 잡아먹기 때문에 사람에게 이롭기도 하고, 해충의 천적인 개구리까지 잡아먹어 해를 끼치기도 한다. 근래에는 남획으로 인하여 절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 비단구렁이와는 전혀 관계 없으며 그 크기에 맞춰 구렁이란 이름을 붙여 준 것이다. 한국에는 구렁이에 관한 전설, 전승, 속신 등이 많이 있다. 보통 무서움을 주는 악당으로 묘사되거나 신통력을 지닌 괴수, 또는 부정을 막는 좋은 동물로 그려지기도 했다. 한국, 중국,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의 경우 제주도를 제외한 전역에 분포한다. 2012년 5월 31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2]
어원[편집]
'굵(굵다)+엉이 -> 굴겅이 -> 굴헝이 -> 구렁이'의 변천으로 이는 보통의 뱀 종류에 비해 굵은 류(類)라는 의미의 말이 된다. 구렁이를 칭하는 방언, 사투리로는 구렝이, 구리, 구마기, 누굴미기, 데메니 등이 있다.
생태[편집]
구렁이는 다양한 무늬를 가지는 종으로 현재 황구렁이와 먹구렁이의 아종으로 나뉘어 있다. 10월 하순경에 동면에 들어가며, 4월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설치류를 비롯한 소형 포유류와 새, 새알을 주로 먹는다. 다람쥐, 청설모까지 잡아 먹으며 몸통으로 조여서 머리부터 통째로 삼킨다. 고산지역부터 민가의 돌담까지 서식장소가 넓게 형성되며,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고 알려져 있으나, 민가근처에서 겨울잠을 자는 개체도 있다.
고산지역과 민가까지 넓은 서식범위를 가지며, 볕이 잘드는 남사면에서 주로 발견된다. 주행성이며, 설치류를 주로 잡아먹는다. 독이 없이 조여서 죽인다음 통째로 삼켜서 먹는다.
먹이를 먹고 일광욕을 꼭 해야 하므로 큰 바위 위나 나무 위에 늘어져 있는 구렁이를 종종 접할 수 있는데, 겨울잠을 자러 들어간 뒤에도 가끔 날이 따뜻해 지면 굴 근처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일광욕을 즐기기 위해 겨울잠을 잘때에도 볕이 잘 드는 곳을 선호한다고 한다. 구렁이는 내륙과 섬을 통틀어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여 현재는 많은 개체를 확인하기가 어려워 졌으나, 서해 인천연안의 덕적도 인근에 섬, 특히, 굴업도라는 섬에 상당히 많은 개체가 확인되고 있다.[3]
특징[편집]
구렁이의 먹이는 쥐와 같은 작은 포유류와 새의 알, 작은 새 그리고 자신보다 작은 뱀이다. 독이 없는 관계로 먹이를 죄여 죽인 다음 천천히 먹는다. 천적은 더 큰 구렁이와 맹금류, 노란목도리담비, 삵, 표범, 호랑이, 멧돼지 등이다.
뱀 주제에 반쯤 가축화된 야생동물인데, 민가나 곳간 등 쥐가 많은 곳에 주로 서식하며, 조선시대엔 고양이가 귀했기 때문에 쥐를 잡기 위해 집에 고양이 대신 구렁이를 들이기도 했다고 한다. 심지어 알도 인간이 쌓아놓은 퇴비에 낳기도 하며 이 경우 퇴비의 발효열로 부화한다고 한다.
영어사전에서 파이선이란 단어를 찾아보면 '구렁이'라고 나오는데, 사실 이쪽은 엄밀히 말해서 구렁이가 아니라 반려동물로 기르는 비단구렁이를 말한다. 한국의 구렁이와 같은 류는 '랫스네이크'(ratsnake) 즉 '쥐잡이 뱀'이라고 부른다.
재미있게도 독이 없는 뱀임에도 불구하고 특히 새끼 땐 살무사와 같은 발색을 가지고 있는데, 이 탓에 구렁이를 보고 살무사로 오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구렁이가 신격화된 존재인 이무기가 독을 지녔다는 전승이 존재하는 건 아마 이러한 연유로 구렁이가 살무사와 혼동돼서 독을 가진 것으로 오인된 탓이 아닌가 싶다.
제주도에는 구렁이가 없는 대신 구렁이와 같은 속(屬)인 누룩뱀이 서식하며 제주도에서는 주로 '밀구렁이'라 부른다.
한국에서는 보호종으로 귀하신 취급을 받지만 외국에서는 무당개구리, 유혈목이 등과 마찬가지로 애완용으로 키울 뿐만 아니라 알비노, 애잰틱 등 색 변이 개량도 한다.
일본 열도에는 구렁이가 살지 않고 근연종인 청대장이 서식한다. 류큐 열도를 제외한 일본 본토에 서식하는 뱀 중에서는 몸집이 가장 큰데, 한국의 구렁이와 흡사하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온 몸이 푸른 빛을 띤다.
독은 없고 여느 뱀들처럼 인간을 무서워해 대부분 도망가지만 계속해서 쫓아가면 '쉿' 소리를 내며 위협하며, 건드리면 문다.
인간과 구렁이[편집]
구렁이의 천적 중에는 사람도 있다. 먹으면 정력에 좋다는 헛소문 때문에 남획당해서 요즘은 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멸종위기 II급이다.
고대~근대까지 쥐를 잡아먹으며 곡식을 털어먹는 쥐에 대한 피해를 막아주는 유익한 동물이면서 꽤나 온순한 편이라 인간 마을에서 함께 공생하던 생물. 또한 쥐를 잡아먹는 다른 뱀들 중에 몇 없는 독사가 아닌 뱀이라 더더욱 그랬다.
1950년대~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집안에 사람과 구렁이가 공존하면서 같이 살아가는 건 꽤 일상적인 일이었다. 요즘 사람들이야 독사들 위주의 뱀들을 볼 수 있는 마당에 그 큰 구렁이를 보면 기겁하겠지만, 옛날엔 구렁이가 초가지붕 밑에 터를 잡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 지붕 밑은 비바람이 들지 않는데다 먹이인 쥐가 저절로 꼬이고 멧돼지나 왜가리같은 천적의 눈에도 띄지 않는 장점이 있다. 물론 항상 어두컴컴한 지붕 밑에만 있었던 건 아니고 밤이 되면 땅으로 내려와서 들쥐나 벌레를 잡아먹다가 새벽이 되면 다시 올라갔는데, 아침 일찍 일하러 나가는 사람들은 구렁이가 집 마당 여기저기를 기어다니며 사냥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엉을 새로 얹으려고 지붕을 걷어내면 구렁이를 볼 수 있었다. 구렁이는 독도 없고, 인간에 대한 적개심도 낮고, 먹이가 주로 벌레나 쥐라 사람과 먹이 경쟁을 할 일이 없고 오히려 서로 공생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특별히 해를 끼치지 않았으므로 굳이 쫓아내지도 않았다. 사람이 사는 곳에 먹거리가 풍족하면 쥐가 꼬이고, 쥐가 꼬이면 자연스레 구렁이가 자리를 잡기 때문에 구렁이가 많은 집은 그만큼 곳간이 넉넉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또한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확인할 수는 없으나, 선풍기도 없던 옛날엔 더울 때 노인들이 지붕 밑에서 구렁이를 꺼내서 상자나 항아리 안에 넣고 그걸 껴안고 있으면 변온동물인 구렁이에게서 나온 냉기 덕분에 시원했다는 얘기가 있다. 물론 좁은 곳으로 끌려와서 아이스팩 역할을 해야 하는 구렁이는 별로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을 것이다.
구렁이가 집을 떠나는 장면이 소설적 장치로 자주 등장하는데, 교과서에 실린 작품 중에는 1950년대 6.25 전쟁 중을 배경으로 하는 윤흥길의 소설 장마가 있다. 여기에서는 죽은 삼촌의 환생과 이데올로기 갈등에 희생 당한 우리 민족의 모습, 사건 전개의 전환점의 역할을 한다. 또한 명작으로 꼽히는 옛 어느 일본 영화를 봐도, 망한 집에서 구렁이가 떠나는 장면이 나온다. 구렁이가 떠난다는 건 그 집안의 곳간이 거덜났고 집안이 망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상징인 셈이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란 표현은 어쩌면 요란법석 망한 게 아니라 알게 모르게 조용히 집안이 망한 데서 생긴 표현일지도 모른다. 쥐를 잡아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점 때문에 민간신앙에서는 업신이라는 신으로 숭상받기도 했다. 또 옛날에는 집 안이든 집 밖이든 구렁이를 함부로 쫓아내면 집안에 큰 화가 닥친다는 말이 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뱀 중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시선을 받는 뱀으로 대부분의 뱀을 싫어하는 사람도 구렁이만큼은 영물 대접하는 경우가 있다.
인간에 이로운 동물일수록 함부로 잡아 죽이지 못하도록 무서운 전승이 붙기 마련인데 이런 동물 중 하나가 구렁이이다. 비슷한 동물로는 쥐를 잡아먹는 고양이 곤충에는 각종 해충을 잡아주는 사마귀 등이 있다.
어떤 일을 마무리할 때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않고 대충 얼버무린다는 뜻의 표현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라는 말이 있다. 비슷한 표현으로 능글맞고 처세에 능해 불리한 상황에서도 잘 피해가는 사람을 두고 구렁이보다 더한 "능구렁이 같은 사람"이라고도 한다. 구렁이와 능구렁이는 종이 다르긴 한데, 능구렁이는 온갖 독사를 퇴치해주니 구렁이의 상위호환이라고 여겨진 모양이다.
신화 및 전승[편집]
각종 신화 및 전승에서는 사악하거나 신비한 힘을 가진 존재로 등장하며, 각종 전래동화에서는 악역으로 취급된다. 허나 귀한 쌀을 훔쳐먹는 집안의 쥐를 잡아먹어 가정을 지켜준다는 점에서 재산을 보호하는 업신으로 숭배되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이쪽이 전래동화나 민간 전승에서의 일반적인 모습인데, 전승에서는 터주의 위치를 가지기에 복을 가져다 주며 죽이거나 하면 불이익이 돌아온다. 이를 업구렁이라고 한다. 업구렁이는 보통 부엌의 쌀뒤주 뒤나 창고의 구석진 곳에 숨어있는 것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전래동화로 '구렁덩덩 선비'가 있다.
또 여의주를 품고 용이 되어 승천하기 위해 수행하는 상상 속의 짐승인 이무기를 두고 대체로 뱀, 특히나 구렁이로 표현하는 경우를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대체로 국내 전승과 전래동화에서는 뱀, 이무기라고 나오면 부정, 구렁이라고 나오면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물론, 크기를 강조하기 위해서 큰 뱀을 구렁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많으며 이무기가 긍정적인 존재로 묘사될 때도 있다.
'구렁이 아래턱같다'라는 속담에서 나타나듯이 이무기나 여우 요괴들처럼 구렁이도 값지거나 신비한 구슬을 몸에 지니고 있다는 설화들도 있으며, 구렁이 자체가 영물의 성격이 강한 동물인 만큼 민간에선 산에서 만난 큰 구렁이를 두고 산신령으로 여기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제주도 구좌읍 김녕사굴에는 옛날에 처녀를 제물로 받는 커다란 구렁이가 살았으나, 판관이 이를 퇴치했다는 전설이 전한다.[4]
동영상[편집]
각주[편집]
참고자료[편집]
- 〈구렁이〉, 《위키백과》
- 〈구렁이〉, 《나무위키》
- 〈구렁이(두산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 〈구렁이(서울동물원)〉, 《네이버 지식백과》
같이 보기[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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