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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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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빙저호 세계

빙저호(氷底湖)는 남극대륙과 같이 기온이 낮은 대륙빙하 밑에 있는 호수를 말한다.[1]

개요[편집]

목성 위성 유로파의 얼음바다

빙저호란 남극과 같은 기온이 낮은 대륙에만 나타나는 지형이며, 호수 위에 빙하가 뒤덮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빙모빙상이 덮여 있다. 현재 발견된 빙저호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은 보스토크호이다. 남극에는 지금까지 발견된 것만 해도 402개의 빙저호가 있다고 한다.[2]

남극대륙이나 그린란드빙상 아래에는 놀랍게도 로 된 호수가 있다. 이처럼 얼음 아래에 있는 호수를 빙저호라고 한다. 얼음 아래에 있는 물은 지열(地熱)과 얼음표면에서 사라지는 열 사이에서 균형을 취해서 액체상태를 유지한다. 또한, 얼음의 압력 때문에 물은 영하에서 언다. 예컨대, 압력이 높아지면 물이 어는 온도는 낮아져, 기압이 350기압인 경우, 물이 어는 온도는 -3℃로 낮아진다. 350 기압은 수심 3,500m 정도의 수압이다.

빙저호의 존재는 19세기 말 러시아 과학자이자 무정부 공산주의자인 피터 크로포트킨(Peter Kropotkin 1842-1921)이 예측했다. 그는 얼음의 엄청난 압력으로 그 아래에 있는 물이 얼지 않으리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 들어 이론적으로 그 존재가 확립되었으며, 2000년대 들어 위성 관측에 의해 빙저호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거대한 빙하들이 수년간에 걸쳐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시 면적의 절반이 넘는 350㎢의 빙하가 2003년 10월부터 2005년 11월까지 9m가 낮아졌다. 미국 NASA의 과학자들은 빙하들이 물 위에 뜬 상태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물이 빙하층이 움직일 때 윤활층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빙하를 관통하는 레이더, 지구 중력과 지진파의 변화를 측정하는 장비들이 동원돼 빙저호의 거대한 실체가 확인됐다.

그린란드 빙상 아래에도 빙저호가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또한, 목성의 위성 유로파(Europa)에서도 빙저호의 증거가 발견되었다.

보스토크 빙저호[편집]

남극 빙저호 보스토크호의 구조

현재 남극 대륙에만 400개 가까운 빙저호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보스토크(Vostok) 빙저호는 해발 3,488m인 러시아 보스토크기지(남위 77도30분 동경 106도) 주변 얼음 아래 3,700m 정도에 있다. 보스토크 빙저호는 길이 250km, 폭 50km에 면적은 12,500 ㎢다. 최대깊이는 510m에서 900m에 이르며 평균수심은 432m이며 물의 용량은 5,400km³다. 하늘에서 보아도 호수 위의 지형이 평탄해서 외곽이 표가 난다.

보스토크호수는 동남극 대륙빙상 아래에 있는 고원지대들이 충돌하면서 생긴 충돌대에 있던 작은 구조에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 또는 바이칼(Baikal)호수나 동아프리카 말라위(Malawi)호수처럼 열곡(裂谷 Rift valley)에서 발달했다는 주장도 있다. 호수 바닥에 있는 퇴적물의 두께는 70m에 이른다. 독일과 러시아와 일본의 학자들은 2005년에는 태양과 달의 위치에 따라, 보스토크호수에서 12mm의 조석(潮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호수 가운데 섬이 한 개 있다는 것도 발견되었다.

보스토크호의 위에서 뚫은 42만 년 된 얼음에서 10만 년 주기로 빙하기(氷河期)와 간빙기(間氷期)가 반복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빙하시대 파타고니아(Patagonia)에서 날려 온 먼지도 발견되었다. 빙하시대에는 간빙기보다 해수면이 낮아져 대륙붕도 더 넓어졌고 바람의 영향이 더 강했다.

보스토크 호수는 1977년 처음으로 그 존재가 확인된 이래 러시아 연구진에 의해 시추작업이 계속되었지만, 당시의 시추 기술로는 호수가 오염될 수 있어 130m를 남겨 놓은 지점에서 작업이 중단되었다. 하지만 2012년 2월 러시아 연구진은 마침내 20여 년간의 시추작업 끝에 얼음을 뚫고 호수 표면의 물을 채취했다.

빙저호 굴착[편집]

빙저호 보스토크 호수 주변의 생태

얼음자체를 굴착하기는 쉬워도 빙저호를 굴착(掘鑿)해서 물과 퇴적물을 채집하기 쉽지 않다. 곧 굴착된 구멍이 막히지 않게끔 석유와 프레온가스로 굴착된 구멍을 채우면서 굴착하기 때문이다(굴착하는 동안 얼음이 천천히 흘러서 구멍을 막는다). 만약 준비를 하지 않고 굴착하면 이 물질들이 호수 물을 오염시키게 된다(실제 러시아과학자들은 2015년 1월 보스토크호수를 굴착하면서 이런 실수를 범했다). 또한 뜨거운 물을 순환시켜 채수하는 방법은 얼음에 있는 미생물이 죽고 호수 물 전체의 수층구조(水層構造)를 교란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도 미국과학자들은 2013년 1월 29일 남극의 훨런스(Whillans) 호수를 뚫고 내려가 채취한 담수와 지층의 샘플에서 미생물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남극 서부의 로스빙붕 가장자리에 존재하는 훨런스 호수는 800m 두께의 얼음 밑에 위치해 있어 영구적으로 햇빛이 도달하지 않았던 곳이다.

연구팀은 호수를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 주문 제작한 청정 열수 드릴기로 시추해 2m 깊이의 호수를 발견했다. 애초 지진조사를 통해서 추정한 훨런스 호수의 깊이는 10~25m이었지만, 그보다 훨씬 얕은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연구팀은 호수에 카메라와 샘플링 장비를 집어넣어 며칠 동안 30L의 담수와 호수 바닥 여덟 곳에서 지층 샘플을 채취했다. 이렇게 수집한 샘플을 현장 실험실에서 현미경으로 조사한 결과, 담수 1mL 약 1천 마리의 박테리아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배양접시에서 매우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고 한다.

남극에선 빙저호를 뚫어 생명을 확인하려는 각국 과학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두주자는 러시아였다. 빙저호 중 가장 큰 보스토크 호수를 향해 20년 가까이 굴착해왔다. 러시아 연구진은 2012년 말 마침내 이 호수의 물을 뜨는 데 성공했다. 미생물의 존재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사실 훨런스 호수보다 최근에 더 기대를 모았던 곳은 영국 연구진이 2012년 12월부터 탐사를 추진했던 엘스워스(Ellsworth) 호수이다. 길이 12㎞에 넓이 3㎞, 깊이 150m인 이 호수는 미생물을 찾는 과학자들에게는 매우 적합한 장소이다.

엘스워스 호수의 얼음은 온도가 약 -30℃로서, 보스토크 호수의 온도보다 두 배 정도 따뜻할뿐더러 그 얼음의 두께도 1㎞ 정도 얇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엘스워스 호수는 샘플을 채취하기에 훨씬 쉬운 곳이다.

영국 연구진은 5단계의 정수 시스템을 통해 적외선으로 소독한 순수한 형태의 물 6만 리터를 준비하고 5m 길이의 실린더 티타늄 탐사기를 시추공으로 내려보내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엘스워스 호수를 덮고 있는 얼음을 약 60m쯤 파고 들어갔을 때 문제가 생겼다. 얼음을 뚫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고온·고압 제트를 만들어야 하므로 보일러의 역할이 필수적인데, 그만 물을 끓이는 보일러가 말썽을 일으킨 것. 이로 인해 연구진은 철수한 상태이며, 엘스워스 호수의 시추는 미루어졌다.

빙저호에 주목하는 이유[편집]

과학계가 이처럼 남극의 빙저호에 주목하는 이유는 극저온에 빛도 양분도 없는 극한 환경에서 생존하도록 독자적으로 진화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그 같은 미생물이 발견된다면 얼음으로 덮인 태양계 안의 다른 천체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보스토크 호수의 환경은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와 유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광합성은 햇빛이 없으면 불가능하므로 월런스 호수에서 이번에 발견된 박테리아는 다른 원천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박테리아는 호수 바닥의 광물과의 화학적인 반응이나 호수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와의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다. 그 같은 에너지원을 밝혀내는 것도 흥미로운 연구이다.

설사 빙저호에서 새로운 생명체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을 경우, 그것으로도 엄청난 성과가 된다. 지구나 태양계의 다른 지역에서 생명체를 제한하는 요소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빙저호 바닥의 퇴적물은 과거 기후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지니고 있을 수도 있다. 만약 그 기후 기록을 찾게 된다면 지구의 가장 큰 현안인 지구온난화 연구에 대변혁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고기후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남극의 빙하 밑에 존재하는 빙저호는 380개 정도 발견되었으며, 얼음을 뚫을 수 있는 원격 레이더, 인력 측정 및 지진대 조사를 통해 남극의 호수 지도가 작성되었다. 고대에 생성된 이 호수들은 지하의 지열과 남극 빙하가 녹아서 형성되었는데, 인력과 얼음의 압력으로 녹은 물이 흐르게 되었으며 남극의 빙하 밑에 존재하는 대륙의 빈 공간과 계곡 지역에 모이게 된 것이다.

따라서 남극 대륙 아래에서 윤활유처럼 작용하는 빙저호에 대한 연구는 남극해의 화학적이고 생물학적 활동성에 영향을 주는 광물의 배출 현상이 이루어지는지의 여부도 알려주게 될 것이다.

동영상[편집]

각주[편집]

  1. 빙저호〉, 《네이버국어사전》
  2. 빙저호〉, 《위키백과》

참고자료[편집]

같이 보기[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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