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분출공
열수분출공(熱水噴出孔, hydrothermalvent)은 열수가 지하로부터 솟아나오는 구멍으로 육상과 해저에 모두 존재한다. 해저 열수분출공의 존재는 이미 1960년대 말에 대양저산맥 지각의 빠른 냉각과 관련해 추측되었으나 1977년 심해탐사선 알빈호(Alvin)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1]
내용
열수분출공은 뜨거운 물과 가스가 지하로부터 솟아 나오는 굴뚝형 구멍으로 육상과 해저에 모두 존재한다. 해저 확장이나 화산 활동이 활발한 장소, 확장대, 해양분지, 열점에서 지각판이 떨어져 이동하고 있는 장소 근처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된다.
열수분출공은 지구가 지질학적으로 활동적이며 지표면과 지각 내에 다량의 물이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바닷속에서 이들은 블랙 스모커나 화이트 스모커를 형성하기도 한다. 심해의 대부분에 비해 열수분출공 주변은 생물학적으로 생산량이 높으며 종종 분출구에 용해된 화학물질에 의해 먹이 사슬의 기초를 형성하는 박테리아가 살아간다. 그러한 화학합성 세균과 고고학이 먹이 사슬의 기저를 형성해 거대한 관벌레, 조개류, 새우 등이 포함된 생태계를 지탱하고 있다. 열수분출공은 목성의 위성 유로파와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며, 한때 화성에도 존재했을 것이라 추측된다.
깊은 바다 안에 있는 열수분출공은 일반적으로 동태평양 해팽과 대서양 중앙해령과 같은 해령에서 형성된다. 이곳은 지질구조판이 갈라지고 새로운 지각이 형성되고 있는 곳이다.
해저 열수분출공에서 나오는 물의 대부분은 단층과 다공성 퇴적물, 화산 지층을 통해 화산체와 비슷한 열수시스템으로 유입되는 바닷물로 이루어져 있다. 육상・지구의 열수시스템 안에서, 분기공과 간헐천을 순환하는 물의 대부분은 강수와 표면에서 열 시스템으로 침투한 지하수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마그마에 의해 방출되는 변성수, 마그마수, 퇴적물 구성 상 염분을 다량 포함하고 있는 고염수의 일부를 포함한다. 여기서 각각의 비율은 장소에 따라 다르다.
약 2°C(36°F)의 주변 수온과 달리, 물은 60°C(140°F)에서 최대 464°C(867°F)의 온도로 분출된다. 이러한 깊이의 높은 정수압 때문에 물은 액체 형태로 존재하거나 이러한 온도에서 초임계 유체로서 존재할 수 있다. 물의 임계점은 218기압에서 375°C(707°F)이다.
액체에 염분을 주입하면 높은 온도와 압력에 대한 임계점이 높아진다. 바닷물(3.2 wt% NaCl)의 임계점은 해수면 아래 약 2,960m (9,710 ft)의 깊이에서 407°C (765°F)와 298.5bars이다. 따라서 3.2 wt%의 염도인 열수유체(hydrothermal fluid)가 407°C(765°F) 및 298.5bars 이상으로 가스가 배출됐을 때의 상태를 초임계(Super Critical)라고 한다. 게다가, 분출구의 염도는 지각의 상 분리로 인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다. 염도가 낮은 유체의 임계점은 해수보다 낮은 온도와 압력 조건이지만 순수한 물보다는 높다. 예를 들어, 2.24 wt.% 염도를 가진 분출구는 임계점 400°C (752°F)와 280.5bars 가지고 있다. 일부 열수분출공의 가장 뜨거운 부분에서 나오는 물은 초임계 유체일 수 있으며, 이는 기체와 액체 사이의 물리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
블랙 스모커와 화이트 스모커
대부분의 열수분출공은 원통형의 굴뚝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특수한 연기는 열수분출공의 유체에 용해된 미네랄로부터 형성된다. 과열된 물이 냉각 상태와 비슷한 바닷물과 접촉할 때 미네랄이 침전되어 입자를 형성하여 퇴적물의 높이를 증가시킨다. 이러한 구조물 중 일부는 60m 높이까지 올라갈 수도 있는데, 오리건주 인근 태평양 심해저에 있는 고질라(Godzilla)가 그 예시이다.
- 블랙 스모커
블랙 스모커와 심해공은 일반적으로 해저에서 발견되는 일종의 열수분출공으로 수심 2500m에서 3000m까지 가장 빈번히 발생하지만, 더 얕은 수심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물질이 포함된 검은 연기구름을 내뿜는 굴뚝같은 구조물이며 일반적으로 황을 포함한 광물, 즉 황화물이 많이 함유된 입자를 방출한다. 블랙 스모커는 지각 아래에서 과열된 물이 수백 미터 너비의 심해 평원을 뚫고 들어올 때 형성된다. 차가운 바닷물과 접촉할 때, 많은 광물이 각 분출구 주위에 검고 굴뚝 같은 구조를 형성하면서 침전된다. 증착된 금속 황화물은 시간에 따라 거대한 황화물 광상이 될 수 있다. 미드 애틀랜틱 능선의 아조레스 지역에 있는 일부 블랙 스모커들은 24,000 μM 농도의 철분을 함유한 금속 성분이 매우 풍부하다.
블랙 스모커는 1979년 RISE 프로젝트에서 스크립스 해양학 연구소의 과학자들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그들은 우즈 홀 해양학 연구소의 심해 잠수정 ALVIN을 사용하여 관찰에 성공했다. 현재 블랙 스모커는 평균 수심 2,100m의 대서양과 태평양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북쪽에 있는 블랙 스모커는 베르겐 대학교의 과학자들이 그린란드와 노르웨이 사이의 대서양 중간 능선에서 발견한 열수분출공인 로키스 성(Loki's Castle)이다. 블랙 스모커들은 구조적인 힘이 별로 없고 결과적으로 열수 분출구가 덜 흔한 지각보다 안정적인 영역에 있으므로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것으로 알려진 블랙 스모커는 해수면 아래 5,000m의 케이맨 해구에 있다.
발견 및 탐색
1977년 2월 17일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WHOI)의 심해유인잠수정 앨빈(Alvin)은 갈라파고스제도에서 북서쪽으로 약 380km 떨어진 해역에서 잠수를 시작하였다. 1974년부터 심해탐사를 시작해 이곳에서 활발한 해저 화산활동의 징후를 찾아낸 과학자들은 잠수정을 내려 보내 이를 직접 확인하고자 했던 것이다.
앨빈은 잠수한 지 1시간 30분이 지난 후에야 수심 2,700m의 바닥에 도착했는데 잠수정에 타고 있던 과학자들의 눈 앞에 펼쳐진 경치는 우리가 생각했던 바닷속 모습이 아니었다. 굳은 용암 사이에서는 검은 연기와 뜨거운 물이 솟아 나오고 있었으며, 연기가 솟아오르는 굴뚝 주변에는 어른 신발보다도 더 큰 대합과 홍합들이 다닥다닥 붙어살고 있었다.
1979년 이곳을 다시 찾은 과학자들의 눈앞에는 더욱 신비한 광경이 펼쳐졌는데 열수분출공의 생물다양성과 밀도는 열대 정글이나 산호초를 능가하고 있었다. 대부분 생물은 처음 보는 특이한 동물이었으며, 사람 팔뚝만한 두께로 2m까지 자라는 거대한 관벌레가 가장 많았다. 이렇게 깊은 바닷속에서 뜨거운 물이 분출되는 곳을 심해 열수분출공이라 한다. 열수분출공은 말하자면 바닷속 온천인 것이다.
해저지각의 틈 사이로 스며들어 간 바닷물은 뜨거운 마그마에 의해 데워지고 주변 암석에 들어있던 구리, 철, 아연, 금, 은 등과 같은 금속 성분들은 뜨거운 물에 녹아 들어간다. 또 데워져 수온이 350℃나 되는 뜨거운 물은 지각의 틈 사이로 다시 솟아 나오게 된다. 대기압에서 물은 100℃가 되면 끓어 수증기로 변하는데, 온도가 350℃나 되는데도 물이 수증기로 되지 않고 솟아 나온다고 하니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열수분출공이 있는 수심 2,000~3,000m 깊이에서는 압력이 200~300기압으로 높으므로 가능하다.
한편 뜨거운 물에 녹아있던 물질들은 분출되면서 주변의 찬 바닷물과 만나 식게 되고 열수분출공 주변에 침전되어 굴뚝을 만드는데 이 굴뚝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자라게 된다. 이와 관련 높이가 수십 m가 되는 것도 발견된 적이 있다.
열수분출공의 발견은 생물학사에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발견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깊은 바닷속에는 생물이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생태계는 광합성을 해서 스스로 영양분을 만드는 식물이 있어야 유지되는데 심해는 햇빛이 도달하지 못하는 암흑의 세계이므로 식물이 살 수 없어 심해에 사는 동물들에게는 표층에서 죽어 가라앉는 생물의 사체 외에 먹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심해는 생물이 거의 살지 않는 사막과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많은 동물이 사는 심해 열수분출공 광경을 본 과학자들은 당연히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 후 계속된 조사로 열수분출공 주변에 어떻게 많은 동물이 살 수 있는지에 관한 수수께끼가 풀렸다.
열수분출공에서 뿜어 나오는 검은 연기 속에는 황화수소가 많이 들어있는데, 심해에는 황화수소를 산화시켜 나오는 화학에너지를 이용해 탄수화물을 만드는 박테리아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이 황화박테리아들은 식물이 광합성을 해서 탄수화물을 만드는 것과는 달리 화학합성을 하여 탄수화물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즉 심해 열수분출공에 사는 박테리아는 식물이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광합성을 해서 생태계를 부양하고 있는 것처럼 화학합성을 해서 열수분출공 생태계를 부양하고 있었다. 이 발견으로 광합성에 의존하지 않고도 유지되는 생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 주변에서 보아왔던 식물을 기초생산자로 한 생태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바닷속에 있었던 것이다.
갈라파고스제도는 1835년 다윈 방문으로 진화론의 산실로서 생물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종의 기원'이 생물의 진화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던 것처럼, 약 140년 후에 열수분출공 주변의 생물군집이 발견됨으로써 갈라파고스제도는 다시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게 되었다. 또 과학자들이 심해저 탐사를 계속하면서 열수분출공은 더욱 많이 발견되었고 최근 한국해양연구원의 탐사팀도 파푸아뉴기니 인근 해역에서 새로운 열수분출공의 존재를 확인한 바 있다. 또한, 열수분출공은 산업에 필요한 금속을 많이 포함하고 있으므로 광물자원으로 개발하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햇빛이 없고, 수압이 높으며, 황화수소와 같은 독성물질로 가득 찬 열수분출공의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러한 환경이 생명체가 지구상에 처음 탄생했을 때의 조건과 비슷했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열수분출공 주변 생태계를 연구해서 태초에 지구상에 생명체가 잉태된 환경과 과정에 대한 귀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지금도 지구 생명체 탄생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얻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열수분출공을 탐사하고 있다.[2]
동영상
각주
- ↑ 〈열수 분출공〉, 《네이버지식백과》
- ↑ 〈생명체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열수분출공(熱水噴出孔)’〉, 《네이버지식백과》
참고자료
- 〈열수분출공〉, 《위키백과》
- 고누비, 〈생명탄생의 비밀열쇠 - 열수분출공(블랙스모커)〉, 《네이버블로그》, 2018-04-23
- 〈열수 분출공〉, 《네이버지식백과》
- 〈생명체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열수분출공(熱水噴出孔)’〉, 《네이버지식백과》
같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