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람원
범람원(汎濫源)은 홍수 때 강물이 평상시의 물길에서 넘쳐 범람하는 범위의 평야이다. 충적평야의 일종이며, 흙ㆍ모래ㆍ자갈 따위가 퇴적하여 이루어진다.[1]
내용[편집]
범람원은 홍함지(洪涵地)라고도 하며 하천이 홍수 등으로 범람하여 토사가 퇴적되어 형성된 하천 주변의 넓고 평평한 지형이다.
하천이 토사 등을 운반하여 퇴적시키는 작용으로 인해 생겨난 평야를 충적평야(沖積平野)라 하는데, 충적평야의 대표적인 예가 범람원이다. 글자 그대로 하천이 범람하는 것으로 인해 생겨난 평원을 말한다. 하천은 우기(雨期)에 물이 많이 불어나거나 폭우로 물이 범람할 때 토사를 대량으로 운반하게 되므로, 물의 흐름에 의해 운반된 토사들이 하천 주변에 쌓이면서 점차 평평한 평원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하천의 주기적인 범람으로 형성된 범람원은 구조적으로 하천의 양안(兩岸) 주변에 상대적으로 토사 퇴적량이 많아 마치 하천을 따라 제방을 쌓은 것처럼 주변보다 고도가 높아지는데, 이를 자연제방이라 한다. 자연제방은 자연적으로 생긴 제방이란 의미로 인공제방처럼 일정한 폭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제방처럼 보이지 않기도 한다. 자연제방 배후로 점토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작은 입자의 퇴적물이 쌓이게 되는데, 자연제방의 높이로 인해 배후에는 퇴적물이 적게 쌓여 상대적으로 고도가 낮은 지대가 형성되며, 이를 배후습지라 한다.
자연제방은 상대적으로 입자가 굵고 무거운 조립질의 모래 등이 많아 배수가 잘되며, 지대가 높아 홍수 피해가 적어 전통적으로 취락, 혹은 농경지 중 밭농사나 과수원이 발달한 경우가 많다. 반면, 배후습지는 지대가 낮고 점토질 성분으로 배수가 잘 안되어 자연상태의 늪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으며, 개간하여 논농사를 짓기도 한다. 물론 도시화한 곳이나 한국과 같이 인구보다 국토가 좁은 나라 같은 경우, 매립 및 성토 작업을 통해 각종 용지로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경우 배후습지는 대부분 시가지화되었다.
대한민국의 큰 강 하류 부근에 나타나는 넓은 범람원은 빙기(氷期) 때 깊게 파인 하곡(河谷)에 후빙기(後氷期)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넓은 퇴적층이 형성되어 생겨난 경우가 많다. 한강, 금강, 영산강 등 하류부에 나타나는 넓은 평야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모든 범람원이 하천의 범람 때문에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하천의 중상류에 나타나는 범람원은 범람에 의한 퇴적작용보다 하천의 측방침식으로 유로(流路)가 이동하면서 원래 하천의 하상(河床)이었던 곳이 점차 퇴적되어 형성되기도 한다. 이렇게 형성된 범람원에는 자연제방과 배후습지가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자갈과 큰 돌들이 퇴적층에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2]
범람은 상류범람과 하류범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 범람이 발생한 시간이 경과할수록 수계의 상류에서 하류로 이동된다. 매우 강도가 높은 상류범람은 구조물의 파괴를 수반한다.
- 상류범람 :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좁은 면적에서 발생하며 이를 사류홍수(flash flood)라 한다.
- 하류범람 : 상대적으로 매우 넓은 면적에서 범람이 발생한다.
자연제방과 배후습지[편집]
범람원은 하천의 범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지형이다. 홍수 때에 물길을 넘어 범람한 물은 유속이 격감하여 운반하던 물질을 그 자리에 쌓게 되는데 우선 모래와 실트같이 입자가 비교적 크고 무거운 물질을 하천 양안에 쌓아 지면이 약간 높은 자연제방을 형성한다. 자연제방의 뒤에는 상대적으로 고도가 낮은 배후습지가 형성되는데 주로 점토가 퇴적되어 있다. 넓은 범람원은 배후습지가 자연제방보다 훨씬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범람원은 하천의 하방 침식이 쇠약하여 평탄해진 오랜 종단면형 지형에서 곧잘 나타난다. 이 경우 물줄기가 자주 바뀌면 하중도나 우각호 등의 지형이 되기도 한다.
자연제방은 비교적 높고 모래와 실트 성분이 많아 홍수의 피해가 적고, 배수가 잘되므로 일찍이 밭·과수원 등으로 이용되고 취락이 발달하였다. 그래서 범람원 중에서 자연제방만 농경지로 이용되는 곳이 적지 않다. 뒤쪽의 배후습지는 지대가 낮아 홍수가 나면 이내 침수되고, 점토로 구성되었을 뿐 아니라 지하수위가 높아 배수가 잘되지 않는다. 배후습지는 원래 수초가 자라는 늪으로 이루어져 있어 농경지로 이용되는 자연제방과는 그 경관이 쉽게 구별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은 인구조밀지역에서는 인공적으로 배수하고 제방을 쌓아 홍수를 방지하면서 대부분 비옥한 농경지로 개간되었다.
후빙기 해수면의 상승과 범람원의 형성[편집]
대부분 범람원은 그 충적층의 두께가 홍수 때에 하상이 파일 수 있는 깊이보다 훨씬 두껍다. 특히 하천 하류에서는 범람원의 너비가 하천이 곡류하면서 측방침식 및 측방퇴적으로 넓혀질 수 있는 너비보다 훨씬 넓은 것이 보통이다. 이는 범세계적인 현상으로 빙기에 해수면이 하강하였을 때 하곡이 깊이 파인 다음 후빙기의 해수면 상승과 더불어 하곡이 충적층으로 매립되면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최후 빙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의 해수면은 현재보다 100m 이상 낮았으며, 약 18,000년 전부터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범람원의 자연제방과 배후습지는 후빙기 해수면 상승과 더불어 빙하의 침식곡이 충적층으로 매립되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다. 약 18,000년 전부터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홍수가 자주 일어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범람원이 점차 위로 성장할 때 하천 양안을 따라서는 토사의 집중적인 퇴적으로 지면이 빨리 높아져 자연제방이 형성되고, 토사의 유입이 적은 배후는 고도가 낮아 습지로 남게 된 것이다.
배후습지의 개간[편집]
배후습지는 일반적으로 대하천 하류로 유입하는 작은 지류의 골짜기에 발달한다. 이러한 배후습지는 상습 침수지역으로 홍수 때에 대하천에서 물이 역류하여 토사를 운반 퇴적한다. 한강의 경우 뚝섬은 전체적으로 자연제방, 그 뒤에 있는 중랑천 하류의 장안평은 배후습지로 상습침수지역이었다. 해발고도는 뚝섬이 10~12m, 장안평이 8~9m였다. 한반도의 배후습지는 20세기에 들어와서 개발되어 자연상태로 남아있는 것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곡류하던 하천을 직강화하고 대하천 본류와 만나는 곳에는 빗물펌프장 설치로 홍수 때 역류를 방지하여 배후습지를 농경지나 다른 용도로 개간한 것이다.
다만, 한반도의 자연적인 내륙 습지 중에서 가장 넓은 경남 창녕의 우포는 과거보다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아직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우포는 토평천 골짜기의 배후습지로서 홍수 때에는 낙동강의 물이 역류한다. 인근에 철새의 도래지로 알려진 주남 저수지는 배후습지를 이용하여 관개용 또는 배수용 저수지로 만든 것이다.
분포 사례[편집]
대한민국에서 강을 끼고 있는 큰 평야는 대부분 이 범람원이 산물이다. 김포 평야, 호남 평야 등. 만경강, 금강, 한강 등 한국의 큰 하천 양안의 평야라면 특히 그러하다.
특히나 김포평야의 경우는 부천신도시 위에 옛 범람원의 습지가 그대로 남아 있다. 한강종합개발계획이 마무리된 1980년대 전까지만 해도 한강에 큰물이 들면 여기까지 물이 들어차서 잘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옛 중심지인 계양현이 지금의 부천시가 아니라 계양산 아래에 위치한 것도 범람원을 피해서 높은 지대에 취락이 형성된 때문이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주로 하천의 중, 하류에 분포한다고 배운다. 물론 실제 연구를 보면 하천 상류에도 얼마든지 범람원이 존재한다.
동영상[편집]
각주[편집]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