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제
군주제(君主制, Monarchy)는 공화제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공화제와 달리 군주라는 1인이 주권(최고 권력)을 가진 정체(政體)를 뜻한다.[1]
목차
개요
군주제는 인민에게 국가의 최고 결정권을 두는 공화제(Republic)와 달리, 상징적으로든 실질적으로 군주를 국가의 수장으로 삼고 있는 정치체제로 ‘군주정(君主政)’이라고도 한다. 군주의 호칭은 나라마다 문화와 관습에 따라 왕(王)ㆍ황제(皇帝) 등으로 다르다. 따라서 군주제 국가도 군주의 호칭에 따라 왕국(王國, Kingdom)ㆍ제국(帝國, Empire)ㆍ공국(公國, Duchy)ㆍ토후국(土侯國, Emirate) 등으로 다르게 부른다. 이러한 군주국의 명칭은 나름의 위계에 따라 붙여진 것들이지만, 오늘날 국제사회에서는 차이를 두지 않고 모두를 동등하게 대우한다.
군주제는 고대 국가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기본적인 형태의 정치체제이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처럼 공화제로 운영되었던 국가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군신(君臣)의 관계가 엄격하든 그렇지 않든 초기 형태에서부터 국가의 수장으로 군주의 지위를 두고 있었다. 그래서 근대 이전까지는 군주제가 국가와 동일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근대 이후 공화주의 이념과 정치운동이 확산되면서 많은 나라들에서 군주제가 폐지되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의 수는 적지 않다. 아시아에서는 일본ㆍ타이ㆍ부탄ㆍ말레이시아 등이 군주제를 유지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영국ㆍ스페인ㆍ네덜란드ㆍ덴마크ㆍ벨기에ㆍ룩셈부르크ㆍ노르웨이ㆍ스웨덴 등과 같은 많은 나라들이 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는 사우디아라비아ㆍ쿠웨이트ㆍ카타르ㆍ바레인ㆍ아랍에미리트ㆍ오만ㆍ요르단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다. 1993년에 군주제를 부활시킨 캄보디아처럼 최근에 다시 군주제를 채택한 나라도 있다.[2]
역사
군주제의 시작은 인류 문명의 역사와 함께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족 단위의 생활 단위에서 국가로 발전하면서, 가장 힘이 센 부족장이 군주가 되는 경우가 잦았다.
세계 열강들의 식민지배와 두 차례의 세계대전 등 정치적 이해 관계의 상충을 겪으면서 근현대에 들어선 여러 군주정들이 사라졌다.
동아시아
한국은 일본 제국의 식민지배로 인해 대한제국이 멸망해서 식민지가 되었고 해방 이후엔 남쪽에서는 대한민국이라는 민주정 체제의 국가를, 북쪽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공산주의 체제의 국가를 세우면서 군주제가 사라졌다. 하지만 북한은 3대 세습이 이루어지는 등 사실상의 군주제 국가나 다름 없는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중국은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가 신해혁명으로 인해 멸명하고 동아시아 최초의 공화국인 중화민국이 수립되었으나 군벌들이 난립하는 혼란기에 돌입하였고, 장제스가 국민혁명을 통해 통일하긴 했으나 지방 세력을 완벽하게 통제하진 못했다. 그 와중에 일본과 전쟁까지 하면서 혼란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공산당이 내전에서 승리하여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함에 따라 사회주의 국가가 되었다. 그 사이 만주국이 군주국이었으나 치명적 정통성 문제로 대개 인정되지 않는다.
일본은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패전한 이후 미국의 군정을 받게 되었으나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한 미국의 비호 아래 천황제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대신 천황의 권한을 크게 제한하여 입헌군주제를 더 확고히 했다.
몽골은 전근대까지 청나라의 지배를 받다가 근대에 들어 복드 칸국이라는 칸이 지배하는 군주국으로 독립하려 했으나 사회주의 체제인 소련의 도움으로 독립한 대신 사회주의 입헌군주제라는 희한한 체제가 이어지다가 복드 칸이 사망하자 소련에 이어 두 번째로 사회주의 공화국이 됨에 따라 군주정이 철폐되었다.
동남아시아
동남아시아는 중심부의 군주국인 태국을 제외한 전 지역이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배를 받으면서 전통 왕조들의 단절을 겪었다.(베트남은 공식적인 왕조가 1945년까지 유지되었다.) 열강들이 물러간 이후 이들에 대한 반감으로 인하여 사회주의 열풍이 불어닥쳤고 결국 나중에 가서는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이 공산화되어 인도차이나 반도 대부분이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추종하는 공화정이 되었다.
말레이시아 같은 경우에는 영국의 식민지배 당시 지방 군주들을 통한 간접 통치를 했기 때문에 지방의 군주들(술탄, 라자 등)은 권력이 단절되지는 않았고 독립한 이후에는 영국의 영향으로 입헌군주제를 도입하되 국왕 자리는 지방 군주들이 돌아가면서 맡는 연방 입헌 왕정 체제를 설립했다. 다만 이중 연방에 가입하지 않은 브루나이는 독자적인 전제군주국으로 독립했다.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와의 독립전쟁에서 승리 후 대통령제를 도입하면서 공화국이 되었으며 필리핀도 미국으로 부터 차차 독립하면서 미국에 영향을 받아 대통령제를 도입한 공화국이 되었다.
캄보디아의 사회주의 공화정은 크메르 루주라는 희대의 막장 집단의 주도로 폭주하기 시작했고 결국 보다못한 베트남의 침공으로 몰락하고 냉전 이후 왕정이 복고되었다.
결과적으로 동남아시아의 군주제는 태국,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만 남게 되었다.
중앙아시아+캅카스
중앙아시아는 유목 문화권이라는 특성상 가장 강한 부족의 장이 칸이라는 중앙 지배자를 맡는 칸국 체제였다.
캅카스 지역도 바그라티온 왕조나 시아파 왕조 등 전통 왕국이 존재하였다.
그러나 러시아 제국의 남하 정책으로 근대에 모조리 러시아의 영향권으로 편입되었고 훗날 러시아 제국이 붕괴되고 소련이 성립됨에 따라 묻어가는 식으로 사회주의 소비에트 공화국 체제가 정착되었다.
훗날 소련이 해체되면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조지아 등 현대식 공화국으로 각각 독립했다.
남아시아
인도는 영국의 팽창으로 인도 제국이라는 영국령 식민지가 되면서 대영제국 왕조의 통치를 받게 되었다. 묻어가는 식으로 인도 남부의 실론 섬도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으며 해당 지역에선 대부분의 전통 왕조가 사라지게 된다. 마하라자 제후왕국은 다소 남아있었다.
프리트비 나라얀이 1768년 건국한 네팔 왕국은 청나라와 티베트를 견제하고자 영국이 인도제국에 합병하지 않고 보호국 수준으로 남겨놓아 왕정을 유지하였다. 또 히말라야 지방의 부족장이었던 우겐 왕축이 현대에 들어 부탄 왕국을 세움에 따라 왕국이 되었다.
2차대전 종전 이후 인도 제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추진하였고 결국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라는 3개의 의원내각제 공화국으로 분할 건국되었다. 영국령 실론 섬도 처음엔 영국 군주를 모시는 영연방 왕국으로 독립했으나 70년대에 대통령을 뽑으면서 스리랑카 민주사회주의 공화국으로 체제를 전환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2001년 네팔 왕국에서 왕세자의 총기난사로 인해 군주를 포함한 왕족들이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진 뒤 즉위한 군주가 폭정을 일삼다가 권한을 박탈당했고, 결국 2008년 왕정을 철폐하고 공화정이 되었다.
아프가니스탄은 70년대 초 쿠데타로 바라크자이 왕조가 멸망하였고 이란은 1979년 호메이니 주도의 이슬람 혁명으로 인하여 팔레비 왕조가 무너진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의 군주제는 부탄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유럽
20세기 이전의 유럽은 프랑스와 스위스를 제외하면 모든 나라가 군주정이었는데 1910년 포르투갈 왕국의 붕괴를 시작으로 제1차 세계 대전의 결과 독일 제국,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러시아 제국, 오스만 제국이 무너져버린다. 왕국으로 독립했던 핀란드도 1년만에 공화국으로 전환한다.
제2차 세계 대전 후에는 이탈리아의 군주정이 폐지되었으며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유고슬라비아, 알바니아 등 동유럽 전역이 소련의 영향으로 공산화 되면서 존재하던 군주정들이 붕괴된다. 그리스에서는 잠깐 군주정이 부활했으나 얼마 안 있어 도로 쿠데타로 철폐됐다.
이리하여 유럽에서는 영국, 스페인 베네룩스 3국, 스칸디나비아 3국, 그 외에 소국들이 현재까지 군주정을 유지하고 있다.
서아시아
오스만 제국이 튀르키예 공화국이 되어 해체되면서 떨어져 나온 아랍 지역은 영국과 프랑스가 지배하였는데 중심부에서 프랑스의 지배를 받은 지역은 시리아와 레바논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공화정으로 독립했고 영국의 지배를 받은 지역은 이라크와 요르단이 군주정으로 독립했다. 그러나 이라크의 왕정은 쿠데타로 무너지고 뒷날 이웃나라 시리아의 영향으로 바트당 쿠데타가 일어나게 된다.
남부의 변방 지역에서는 사우드 부족, 사바 부족, 타니 부족, 할리파 부족, 나얀 부족, 막툼 부족 등 지역내 유력 부족의 부족장들이 각자 왕국을 건국하면서 현재의 아랍 왕정 국가들이 세워졌으며 이들과 아랍내 오랜 역사를 가진 오만까지 합세하여 걸프 협력 이사회를 구성하는 여섯 왕국[7]이 된다.
아프리카
아프리카는 유럽의 식민지배에서 독립할 때 대부분이 공화정으로 독립하였는데 튀니지, 리비아, 우간다, 르완다, 부룬디, 이집트, 탄자니아 등이 초기에는 왕정이었으나 쿠데타나 혈통 단절 등으로 공화정이 되었고 수천년 제정을 유지해온 에티오피아도 사회주의 쿠데타로 공화정이 되었다.
현재 남아있는 왕정은 모로코가 있으며 남아공에 둘러싸여 있는 소국인 레소토와 에스와티니가 남아있다.
이와는 별개로, 부족 단위로의 왕은 아직 남아있긴 하다.[1]
세습군주제와 선거군주제
이렇듯 군주제는 인간의 역사에서 오랫동안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정치체제로 존재해왔기 때문에 그 형태도 다양하게 나타났다. 그것들은 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되는데, 우선 군주의 지위가 계승되는 방법을 기준으로 해서는 세습군주제(世襲君主制, Hereditary monarchy)와 선거군주제(選擧君主制, Elective monarchy)로 구분된다.
세습군주제는 군주의 지위가 혈연 등에 기초한 특정한 집단 안에서 세습되는 정치체제이다. 이때 군주 지위의 세습이 이루어지는 혈족을 군주의 호칭에 맞추어 왕가(王家)ㆍ왕실(王室)ㆍ황가(皇家)ㆍ황실(皇室) 등으로 부르고, 특정 왕가에서 잇달아 군주 지위의 세습이 이루어진 연속체를 왕조(王朝, Dynasty)라고 한다. 오늘날 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 가운데 영국ㆍ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가 왕실 안에서 혈연에 따라 군주의 지위를 계승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세습군주제에서는 한번 군주의 지위에 오르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죽을 때까지 그 지위를 유지하는 종신제가 일반적이다.
선거군주제는 세습군주제와는 달리 선거로 군주를 선출하는 정치체제를 가리킨다. 하지만 현대의 민주주의 정치체제처럼 누구에게나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특권을 지닌 집단 내부에서 선출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귀족정치(貴族政治)나 과두정치(寡頭政治)의 성격을 지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오늘날 선거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군주제 국가는 말레이시아와 사모아, 바티칸시국 등이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5년의 임기제로 군주를 선출하고 있다.[2]
절대군주제와 제한군주제
군주제는 군주가 지니는 권한의 범위를 기준으로 하면, 절대군주제(絶對君主制, Absolute monarchy)와 제한군주제(制限君主制, Limited monarchy)로 나뉜다.
절대군주제는 군주가 국가 통치에 관해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는 정치체제로, 전제군주제(專制君主制, Despotic monarchy)라고도 한다. 근대 이전에는 대부분의 군주국이 상징적으로든 실질적으로든 한 사람의 군주에게 주권이 귀속되어 있는 절대군주제 국가였다. 하지만 민주주의 정치사상의 영향으로 오늘날에는 절대군주제 국가가 드물게 되었다. 하지만 브루나이ㆍ에스와티니ㆍ사우디아라비아ㆍ아랍에미리트 연합 등과 같이 여전히 절대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그리고 쿠웨이트나 바레인왕국 등과 같이 입헌군주제의 겉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군주가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제한군주제는 군주의 권력이 제한되어 있는 정치체제이다. 군주의 통치권에 대한 제한은 의회 등 군주로부터 독립적 지위에 있는 기관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의회에 의한 제한군주제를 의회군주제(議會君主制, Parliamentary monarchy)라고 부르기도 한다. 근대 이전에도 연맹회의나 민회, 협정 등 다양한 형태로 군주의 권력에 대한 제한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근대 이후에는 헌법으로 군주의 권력을 제한하는 정치체제가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입헌군주제(立憲君主制, Constitutional monarchy)라고 한다. 오늘날 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헌법으로 군주의 권력을 제한하는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입헌군주제 국가들의 경우에도 나라마다 군주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정도는 다르다. 영국이나 일본처럼 군주가 상징적 존재로만 남아 있는 국가들도 있지만, 리히텐슈타인이나 모나코처럼 군주에게 내각 해산권이나 총리 임명권과 같은 정치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국가들도 있다.[2]
각주
참고자료
같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