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젤리스트

에반젤리스트(Evangelist)는 직역한다면 "전도사"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에서 신앙을 전파하는 전도사처럼, IT 분야에서는 자신들의 기술을 시장에 전파시키고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개요

에반젤리스트라는 용어는 애플컴퓨터에서 시작되었다. 소프트웨어 에반젤리스트는 맥킨토시 부서의 마이크 무레이(Mike Murray)가, 기술 에반젤리스트는 개발자를 우군으로 만드는 에반젤리스트(Evangelist) 전략 애플의 마이크 보이치(Boich)가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반젤리스트가 실리콘밸리에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애플컴퓨터의 수석 에반젤리스트(Chief evangelist)인 가이 가와사키(Guy Kawasaki)를 통해서이다. 그는 1991년도에 “Selling the dream: How to Promote Your Product, Company, or Ideas and Make a Difference Using Everyday Evangelism”라는 책을 통해 에반젤리즘(Evangelism)은 의미있는 명분(Cause)을 퍼트리고 꿈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소개하였다.

"에반젤리즘의 본래 의미는 좋은 소식을 전달하는 것이다. 애플컴퓨터는 수천 개의 사용자 그룹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돈을 받거나 고용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의 혜택을 위하여 맥을 사라고 얘기한다. 이것이 영업과 에반젤리즘의 차이이다. 영업은 나에게 좋은 것에 기반하지만, 에반젤리즘은 상대에게 좋은 것에 뿌리를 둡니다."

역할

에반젤리스트의 역할은 일반 대중보다는 개발자와 같은 전문가 그룹에 신기술을 전파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신기술을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비전과 가치를 설명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 신기술이 시장에 흡수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외부 개발자 및 시장의 피드백을 내부 개발팀에 전달하여 제품이나 서비스가 개선되도록 돕는 일도 한다.

에반젤리스트는 컨퍼런스나 세미나에서 강연과 교육을 하거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식을 전달하고 블로깅 활동을 통해 기술을 소개한다. 신기술이나 널리 알려지지 않은 내용들이 쉽게 전달될 수 있도록 책을 쓰기도 하고, 데모나 샘플 코드를 제공하여 쉽게 이해되고 활용되도록 지원한다. 또한 개발자 및 기술 전문가 그룹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다양한 커뮤니티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에반젤리스트는 이렇게 다양하고 열정적인 활동을 수행하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해당 기업과 기술을 좋아하고 열광하지 않는다면 성공하기가 매우 어렵다.

글로벌 기업의 에반젤리즘(Evangelism)

글로벌 IT 기업들은 개발자 관계(Developer Relations) 혹은 개발자 네트워크 (Developers Networks)라 불리는 에반젤리스트 조직을 가지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들이나 개인들 중에서도 유명한 에반젤리스트들이 많이 있다만 본 글에서는 에반젤리즘을 전사적 전략수준에서 조직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글로벌 IT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1년도에 전세계에 흩어져 있던 개발자 도구 및 제품별 개발자 관계 부서를 모아 개발자 & 플랫폼 에반젤리즘 (Developer & Platform Evangelism)이란 조직으로 통합하여 운영해 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초창기에 에반젤리스트 전략을 수립했던 제임스 플라몬돈(James Plamondon)는 원도우 플랫폼이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이 되도록 만드는 것을 기술 에반젤리즘의 목표라고 언급하였다.

모바일에서 애플과 구글과 같은 경쟁사에서 밀리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세계 천명 이상의 에반젤리스트를 활용하여 개발자를 원도우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폰 앱 관리자인 매트 벤케(Matt Mebcke)는 “개발자들이 있는 곳에는 우리도 가야한다”며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개발자 컨퍼런스에도 참석하고 대학교를 방문하며 해커톤은 짧은 시간동안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개발 대회이다. 해커톤(Hackathon)을 개최하여 원도우폰 앱 개발자를 증가시키고 있다고 소개한다. 그는 일종의 경쟁사와 군비경쟁이라 할 만큼 앱의 숫자는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에반젤리즘 프로그램은 운영체제와 함께 발전하며 개발자에게 신기술 제공하고 트랜드,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MSDN(Microsoft Developer Network)를 운영하고 있다. MSDN에는 개발자 센터와 라이브러리 등을 통해 기술문서 300만건 이상의 문서가 등록되어 있고 대부분 한글로 번역되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네트워크

구글은 개발자 지지자(developer advocate)라는 에반젤리스트 조직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 아키텍쳐의 공동 설계자로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빈트 서프(Vint Cerf) 박사도 구글의 에반젤리스트 중 한명이다. 구글 에반젤리스트는 구글 제품과 서비스로 나누어 외부 개발자들이 오픈 API와 개발자 도구를 활용하도록 돕고 개발자 커뮤니티를 지원한다. 개발자들은 구글 개발자 센터(Google Developers)를 통해 제품별 API와 개발자 도구를 접할 수 있다. 개발자는 구글 개발자 라이브(Live)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구글 개발자와 소통하거나 신기술과 새로운 앱을 청취할수 있다. 또한 구글 코드(Google Code)를 통해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을 운영하며 개발자들이 원하는 오픈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구글 코드, 구글 개발자 센터, 구글 라이브

구글은 최근 한국 개발자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글로벌 K - 스타트업이라는 인규베이팅 프로그램이나 코드잼과 같은 개발자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아울러 구글개발자그룹(Google Developer Group)을 확대하고 구글핵페스트(Google HackFast)를 개최하며 개발자 커뮤티티 활성화에 우선순위를 높이고 있다. 에반젤리스트라는 개념 자체가 애플에서 출발한 만큼 에반젤리즘을 통하여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애플일 것이다. 애플 사용자들은 애플에 대하여 종교에 가까운 충성심과 지지를 보여준다. 애플의 이러한 특정한 인물이나 사물에 대한 예찬, 열광적인 숭배, 나아가서 그런 열광자의 집단, 또는 주교적인 종교단체를 의미하는 말 컬트적 에반젤리즘을 만들어낸 것은 앞서 소개한 가와사키였고 고인이 된 스티브잡스가 그 중심에 있었다. 애플의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나 신제품을 출시하는 애플스토어 앞에는 항상 밤을 새워 기다리는 충성팬들이 길게 늘어선다. 애플은 폐쇄적이며 신비주의적 마케팅 정책으로 사전에 공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행사에 더욱더 많은 호기심을 갖도록 만들고 있다.

애플은 개발자 관계(developer Relations)라 불리는 에반젤리스트 조직을 갖고 있으며 2001년에 어도브(Adobe)에서 이직한 론 오카모토(Ron Okamoto)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애플에서 일관된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사용자 경험 에반젤리스트라는 독특한 기능도 가지고 있다. 애플은 iOS, Mac, Safari 제품을 중심으로 애플 개발자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개발자는 개발자 센터를 통해 개발자 도구와 기술 지원을 받으며 개발자 프로그램에 등록하고 개발한 앱을 제출할 수 있다. 또한 애플 개발자 프로그램에 등록한 개발자를 위하여 개발자 포럼(Developer Forums) 커뮤니티를 통해 기술과 배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애플 개발자 센터

에반젤리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과정은 무엇일까요? 가와사키는 "Selling the dream"에서 에반젤리즘 수행 과정을 아래와 같이 3단계로 제시하였다. 첫 번째 단계는 파종기이다. 에반젤리즘을 시작할 때는 가능한 많은 씨를 뿌려야 한다. 처음 뿌린 씨 중에서 어느 것이 성공할지 알수 없기 때문이다. 큰 조직보다는 대의(cause)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소규모나 초창기 기업을 대상으로 수행하도로 하고 실무자 혹은 낮은 직급을 대상으로 대의에 대한 열정을 만들어 간다. 두 번째 단계는 성장기이다. 가급적 소규모 그룹에 집중한다.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을 선택하여 그들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낸다. 즉각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향후에도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적다. 에반젤리즘 수행에서는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추종자들과 경쟁이 아니라 공동의 적(악습)을 만들고 타파를 위해 협력한다. 작은 승리라도 자주 전체 조직에 알려 조직원을 고무시키고 동기를 부여한다. 작은 역할이라도 올바르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추종자의 열정은 증가시키고 적군의 사기는 떨어뜨린다. 세 번째 단계는 수확기이다. 수확기에 이르면, 처음에 시작했던 대의에서 진화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과 특징을 가지게 된다. 이때에 지금단계까지 이끌어 온 에반젤리스트는 대의의 지속적인 효과 유지를 위해 개인적 권한과 지위를 포기해야한다. 바람직한 대의는 동적이며 추종자의 요구에 따라 반응하는 것으로 에반젤리스트는 이러한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추종자들과 관계를 유지하며,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대의를 지속적으로 즐겁게 수행할수 있어야 한다.

에반젤리스트의 필요성과 기대효과

정보통신산업에서 에반젤리스트의 필요성과 기대효과에 대하여 원래 지각변동 등의 이유로 인해 지층 사이에 큰 틈이 생겨 서로 단절되어 있다는 것을 뜻하는 지질학 용어다. 캐즘(Chasm) 현상과 양면시장(Two sided market)의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캐즘이다. 제프리 무어(Geoffrey Moore) 박사는 하이테크 산업 특성상 기술수용생명주기(technology adoption life cycle)에서 첨단제품의 초기 수용자와 주류 시장의 수요자들 간에 발생하는 간격으로 인하여 혁신적 제품들이 실패한다는 캐즘이론을 제시하였다. 벤쳐 업계의 성장과정을 설명하는데 캐즘이론이 수용 되면서 에반젤리스트의 필요성도 생기게 되었다. 에반젤리스트가 이러한 캐즘 현상을 극복하고 시장에서 기술이 원활하게 전파될수 있도록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캐즘이론

수요를 초과한 공급, 통신기술의 발전과 인터넷의 확산을 통하여 소비자들은 수동적 구매자에서 정보를 생산하고 여론을 주도하는 능동적인 프로슈머(Prosumer)가 되어가고 있다. 이들에게 매스 미디어를 통한 일방적인 광고는 효과적이지 못하다. 에반젤리스트는 다수 사용자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전문가 그룹이나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초기 사용자들과 인터랙티브하게 교류하여 입소문을 만들어냄으로써 보다 많은 사용자들에게 신기술이 전파되고 확산될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두 번째로 양명시장 관점에서도 살펴보죠. 정보통신 시장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관련 업체들과 소비자들이 생태계(ecosystem)를 형성하면서 점차 타 생태계와 경쟁하는 양상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이는 시장에서 각 플레이어들의 상호간 의존성이 높아짐으로써 하나의 플레이어가 들어가고 나감에 따라 생태계 구성원들의 전체 효용이 증가하거나 감소하여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서로 다른 사용자 그룹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양면시장(two sided market)의 특성이다. 즉, 플랫폼을 매체로 공급자 증가하지 않으면 소비자가 생기지 않고, 소비자가 적으면 공급자가 늘어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가치가 창출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초기에 참여자를 증가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 관건이다.

양면시장

에반젤리스트는 사용자가 적은 시장에서도 개발자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기술과 교육을 제공하여 그들이 참여하도록 만들어준다. 개발자에게 앞으로 생길 기회를 보고 개발을 하도록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것이다. 에반젤리스트는 비전과 기술에 대하여 강한 확신을 가지고 개발자에게 열정을 불어넣음으로써 닭과 달걀의 패러독스를 극복해 나가게 하는 것이다.

현실

대기업이면서 수익도 엄청난 구글이나 애플에 대한 한국 정서가 나쁘지 않거나 열성팬들도 많은 반면, NHN이나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기업에 대하여 반정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종종 접하게 된다. 이런 현상의 원인이 기술력 차이에도 있겠지만 비전과 기술 공유, 문화에 대한 공감이 적어 생기는 경우도 많다고 보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구글과 애플은 에반젤리즘에 투자와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에반젤리즘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한국 기업들이 매스미디어를 통한 광고에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고있지만 소비자들은 좀처럼 광고를 신뢰하지 않다. 특히 첨단 기술에 속하는 제품인 경우 광고 효과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소비자들은 물건을 사기 전에 검색을 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리곤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하여 지인들과 의견을 나누고 가치있는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유해 나간다. 에반젤리스트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문가 그룹과 초기 사용자 그룹을 지원하고 관계를 유지하며 기술력과 브랜드를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외부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하여 기업문화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언론 인터뷰에서 가와사키는 많은 기업들이 마케팅에서 전통적인 4P(Product, Price, Promotion, Place)만을 생각하고 에반젤리즘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마케팅의 한 아이템으로만 에반젤리즘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에반젤리즘의 한 아이템으로 마케팅을 생각하는 총체적 에반젤리즘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한국 기업들도 에반젤리스트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필요성이 있다. 에반젤리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보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가치와 비전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 세상에는 올바른 가치를 공유하고 함께 하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들을 우군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에반젤리즘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참고자료

• Sam, 〈개발자를 우군으로 만드는 에반젤리스트 (Evangelist) 전략〉, 《벤처스퀘어》, 2012-08-22

같이 보기

• IT
• 개발자
• 소프트웨어
• 애플
• 구글
•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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