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박사(博士)는 한국어의 어원으로는 교육기관에서 가르치는 임무를 맡은 사람이나 기술을 지닌 사람에 주던 벼슬이었다. 4세기 고구려 태학을 운영하던 시절에 이미 사용하던 용어로 조선 성균관에서도 사용하였다.
현재는 근대적 대학교나 학술전문연구기관에서 부여하는 특정한 학위인 철학박사 또는 그 학위를 취득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일반적으로 특정 분야의 전문가임을 인증하는 최고 수준의 학위이다. 대개의 경우 좁은 의미로, 전문 석사과정인 의사(라틴어: Medicinae Doctor), 변호사 등을 제외하고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과 학위논문을 통과한 이에게 주는 철학박사 Ph.D.(라틴어: Philosophiæ Doctor, Doctor of Philosophy)를 가리킨다.[1]
목차
개요
박사는 스스로 알려지지 않았던 문제를 발굴하거나, 여태껏 해결되지 못했던 문제의 정답이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만큼의 학식을 갖추었다고 제도적으로 인정받은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학위이다.
'인류가 발견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수준까지 다다른', 학사와 석사 학위 또는 그에 준하는 자격을 소지해야만 취득할 수 있는 최고의 학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학부 학위를 받지 않은채 박사 학위를 받은 극소수 케이스도 있긴 하다. 커리큘럼을 거치지 않고도 성과를 높이 사 박사란 이름을 부여하는 명예박사도 있다.[2]
명칭
거의 모든 전 세계 대학들은 박사 학위의 약칭을 라틴어 'Philosophiae Doctor'에서 따온 Ph.D. 라고 표기하거나, 점(.)을 모두 생략하고 PhD로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렇게 두 단어를 줄인 것이므로 'Ph.D'나 'PhD.'처럼 점(.)을 하나만 쓰는 것은 틀린 표기다.
Ph.D.는 연구학문 분야에서 수여되는 학술 박사 학위이며, 일부 실무학문 분야에서는 Ph.D. 대신 "Doctor of [해당학문]"을 수여하기도 한다. 이를 전문박사 학위라 부르며 대표적으로 법학(JD), 경영학(DBA), 행정학(DPA), 교육학(EdD), 사회학(DSc), 간호학(DNP), 의학(MD), 약학(PharmD), 공학(EngD), 음악예술학(DMA) 등 각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런 것은 각 대학의 정책에 따라 상이하므로, 같은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더라도 수여하는 대학이나 과정에 따라 어떤 사람은 Ph.D.를 취득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Ph.D. 대신 전문박사 학위를 취득하기도 한다
박사 소지자에게는 그 명예를 드높여주는 뜻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에게는 기존의 Mr. 나 Ms. 의 호칭이 Dr. 라고 바뀐다. 공적인 자리에서는 지켜주는 것이 보편적인 예의고 명찰, 명패 등에서도 별도의 직함이 없는 경우라도 이름 앞에 Dr.를 붙여주기 마련이다. 학계 관련 행사라면 말할 것도 없고. 당장 항공권만 봐도 모든 성인은 이름 앞에 MR, MRS, MS 중 하나가 붙지만, DR. PROF. REV.는 예외적으로 표기가 가능하다.
- 영어 명함이나 소개서, 이력서에는 단순히 Ph.D.라고 표기하거나, 혹은 "Dr. XXX ≪약어≫", "XXX (약어)"라고 쓰거나 Dr. XXX라 작성하고, 그 아래에다가 구체적인 학위를 언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한국, 영어권에선 박사 학위가 몇 개 있건 명함, 명패 등에 보통 XX 박사, XX Ph.D., Dr. XX 등으로 표기하지만, 독일에선 2개는 Dr. Dr. XXX, 3개 이상은 Dr. Mult. XXX가 된다.
- 독일의 경우, '박사'를 직함 뒤에 - 장관 아무개 박사, 하는 식으로 다시 '박사'를 붙이기도 한다. (예: 국민계몽선전부 장관 괴벨스 박사)
- 한편 서구권에서 Dr.라고 하면 의사를 지칭하는 용어이기도 하나, 영국에서는 외과의사는 Dr. 호칭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Mr. Ms.로 불린다. 외과의사는 이발사에서 기원했기 때문이다. 또한 독일 등에선 의사면허 소지자가 구어적으론 닥터라고 불리지만 의사 면허만 가지곤 Dr. 호칭을 공적 표기에 사용하는 곳은 불가능하다.
-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와 같이 D.Phil.이라고 표기하는 사례도 있다. 옥스퍼드 대학교 측의 설명에 따르면, 'PhD'라는 약칭은 라틴어 'Philosophiae Doctor'에서 따온 것이고, 'DPhil'이라는 약칭은 영어 'Doctor of Philosophy'에서 따온 것이다.
- 한국의 경우, 학계에 있을 경우 하급자 또는 후배의 경우라도 보통 '박사'라고 호칭해준다. 이는 지도교수도 마찬가지인데 과정생에 있을 때까진 보통 이름을 부르던 사이라도, 공적인 자리에서는 김 박사 등으로 최소한의 예우를 갖춰준다. 학계가 아닌 직장에서는 굳이 항상 '박사' 명칭까지 호칭하진 않지만, 다른 부하직원보다는 좀 더 예의를 갖춰 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그 박사가 해당 전문분야 전공자라면 더더욱 조심스럽게 대한다. 또한, 과거에 박사 학위 소지자가 많지 않던 시절에 정치 지도자들 중 박사 학위를 가진 분들을 그렇게 호칭하는 경향이 있었다. 현실에서도 박사 출신 연구원들끼리나 박사 학위 소지자와 친한 사람들은 상대를 박사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 북한에서는 석,박사학위를 수여하는곳을 박사원이라고 부른다. 이 박사원을 졸업하고 박사가 되는 것은 북한에서도 엄청나게 어려운 일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직접 박사 학위를 비준한다. 물론 그들이 박사 논문을 직접 읽고 디펜스 과정을 거치면서 심사하는 것은 아니고, 명단이 올라오면 최종 도장만 찍어주는 것이다. 그들의 두뇌로 박사 논문을 읽고 심사할 역량은 절대 없기 때문이다. 배출 수도 남한에 비해 훨씬 적고, 박사를 받고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는 남한과 달리 연구자로서 업적을 쌓고 이를 인정받아 국가에서 허가를 받아야 비로소 박사원에 진학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박사논문을 쓸 정도가 되려면 60대는 되는 경우가 많다고. 이렇게 '박사' 학위의 위상이 다르다보니 남북 학자들의 민간교류가 막 시작된 90년대에는 북한 학자들이 갓 졸업한 남한 '박사'들을 무슨 학계 석학으로 알고 대우하려고 해서 곤란하기도 했다고 한다.[2]
어원
과거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에서 박사(博士)는 어떤 학문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관직의 이름이었는데, 예를 들어 중국 한나라 시절 경전을 연구하는 오경박사 라는 관직이 있었고, 이를 본받아 신라에서는 기상 현상을 관찰하는 천문박사(天文博士), 의학을 관장하는 의박사(醫博士), 수학을 관장하는 산박사(筭博士) 등을 둔 기록이 등장한다. 근원이 다른 만큼 서양의 Doctor와 백퍼센트 대응하는 개념은 아니었지만, 19세기에 서양의 여러 개념을 받아들이고 한자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Doctor를 동양의 개념 중 유사성이 있는 박사로 번역한 것이다.
'박사'라는 뜻의 영어 단어인 'Doctor'의 어원은 라틴어로 가르치다, 지시하다 등을 뜻하는 Docere이며, 박사 학위는 중세 유럽 대학의 "교육 면허"인 '리첸치아 도첸디(licentia docendi)'[9]에서 비롯되었다. 참고로 영어 명칭인 Doctor[10]는 영어에선 박사와 의사 모두에 쓰이지만 라틴어의 Doctor에는 의사란 뜻이 없다.
Doctrine 등의 단어에서 알 수 있듯, 라틴어의 Doc- 어간은 '가르치다'라는 뜻을 갖는데 (부정형 Docere가 '가르치다'의 뜻) 이것으로 보아 원래 박사 학위는 독자적으로 해당 학문을 강의할 수 있을 정도로 그 학문에 통달했다는 뜻의 의미가 아닌가 추정된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정교수 임용에 박사 학위를 요구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중세 유럽에서는 대학이 생긴 이래로 박사 학위를 딴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 중세 대학은 오늘날의 대학과는 구조와 체계가 달랐는데, 이른바 자유7과라 불리는 학문들을 배워 기초를 다지면 학사가 되었고 거기서 다시 몇 년 간 심화학습을 하고 연구 성과를 보이면 석사가 되었는데, 교수직을 맡을 자격을 부여받는 석사까지만 하여도 보통 10년 가까이 걸렸다. 박사는 거기서 다시 몇 년 간 연구를 거듭하여 자기 전공 분야에 정통해야 취득할 수 있었다. 따라서 박사 소지자는 학계의 권위자로서 명성을 떨쳤으며 상류층의 일원으로 대우 받았다. 이들은 전문가로서 관료나 가신으로서 중용되었고, 고위 공직을 역임하면서 귀족으로 서임받기도 하였다. 그렇기에 서구권(특히 영어권 / 독어권)에서 박사 학위 소지자를 꼬박꼬박 "OOO 박사"라고 부르는 전통이 생성된 것이다. 예수회 선교사들이 16세기 명나라에 도착했을 때 진사(進士)를 박사로, 거인(擧人)을 석사로, 수재(秀才)를 학사로 번역 하려고 했으나 이는 학문적 소양 보다는 중앙 정부에서 인정한 관직내지 신분이라는 의미가 더 강했기에 완전한 번역은 아니다.
다만, 영어에서 Doctor라는 말은 박사 말고도 다음 뜻일 수 있다.
1. Medical Doctor (의사), Doctor of Dental Surgery (D.D.S. 치과의사),Doctor of Pharmacy (Pharm.D. 약사), Doctor of Veterinary Medicine (수의사) 등: 만화 가필드를 보면 John이 Liz(수의사)를 부를 때 'Doc'이라는 단어로 부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미국 학제에서는 의사, 치과의사, 약사, 수의사 모두 박사로 인정하므로 문제가 없지만, 다른 나라에서 학사나 석사 등의 학위를 받은 사람들에게도 미국인들은 'Doctor(Doc)'라고 부른다.
2. Dr. XXX로 소개되는 사람인데, 박사 학위 없이 대학에서 강의를 하거나 연구소에서 연구를 하는 사람.
그래서 일반적으로 박사 학위를 가졌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전통적인 문어체로 Ph.D.가 사용되곤 한다. 신학박사 / 법학박사 / 의학박사 그 외의 분야에서는 철학박사(Ph.D.)로 전통적으로 표시하곤 했다.
위의 세 가지 박사 학위의 명칭은 중세 대학에서 신학, 법학, 의학으로 커리큘럼을 나누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다. 중세 때는 공통된 교양과목(논리학, 수사학, 문법, 산술, 기하, 천문, 음악)을 이수한 후 신학, 법학, 의학 학부에 진학한 후 전공을 공부했다. 그중에서도 4학부의 맏이인 신학부의 신학박사를 박사 중의 박사로 높이 쳐줬다. 전통 3학부 중에는 더럽고 험한 일을 하는 의학박사가 가장 하위이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 철학이 중세 신학에서 분리되며 학문의 왕 자리를 차지하는데 자연철학 → 과학, 도덕철학 → 사회학 & 경제학 등등으로 수없이 분화되어 가면서 철학박사(Ph. D.)의 원래 의미가 모호해져 버렸다.
그러다가 19세기 독일에서 현대적 박사학위 제도가 철학에서 시작되었고 그것이 다른 나라에 퍼지면서 박사하면 Ph.D.로 부르는 전통이 생겼다. 그래서 요즘은 Ph. D. in ≪분야≫로 표기하며, 철학박사도 Ph.D. in Philosophy라고 쓴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박사를 Ph.D.라고 표기하는 것은 Philosophy란 말의 어원적 의미를 생각해 보면 오히려 적절한 말인지도 모른다. 지식을 사랑하는 박사라는 뜻이니까. (참고로 doctor는 라틴어 어원적인 의미로 따지면 '규범을 만드는 사람' 정도의 의미가 된다.[2]
역할
- 지방 학교(studium paticulare)와는 달리, 대학들은 학생과 교수를 도처에서 받아들이고 또 대학들이 주는 학위가 서구 그리스도교 사회 어디에서나 유효하였다(studium universale)는 것이 특히 두드러진 점이었다. 대학들에서 통일된 서구 정신의 보편성 같은 것이 빛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성권(sacerdotium) 및 왕권(Imperium)과 나란히 학문을 독립된 제3의 "세계적 직권"으로 평가하였다. 쾰른의 참사회원인 로에스의 알렉산데르는 1284년에 재치가 많은 은유시 「파보」(pavo)에서, 이탈리아인에게는 성권을, 독일인에게는 왕권을, 프랑스인에게는 학문을 서구 민족 공동체에 봉사하기 위한 각기의 특별한 사명으로 돌렸다. 이러한 대학 중 하나에서 박사 학위의 수여는 귀족과 동등의 지위를 의미하였다. 학문이 귀족의 일원이 된 것이다!
- -August Franzen · Remigius Bämer·Roland Fröhlich. 《세계 교회사》. 최석우 옮김
- 박사 말년차이던 어느 날, 나는 재미있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연구하는 주제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생겼는데, 논문을 아무리 찾아봐도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니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나뿐만이 아니라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서 ‘누구도’ 라는 말은 우리 연구실이나 학교뿐만이 아니라,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전 인류의 누구도…라는 말이다.
- 이제 이 주제에 대해 내가 궁금한 것에 대한 해답은 교과서에도, 논문에도,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진 사람은 현재 지구상에 아무도 없는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이제 적어도 지엽적인 나의 연구 주제에 관해서는 인류가 가진 지식의 최전방에 도달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 연구를 한다는 것은 그렇게 인류가 가진 지식의 경계 너머에 있는 미지의 세계를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개척해나가는 것과 같다. 이제 내가 가진 질문에 대한 답은 다름 아닌 내가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내 질문에 대한 ‘정답’ 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 가설과 실험을 거쳐서 논리적으로 결론을 내리고, 이것이 학계에서도 받아들여진다면 그것이 논문이 되고, 또한 인류의 새로운 지식이 될 것이다.
- 그것을 깨닫고 나는 소름이 돋았다. 그 경계를 넓혀간다는 것은 내게 아주 숭고한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인류 지식의 경계를 미증유의 세계로 넓혀가는 탐험가였다. 아마 평생을 다 바쳐도 인류 전체의 입장에서 내가 넓혀갈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은 정말 미미한 것일 테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세상의 전부이자, 내 인생을 바칠 만큼 가치있는 것이었다.
- 나에게 박사 학위는 특정한 주제에 대한 지식을 많이 가졌거나, 최고의 전문가가 되었다는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 박사 학위의 의미는 바로 내가 그 인류가 가진 지식의 경계를 앞으로도 평생 스스로 넓혀갈 수 있을 만한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 (중략)
- "저는 이제 독립된 연구자로서 스스로 연구를 할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제가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어떤 문제가 주어지더라도 거기에 맞는 가설을 세우고, 논리적으로 사고 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 최윤섭. 박사 학위라는 것의 의미
오늘날 많은 대학에서는 박사 학위를 "한 명의 학자로서 홀로설 수 있는 독립적 연구자"에게만 수여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그것이 박사 과정 학생들과 연구원들의 가장 큰 덕목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석사 과정 학생들과는 달리, 박사 과정의 경우 교수가 그렇게 세세하게 관리해주려 하지 않으며, 보통은 키워드 몇개 던져주고는 알아서 성과물을 만들어 오라는 식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일명 "방목형 교육". 심지어는 지도교수조차 잘 모르는 분야를 오히려 박사 과정 학생이 주도적으로 파고들면서 교수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경우도 있다! 서구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학계일수록 이런 관계가 당연시되고 또 반가운 상황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교수가 "사회 지도층이자 어른으로서 학문함의 심오한 참뜻을 알려주고 제자가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지대한 관심을 쏟아주는 인생의 스승" 정도로 여겨지는지라, 교수가 "자네 좋을 대로 알아서 찾아 공부해 보게" 식으로 나오면 당황하는 유학생들이 왕왕 있다. 물론 세세한 코치를 하는 교수들도 있다. 교수의 지도 스타일은 교수의 개인적인 성향에 많이 의존한다.
결국 박사 학위가 있다는 것은 "이 학위논문에 한정된 주제에 대해서 '납득가능한 연구방법'을 통해 타인에게 설득력이 있는 성과물을 낼 수 있는 전문가"임을 공적으로 인증받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교수가 가르치면 학생은 배운다'는 식의 수동적이고 일방향적인 주입식 교육이 뿌리깊게 박혀 있는 한국에서는, 학사까지 또는 잘해봐야 석사까지는 우등생 소리 듣던 학생이 박사 과정 유학 갔다가 몇 년 동안 시간만 버리며 개고생했다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종종 들리곤 한다. 이걸 적응 못 하니, 아무리 악착같이 배우고 물어보고 해도 결국 돌아오는 것은 "자네 이대로는 졸업이 어렵네" 같은 차가운 답변뿐이다.
이 때문에 아는 것이 많다고 해서 박사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간혹 장기간 박사 과정을 거치면서도 학위수여는 요원한 사람들도 있는데, 놀랍게도 이들 중에는 조교수들보다 훨씬 방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특정 종의 식물은 언제 어디서 마주치더라도 곧바로 그 분류와 학명을 전부 알아맞힌다거나 아니면 온갖 별의별 역사적 사건들의 연대와 연표를 달달 외우고 있다. 그러나 지식의 양으로는 박사 학위가 나오지 않는다. 실제 박사가 된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들로부터 기막힌 아이디어와 통찰을 뽑아낼 수 있기에 박사인 것이다. 석사생이 자신이 알게 된 것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으면 포닥이 그걸 듣고 있다가 "그거 재밌네, 이런 가설도 세워볼 수 있지 않을까? 저것도 비벼볼 거리가 있는데?" 하고 몇 개 던져보는데, 이것들이 석사 과정 입장에선 "아니, 어떻게 이런 쌈빡한 생각을 해낼 수가 있지?" 싶은 것들이 많다. 앞의 예를 다시 들자면, 생물들의 학명과 분류를 잘 알아서 박사가 아니고, 그 종의 생물이 하필 그곳에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그 지역 생물권에 대한 통찰을 끌어내고 흥미로운 연구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기에 박사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아마추어 내지 준프로와 진짜 프로의 클래스의 차이. 박사논문은 이렇게 인류가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그것이 실험을 통해 논리적으로 성립됨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어야 통과되므로 취득이 상당히 어려운 것이라 할 수 있다.
흔히 대학원에서 도는 우스개 중에는 "학부 졸업생은 자신이 이제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석사생은 자신이 이렇게나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다는 걸 알고 좌절한다. 박사생은 자신이 모르는 걸 남들도 모른다는 걸 알고 좋아한다"는 말이 있다. 박사들은 실제로 "남들이 모르고, 남들의 관심이 없고, 이상하리만치 주목받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연구 수요는 높은 것"을 눈이 시뻘개진 채로 찾아다닌다. 각 분야들에는 수많은 세부 분야들이 있고 그 분야들에서 수많은 박사와 학자들이 저마다 땅따먹기를 한 뒤 제각기 자기 영역의 터줏대감이 되는 식인데, 그 사이에 존재하는 블루 오션을 용케 찾아내 낑겨 들어가서 "이 주제만큼은 내가 전문가!" 를 선언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남들에게 "이게 왜 중요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를 이해시키는 세일즈의 과정도 여간 고단한 것이 아니다.
자유분방한 사고를 지녔다는 서구 학생들도 날마다 머리를 쥐어뜯는 것이 바로 이 관문인데,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진 머리를 고스란히 가지고 박사 과정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논문 주제를 정하다가 그 주제에 대한 선행문헌이 이상하리만치 나오지 않으면 석사 과정생들은 정말 아무 것도 손에 안 잡혀 정신줄을 놓아버리는 반면, 박사 과정생들은 블루 오션을 찾았다는 기쁨에 화색이 돈다. 하지만 아무도 안 한 주제 대부분은 블루오션이 아니라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남들도 포기한 분야임을 곧 알게 된다. 그러다 엄청 운좋으면 진짜 블루오션 찾아내는 거다.
석사 과정생들이 실력을 쌓기 위해 자기 분야의 수많은 전공서적과 핸드북, 리뷰, 논문을 미친듯이 읽어야 한다면, 박사과정생들은 실력을 쌓기 위해 온갖 수많은 인접분야에 기웃거려 보는 게 권장되곤 한다. 물론 현대 들어서 학제간 연구의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자기 학문에서 보지 못하던 것을 남의 학문을 통해 볼 줄 아는 것도 자기만의 고유한 연구의 화두를 찾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몇 분야들에서는 박사 과정생들끼리 의기투합해서 독서 스터디를 하다가 정말 우연찮게 접한 책 한 권으로부터 기발한 연구 아이디어를 찾아낸 경우가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회과학에서는 자기만의 독창적인 연구방법론을 제안하거나 설계하는 것 역시 박사 학위에 있어 엄청난 이점을 주기 때문에, 가능한 한 다양한 방법론을 경험해 보고 차용해 보는 것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정치학 전공자가 사회 네트워크 분석을 들고 덤벼든다거나, 사회복지학 전공자가 빅데이터 분석을 시도한다거나 하면서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일이 많다. 실제로 이런 젊은 연구자들이 선호하는 저널들은 이러한 방법론적인 파격성을 적극 환영하는 경향이 크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되었지만 박사 학위가 어떤 주제인가는 곧 그 학자의 학문적 정체성이 무엇인가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한 명의 학자로서 평생 씨름해야 할 화두를 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박사 논문 주제는 대충 정하면 안 된다. 나중에 일자리를 구할 때에도 박사학위 논문의 분야와 주제는 결정적이다. 예컨대 리더십에 관련된 박사 논문을 쓴 A씨라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A씨는 평생의 커리어에서 리더십을 뺄 수가 없게 된다. 이후로도 각종 연구소와 기업체들에서 리더십 얘기만 나오면 A씨를 불러댈 것이고, A씨는 리더십의 스페셜리스트로 간주될 것이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교수를 임용할 때 박사 논문의 분야를 기준으로 심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 논란이 빚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더불어 박사 학위를 어느 학교의 어느 교수에게 받았는지도 학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다. AcademicTree.org 같은 학술 계보 사이트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학교의 학풍을 따라, 어떤 학자의 전통을 이어받아 연구하게 되었는지를 통해 그 사람의 학술활동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 좋게 말하자면 박사 과정생들은 지도교수와 장기간 함께하며 지도교수의 안목과 관점, 통찰로부터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일종의 파벌싸움으로 이해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박사 학위 논문이 전달할 수 있는 정보는 의외로 많다. 일부 학문의 경우에는 누구네 일파에 소속되었는가에 따라 정부 프로젝트를 따내거나 못 따내거나, 일자리를 구하거나 못 구하거나 하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니 박사 진학은 "나는 일생 동안 이 분야를 너무 좋아하고 있고, 이거 아니면 도저히 못 살겠다."라는 식으로 모 아니면 도인 성격이 강하다. 조금이라도 학생들을 배려해주는 교수님이라면 특히 이런 걸 강조하고 이럴 자신 없으면 아예 박사 과정 오지 말라고 한다. 후술하겠지만 학석사 마인드로 박사 과정 했다간 한국이건 미국이건 유럽이건 시간만 버리게 된다. 이런 환경이라면 다양한 인간관계를 쌓기 어려우니 이미 있는 인간관계, 즉 연구실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더욱 잘 챙기는 재주가 필요하다. 먼저 졸업하고 사회로 나간 박사 학위 소지자나 거의 2년을 하고 나간 석사 학위 소지자들이 어느 직장이나 위치에 있을지 모르므로 박사 과정 중에 인간관계를 엉망으로 해놓았다간 졸업 후 인생에 어떤 애로사항이 꽃필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읽어보면 송유근 논문 표절 사건에 과학계가 왜 거품 물고 단단히 분노했는지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흔히 대중적으로 도는 소문처럼 잘 나가는 어린 천재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무능한 철밥통 연구자들의 트집잡기라고 이해하는 건 천부당만부당한 것이다. 게다가 박사 학위라는 것이 흔한 편견 및 고정관념처럼 "유치원생 시절부터 미분과 적분을 배워 이해해서 문제를 술술 풀어내는 속칭 천재" 들을 위한 것도 아니다. 박사 학위는 남이 일방적으로 가르쳐주는 풀이법과 설명을 얼마나 어린 나이에 얼마나 빨리 소화하느냐가 관건이 아니라, 지금까지 세상에 아무도 모르던 전혀 새로운 문제 풀이법과 설명을 자기 스스로 찾아내서 남들을 설득해낼 수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송 & 박 논문에 그런 학문적 혁신은 어디에도 없었다.
한편 명예박사는 학위 과정 이수나 논문 작성과는 관계 없이 수여된다. 학술적인 업적의 인정이라기보다는 해당 대학이나 분야에 대한 공헌을 고려하여 수여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 현행법에 의하면, 박사학위과정이 있는 대학원을 둔 학교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할 수 있고(고등교육법 제35조 제5항), 학술발전에 특별한 공헌을 하였거나 인류문화의 향상에 특별한 공적이 있는 자에 대하여 대학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수여할 수 있다(같은 법 시행령 제47조).
4년제든 전문대든 대학 교수로 임용되려면 반드시 따야 하는 학위처럼 여겨지지만 본질은 아니다. 교수 임용은 석사부터 가능하지만, 요즘 상황에서 석사 교수를 임용해줄 리 없는 것뿐이다. 박사 학위가 워낙 귀했던 70년대(그러니까 50년대 출생자들이 대학에 다니던 시절)까지만 해도 석사 교수가 종종 있었다. 50년대에는 학사만으로 교수가 되곤 했다.
또한 일반적인 전공과 달리 실기나 실무 능력이 학문적 능력만큼이나 대접을 받고 중요한 하위 분야로 자리잡고 있는 전공의 경우에는 지금도 박사 학위가 없는 사람도 교수직에 아무런 문제 없이 잘만 임용된다. 대학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해 중퇴한 고졸이나 학사 학위만 가지고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 정도까지 한 법관들이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된다거나, 뛰어난 실력의 음악가나 미술가, 무용가, 소설가가 음대, 미대, 무용과, 문창과 교수가 된다거나 올림픽 등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가 체대 교수가 되는 것은 해당 분야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일이며, 학위만 없을 뿐 실무 분야에서는 그들이 더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에, 평가만 제대로 되었다면 그 분야의 박사 학위 소지자들도 크게 불만이 없다. 특히 전문대의 경우 실용적, 실무적인 분야가 4년제보다 더 많은 관계로 비 박사 교수의 비중도 4년제보다 높은 편이다. 관련 분야의 유명 기업에서 충분한 실적과 성과를 쌓으면 된다. 시간강사로는 박사 학위가 아니어도 임용하기도 하는데, 석사 학위를 취득한 상태에서 박사 학위를 준비 중인 대학원생이 시간강사를 맡아 수업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스개소리로 "박사 학위 딸 시간에 운전면허증이나 따서 버스 & 화물차 & 지게차 & 굴삭기 등을 운전할 수 있는 운전기사나 할걸!"이라며 자조하는 학생도 많다.운전 기사가 만만한가 진짜 전문가들의 세계에서는, 박사 학위는 시작일 뿐이다. 앞서 말했듯이 박사 학위는 지식수준을 묻는 것이 아니다. 박사 학위가 있다는 것은 "나는 나 혼자서 정확한 연구방법을 통해 정확한 논문을 작성할 수 있다."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이 사람한테는 연구비를 맡겨도 된다'라는 것을 의미하는 면허증이라는 것이다. 사실 갓 박사 학위를 딴 사람은 이제 막 학계에 들어온 신참이다. 아직도 쌓아야 할 지식의 양, 연구 방법이 무수히 많다. 학계에서 박사 학위 수여자는 그야말로 신입사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자조적으로 운전면허증이라는 이야기가 돌기도 한다.[2]
취득 과정
미국식 학제
미국식 학제를 지닌 미국, 한국의 경우이다.
요약하면 박사 1, 2년차에 코스워크(coursework)라 불리는 대학원 과목들을 수강하고, 3, 4년차에 논문제출자격시]을 통과하고, 1 ~ 2회에 걸친 예심(중간발표)를 거쳐, 박사 학위 청구논문을 제출하고 논문심사위원회(본심)를 통과하면 된다. 박사 학위 논문심사위원회는 지도교수를 포함한 5인으로 구성되며 보통은 교내 교수들 이 위촉되지만 최소 1인 이상은 박사 학위를 소지한 외부 전문가를 반드시 포함하게 되어 있다. 또한 지도교수는 심사위원장이 될 수 없다. 2~ 3회에 걸친 본심사에서 5인 중 4인 이상이 (조건부)통과 판정을 내리면 심사는 통과한다.
1 ~ 2년차 때는 코스워크(coursework)라 하여 모든 학생들이 해당학문의 기초과정(연구방법론, 이론 등 공통과목)을 공부하며, 1년차 혹은 2년차 공부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박사자격시험(Qualifying Exam, Qual) 혹은 사전자격시험(Preliminary Examination, Prelim)을 치러 1차적으로 공부할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게 된다. FM대로 하면, 여기서 두 번 이상 떨어질 경우 박사 과정에서 탈락이며 그래도 공부하고 싶다면 재입학을 해서 1년부터 다시 시작해야된다. 한마디로 중도탈락. 학석사 마인드로 대충 살아가던 사람들이 이때 줄줄이 갈려나가고, 나머지는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된다. 또 학과에 따라서 TA(수업조교)를 일정량 의무적으로 시키는 경우도 있다.
3년차부터는 대개 개인논문 연구에 매진하면서 주요 학술지에 논문을 제출하여 경력을 쌓거나, 연구실에서 담당하는 프로젝트의 핵심연구원(이공계)으로 활동하면서 프로레벨의 학자생활을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과목이나 기초전공과목의 강의를 담당하는 일도 있다. 상당수의 대학 강사들이 이런 사람들인데, 석사 시절과 달리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에서 학비를 대주지 않고 자기 스스로 해결하도록 요구하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3년차나 4년차 중반 즈음에 논문제출자격시험을 보는데 여기에 합격한 다음, 예비심사(proposal)를 거쳐 박사 학위 청구논문을 제출하여 논문심사위원회의 최종심사를 통과하면(인준을 받으면) 드디어 박사 학위를 받게 된다.
박사 학위는 해당 계통의 전문가들이 "동학으로서 수평적인 위치에서 독립적으로 의미있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석사 학위에 비해 상징적이며, 때문에 그 심사 절차와 기준도 석사 학위에 비해 굉장히 엄격하다. 대부분의 경우 5년 내에 좋은 졸업논문을 쓰고 학위를 받아 연구를 계속하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된다. 드물게 심하게 어려움이 있어도 결국 포기하지 않고 휴학, 자퇴, 재입학까지 거쳐 박사학위를 10년 만에 받는 사례도 있다.
한국에서는 원격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을 수 없었으나,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2024년부터 원격대학에서도 박사 과정을 밟을 수 있게 되었다.[2]
졸업에 필요한 연구 업적
한국 내 명문 공대 대학원들의 경우 SCI급 논문 1편, 많으면 2 ~ 3편 게재(어셉트도 게재로 간주)를 요구한다. 이것이 없으면 졸업을 신청해도 심사를 해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도 분야별로 달라서, 어떤 학과는 졸업 전에 SCI 딱 한 편 쓰는 것도 힘들다.
그런데 해외 명문 공대, 심지어 MIT도 이런 졸업 규정 자체가 없어서, 유명 프로시딩 한두 편만 쓰고 졸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문제는 한국 내에선 프로시딩을 업적으로 아예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에 이런 곳으로 진학한 후 보통 미국 애들이 하듯이 대충 논문 1 ~ 2편 이하로 쓰고 툭 졸업해 버리면 한국 내에 들어오기 힘들다. 미국인이나 미국에 애초에 연고가 있는 외국인들은 이렇게 학위를 받은 후 높은 몸값에 좋은 기업에 취직되지만, 그냥 한국에서 학부석사 마치고 미국 건너간 한국인들은 졸업과 동시에 입장이 곤란해진다. 한편, 일본의 경우는 문서로 졸업 요건을 자세히 규정해 놓는다. 보통 논문 1저자로 풀 페이퍼 1.5개 등이 졸업 요건으로 걸려 있다.
자연과학도들과 공학도들의 취직 경로가 다른 것도 어느 정도는 감안하자. 공학도들은 많은 경우에 학계를 제외한 산업계, 연구소에서 요구되는 필수 능력이 논문 쓰기가 아닌 특정 분야에 필요한 실무 개발 능력인 경우가 많다. 즉, 공학도 한정으로 박사 학위 논문 및 SCI 논문 출판 경험은 취직의 충분 조건이 아니라, 필요 조건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어떤 분야든 공학도가 소위 산 / 학 / 연 3개 구분에서 학교를 제외한 산업계와 연구소에서는 팔자 좋게 논문 쓰는 게 자기 업인 경우는 많지 않다. 좋은 논문은 아무래도 산업화가 활성화 되기 직전의 새로 성장하는 분야에서 쓰기 좋은 반면에, 개발 실무에서는 산업화가 어느 정도 성숙된 분야의 실무 경험이 중시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대한민국의 산업 동향이 아직도 선진국들을 따라서 하되, 그 효율성을 높이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하자. 미국도 그렇고, 구직자를 판단할 때 공학 분야에서는 실무를 같이 해본 경험을 최우선으로 중시한다. 즉, 잘 모르는 상대가 겉으로 보이는 스펙이 아무리 좋아도 직접 같이 일하면서 얻은 연구/개발 능력의 판단 없이 함부로 구직자를 고용하지 않는다. 만약 직접적인 연구 / 개발 능력의 판단이 어렵다면, 추천서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즉, 자기가 신뢰할 만한 상대로부터 얻은 연구 / 개발 능력의 간접적인 판단을 기준으로 삼는다.
상기 사유로 공학도의 경우 해외 유명 대학에서 학위를 마치는 경우 학위과정에서 얻은 이런 저런 인맥으로 해외 취업이 더 쉽다. 한편, 미국 학위 소지자가 수요도 많고 그만큼 일찍 짤리기 쉬운 국내 유수 기업(예를 들어 현대 / 기아차 그룹, 삼성전자 등)이 아닌 정부출연연구소에 취직하고자 한다면, 그때는 국외 학위 과정의 실적만큼 석사 학위 지도교수가 한국에서 가지고 있는 인맥이나 위상에도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국외 유수 대학에서 좋은 논문을 쓰고 졸업해도, 정부출연연구소에서는 자리를 잡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한국 내 유명 공대 출신이고 논문 실적은 적지만 각 기관의 핵심 연구개발 사업과 관련된 실무에서 좋은 성과를 낸 박사 과정 학생이 기관에 취직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옛날에는 학교마다 SCIE급 논문 3편을 SCI급 논문 1편으로 인정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2020년부터 웹 오브 사이언스를 필두로 SCI / SCIE를 통합하였기에 지금은 둘을 구분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참고로 SCI와 SCIE의 평가기준은 동일하며 SCI와 SCIE사이에 질적인 차이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고 SCI를 관리하는 톰슨 로이터사에서 밝혔으며 SCI저널이 탈락하지 않는 이상 새로운 SCI저널이 등재되지도 않는다. 한국 내에서는 2019년까지 SCI와 SCIE에 차이를 두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것 또한 잘못된 평가기준이다. 미국을 포함한 많은 다른 국가들에서는 SCI와 SCIE사이에 차이를 두지 않는다.[2]
졸업 기간
우선 대한민국에서 박사를 받는 방법에는 크게 5가지의 방법이 있다.
- 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 후 박사 과정에 입학해 졸업한다.
- 대학에서 학사 과정 중간에 학석사 연계과정에 합격해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대학원 박사 과정에 입학해 졸업한다.
- 대학에서 학석사 통합과정으로 입학해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대학원 박사 과정에 입학해 졸업한다.
- 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대학원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입학해 졸업한다.
- 대학에서 학석박사 통합연계과정으로 입학해 졸업한다.
석사가 대개 4학기 종료 시점 = 학위 받는 시점인 반면 박사 학위를 받는 시간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풀타임 기준으로, 경영학, 사회과학, 이공계(실험) 쪽에서는 5년 정도가 보통이나, 한국 내 최상위권 대학의 경우 교수에 따라 졸업여건을 엄청나게 빡세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 악덕 랩은 평균 10년 찍고 나가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인문대학 쪽에서는 10년이 평균인 전공도 많다.
이렇게 긴 이유는 연구방법론의 차이 때문이다. 이공계(실험) 쪽에서는 수치해석, 실험을 보여주면 박사 학위 논문이 되고, 통계적 방법을 이용한 전공들은 대체로 면담을 수십 번 하든지 설문조사를 하면 박사 학위 논문이 된다. 물론 그렇다고 단순히 실험 몇번하고 면담만으로 박사 학위가 뚝딱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철학, 비교문학, 역사학 같은 인문학 쪽에서는 자기 생각이 실험, 면담 같은 것으로 증명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지금까지 인류가 해당 분야에 대해 연구한 모든 문헌들을 검토하고 비평하며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생각을 해내야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졸업에 대한 전권은 지도교수가 잡고 있다. 석사는 준비기간으로 취급되어 어지간해서는 졸업을 시켜주도록 위에서 압력이 들어오기에 정말 논문이 쓰레기가 아닌 이상 심사는 형식에 불과한 경우가 많지만, 박사는 전혀 다르다. 특히 미움을 받고 있다거나, 혹은 프로젝트에 꼭 필요하다거나, 뚜렷하지 않은 이유 등으로 졸업을 안 시켜줘서 계속 대학원을 다니는 경우도 있다. 악덕 교수의 경우 졸업 심사까지 끝난 학생의 졸업 서류 사인을 안 해주는 경우도 있다! 그 때문에 더러워서 학위는 따지 않고 수료만 한 후에 그냥 취업하는 경우도 많으며, 미국과 중국 등 선진국들과 강대국들에서도 이러한 "중도포기자"를 더러 볼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는 19년이나 학위를 안 줘서 교수가 살해당하는 경우까지 있었다.#[54] 이런 현실 때문에 영구수료 받은 경우 학력으로 취급하지 않는 학사와 석사와는 달리 박사는 수료로도 학력으로 인정해주기도 한다.
학사 시설 지도교수에게 미움을 받거나 하는데 학위는 필요한 경우에는 대부분 석사만 취득하고 박사 과정은 다른 대학을 들어간다. 석사는 어지간해서는 주기 때문에 역으로 해당 지도 교수가 학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석사까지 갖고는 알 수가 없다.
경영학이나 사회과학의 경우 저질 파트박사로 돈 주고 학위를 살 거면 코스웍 포함 3년 만에 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미 돈을 지불했는데 학위를 받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여기저기 그 박사 과정에 대한 욕을 하고 다닐 것이며 그러면 더이상 대학원대학교의 장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도 대가가 따른다. 시간제 대학원의 박사 학위 논문은 학술적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편이다.
미국의 석박사 통합과정(MS / PhD)은 박사 과정(PhD)과 완전 다르며 학사 후 석사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고 바로 박사를 받을 수 있고[58] 이러한 예는 미국 및 전 세계 인터내셔널들에서도 수도 없이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석사를 졸업하고 박사 과정에 입학한 학생과 학사를 졸업하고 박사 과정에 입학한 학생은 완전히 동일하게 취급된다.[59] 미국 박사 과정 시 필요한 박사 과정 자격시험[60]과 프로포절 그리고 디펜스 모두 석사를 가지고 있는 학생과 동일한 기준으로 채점되며, 이에 합격에야 졸업할 수 있다. 물론, 학사를 마치고 박사 과정으로 입학한 학생도 석사만 받고 졸업할 수 있고, 박사 과정 중에 석사 학위도 받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졸업기간은 복불복이 심해서 사람에 따라 4년 만에 학위를 따는 경우도 있고 평균 7 - 8년 걸리는 랩도 있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지도교수의 사정 때문에 통상적인 기간보다 빨리 등을 떠미는 경우가 있다. 연구실의 연구비가 메말라서 대학원생 인건비도 주기 힘든 경우, 지도교수가 자리를 옮기거나 은퇴하는 경우 등이다.
최단기간만 따지자면 성기수 전 동명대 총장이 하버드 대학교에서 2년 1개월 만에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바 있고, 2년 5개월 걸린 정진혁 씨의 사례도 있었다. 정진혁 씨의 사례를 보면 1981년 1월생으로, 미국 고교 시절 AP로 8과목을 이수한 뒤 1999년 9월 ~ 2000년 5월 KAIST를 다녔고 2000년 8월 미국의 한 대학에서 '생물물리학 및 생화학'을 전공했다. 학부 2학년을 마친 여름학기에 대학원 실험에 참여, 독자적 연구실적을 내자 실험실 담당 교수와 학교가 특별한 배려를 해서 2002년 8월 곧바로 박사 과정에 입학하였고 학사와 박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었다. 이후 2년 5개월 만에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최근까지 한국인 최연소 박사 기록은 1963년 정근모 박사가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만 23세 5개월에 취득한 것이었는데, 2018년 유효정이 만 22세 8개월의 나이로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에서 생명공학 분야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서 드디어 기록이 경신되었다.[2]
전문연구요원
미필 남학생의 경우 이공계 / 기초의학계 박사과정에 진학하면 전문연구요원으로서 병역을 이행할 수 있다. 전문연구요원 시험에 합격하면 박사 3년차 ~ 5년차의 3년간을 인정해준다. 즉, 한국 내에서 박사를 할 거면 이런 식으로 병역을 수행하고 기초군사훈련만 받아도 된다. 유학해서 박사를 받아와도 전문연구요원이 되긴 되는데, 복무기간 동안 한국에 있어야 하므로 취득 이후에 한국에 돌아와서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유학을 원하는 이들은 석사 전문연구요원을 해서 그 경력으로 유학을 가거나 학부 때 병역을 해결해 놓는 경우가 많다.
군대 가기 싫다는 게 박사 진학의 이유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나는 노는 것보다 공부하는 게 더욱 재미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거나, "정말로 나는 이 학문을 배우는 것이 좋아서 중간에 아예 중단하기 싫고 평생동안 이 학문을 연구하고 싶다!"는 이유가 아니라면 다시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군대가 싫어서 박사를 가는 것은 늑대가 무섭다고 호랑이굴로 숨는 격이다. 그럴거면 그냥 학부 1학년 마치고 갔다 오는 게 훨씬 낫다. 점차 전문연구요원의 T.O도 병무청이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하고 있기에 대체복무만을 노리고 진학하는 것은 리스크가 커질 것이다.[2]
영국식 학제
영국식 학제는 영국 외에 오스트레일리아 및 뉴질랜드에 있다. 영국식 박사는 미국과 달리 코스웍이 없는 게 가장 큰 특징이며, 랩실 중심이 아닌 철저한 개인연구 수행 비중이 높다. 물론 아예 랩실 연구가 없는 것은 아니고, 전공 분야나 랩실마다 차이가 있는 편이다. 코스웍이 없기 때문에 QE시험도 없으며, 학위 기간이 더 짧고, 한국처럼 저널논문 규제도 없다. 그래도 세계적으로 연구 인프라가 좋은 국가이기 때문에 잘 인정받는 박사학위이며, 박사학위로 요구하는 연구의 질적 수준이 결코 낮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기본적인 학제는 다음과 같다.
- 학사 3년
- 연구 과정: 수업이 없다.
- M.Phil. (Master of Philosophy): 2년 연구석사. 연구 주제는 전적으로 학생이 정한다.
- M.Res. (Master of Research): 1 ~ 2년 연구석사. 연구 주제는 각 학기별로 학교에 의해 정해져 있다.
- Ph.D. (Doctor of Philosophy): 3 ~ 4년. 전통적인 학제. 영국식 박사과정은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주제를 합리적으로 제안하고 그에 따라서 연구를 할 수 있는 학생을 뽑는 것이다. 미국식 학제와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이 박사 과정에 입학한 후 첫 1 ~ 2년간 course work과 qualifying exam을 치르는 과정에서 다양한 연구분야를 접해보면서 학문분야 전반의 안목을 넓히고 그 중 본인이 희망하는 연구실에 지원하는 미국식과는 달리 영국식 학제는 이미 학부 과정과 석사 과정을 통해서 이러한 과정을 경험하였고 본격적인 전문 연구자의 길을 들어서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보통 박사과정은 course work도 없고, 학사기간도 짧다.
- 수업 과정(Taught master): 1년 ~ 2년. MA, MSc, MEng, LLM, MBA 등등.
- 일반적인 MA의 경우 학기마다 학기말 보고서를 제출한다. 거기다가 가을학기, 봄학기 수업을 듣고 2만 단어 정도의 졸업논문을 제출하거나 3학기 수업을 듣고 1만 단어 정도의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구받는다.
- TESOL 석사의 경우 입학을 위해 2년 교육 경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 수업 + 연구 과정 (Taught Doctorates)
- DEng, DEd, DBA: 4년 박사. 수업 + 논문.
- New Route Ph.D.: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하고 있는 4년 박사. 수업, 연구를 병행함.
학생의 수준에 따라 다음과 같은 식의 코스를 타게 된다.
- 역대급 천재: 학사도 없고 석사도 없는데 3년 만에 박사를 받는 경우도 있다.
- 수재: 학사 3년 + 박사 3년. 학교에서 요구하는 학점을 맞추고 지도교수가 본인의 연구 계획서에 OK하면 입학 가능하다.
- 일반적인 경우: 학사 + M.Phil. + 박사. M.Phil.에 입학한 후 1 ~ 2년 만에 교수에게 인정을 받으면 박사로 업그레이드되고, 인정받지 못하면 M.Phil. 학위로 그치거나 학위를 받지 못하게 된다.
한국인이 유학을 갈 경우 기존에 연구경력이 있어서 연구계획서도 쓸 줄 알고 학술지 논문도 쓸 수 있는 경우에 한해 Ph.D 입학이 가능하다. 한국 명문대의 석사 학위가 있어도 영국 명문대의 눈에 차지 않으면 Ph.D.가 아닌 M.Phil.부터 시작하게 한다. 개중에는 끝내 교수의 눈에 차지 못해 한국 석사 + 영국 MPhil + 한국 박사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다. 사실 대졸 한국인이 연구계획을, 그것도 영어권 학풍의 맥락에 맞추어 세울 수 있는 경우 자체가 드물기 때문에 대부분은 Taught master부터 시작한다. 다만, Taught master라고 Ph.D.에 못 가고 M.Phil. 거쳐서 가야 하는 식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교와 학부(패컬티)마다 차이가 있고[65], 특히 학생 능력과 교수 마음에 달렸다. 1년간 Taught master 하면서 졸업논문에 대해 말할 때 교수가 "그건 박사 과정에 들어가서 해라" 같은 식의 말을 한다면 교수는 PhD에 받아줄 마음이 있다고 보면 된다.
영국의 경우, EU 비국적자에게 주는 장학금이 거의 없어서 많은 학생들이 자비로 다니며, 등록금은 매우 비싸다. 비EU 기준으로 연간 2천만 원 정도. 거기에 생활비가 연 1500만 원 정도 잡힌다. 유명 종합대 다수가 국공립대인 호주와 8개 대학이 모두 국립인 뉴질랜드는 정부 및 기관이 후원하는 장학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물론 영주권자를 포함한 내국인에게 당연히 기회(라운드)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영국과 다른 점은 외국인에게 최소 기회는 돌아온다는 것. 뉴질랜드는 해외 인재 유치 차원에서 PhD 과정 학비는 유학생에게도 3년 간 내국인 학비와 배우자 워크비자 혜택을 준다. 박사과정학생 일자리 검색 과제와 관련해서 과제 회의라든지 워크샵에 참여해야 할 수는 있으며, 기업과 관련된 과제라면 회사 일에 참여해야 할 수 있다.
영국식 박사 과정에는 코스웍이 없다. 지도 교수의 의무적인 지도는 월 1회 정도뿐이다. 아무것도 가르쳐주는 것이 없는데 논문은 써야 하니 학생들은 공포에 시달린다. 그래서 논문이 늦어지고 있는 박사 과정 학생에게 논문에 대해 묻는 것은 큰 실례라고 한다. 박사에 입학할 때 임시 연구계획서, 학점, 추천서, 영어 시험점수(외국인 한정)가 필요한데, 연구계획서를 쓰려면 연구방법론과 해당 논문 주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입학이 되면, 임시 연구계획서를 확정 연구계획서로 전환하는 학칙상 통과 의례를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이를 임시 후보생(Provisional candidature)에서 확정 후보생(Confirmed / full candidature) 전환이라고 하는데, 입학 후 통상 1년이 주어진다. 한번에 통과하지 못하면, 약간의 유예 기간과 재심사 시간을 주지만 그럼에도 실패한다면 당연히 학교를 나가야 한다.
반대로 얘기하면, 논문 주제와 연구 모델이 독창적이고 자료 수집 / 분석 전략이 확보되어 있으며, 영어에 의한 연구방법론이 탄탄하면 영국식 박사는 (논문 제출 전까지 저널 게재 조건만 충족한다면) 8할은 끝난 것이다. 아울러, 영국식 박사 과정 학생은 박사 논문 주제가 될 과제와 관계없는 잡일을 전혀 안 한다. 교수의 잡일은 대학원생이 아니라 대학원 행정실 직원이 한다. TA는 강제가 아니라 옵션이다. 이러한 사유로 박사 과정 안내를 보면 자신의 연구 과업을 단독으로 완수할 수 있는 역량을 제1조건으로 강조한다. 프로젝트를 안 하기 때문에 과제 제안서를 쓸 일도 없다.
확정 과정생이 되면 정식 명함도 제공하고 준직원처럼 대우해 주는 학교가 많다. 각종 해외 세미나와 학술 발표 출장도 훨씬 수월하다. 단과대학에서 세미나나 워크샵이 열리기도 하지만 이게 코스웍은 아니다. 영국 박사과정에는 퀄 시험도 없다. 중간 중간, 박사 논문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발표시키고 연 1 ~ 2회 연구 진행 보고서를 제출하고 지도 교수가 이를 승인해 주는 것이 퀄을 대신한다. 지도 교수가 '이 부분은 잘못되었다, 이 이론을 이용해보라' 이상의 조언은 해 주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죽든 살든 학생이 알아서 헤쳐나가야 한다. 최악은 대학원윤리위원회에서 도덕상 / 과정상 하자를 사유로 자료수집 계획을 반려할 때이다(이렇게 되면 1년 정도는 그냥 날아간다). 연구 패러다임이나 자료 분석전략이 지도 교수들과 근본적으로 이견이 있는 사안도 (합리적으로 정당화 하지 못하면) 최소한 차악급이다.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박사과정 논문 심사 구술시험 (Viva)을 통과해야 하는데 사회과학 및 인문과학의 경우 이 시험이 매우 어렵다. 최소 2시간에서 하루 종일 진행된다. 특히 외국인 학생들은 질문을 알아듣고 대답하기가 힘들어서 더 고통을 겪는다. 대개 6년 내에 학위를 받아야 하는데, 2 / 3 정도만이 6년 내에 졸업할 수 있다. 분량이 53,000단어에 214쪽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학교와 단과대마다 차이가 있다. 대개 인문학 계열은 6만 ~ 8만단어(관련 문헌 제외)가 일반적이고 그 이상은 승인을 요하지만, 경영대에서도 마케팅, 국제경영, 경영정보 분야는 350쪽에 10만 단어에 달하는 논문도 적지 않다. 이에 반해 이공계열의 경우 일반적인 박사졸업 디펜스와 유사하게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2]
독일식 학제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은 영국과 유사하다. 즉, 코스워크 없이 학위기간 동안 본인의 고유한 연구를 진행해서 논문을 작성, 제출하면 된다. 박사과정 입학부터 논문작성, 졸업까지 지도교수의 역할이 막강하다는 것도 동일하다. 지도교수를 찾아가 연구계획을 설명하고 프로포절(독일어권에서는 주로 엑스포제라고 한다)을 제출한 뒤 지도승낙서를 받는 순간 박사과정생으로 승인된다. 이후 절차는 원서를 작성하고 학비(학기당 40만 원쯤)를 내는 정도로 간단하다. 인문학 박사과정생의 경우는 보통 논문작성 기간동안 혼자 작업하며 자신의 결과물을 가끔 지도교수와 상의하는 식으로 지도받게 된다. 이게 심각하게 고독하다. 때문에 본인이 생활계획을 조금만 느슨하게 잡는 순간 한정없이 유학기간이 길어지게 된다. 이공계 박사과정생의 경우 연구실에 소속되어 회사원처럼 월급을 받으며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를 포함한 4대 연구소 프라운호퍼, 헬름홀츠, 라이프니츠 연구소에서도 박사학위를 취득할 기회가 주어진다. 산학 연계가 잘 되어있는 독일에서는 이러한 루트를 거친 박사 출신들도 매우 일반적이다. 이 경우, 연구소는 법적으로 학위를 수여할 수 없기 때문에 주변에 있는 대학교 또는 디렉터가 교수 직함을 가지고 있다면 소속 해당 학교에서 디펜스를 거친 후 학위를 수여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근무 기간동안 학생이 아닌 근로자와 같은 느낌으로 연구를 진행하며 생활하게 된다.[2]
기타 국가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처럼 학사과정을 석사와 통합하여 수여하는 석사 중심 국가들의 경우 한때 DEA(Diplôme d'études approfondies, Diploma de Estudios Avanzados) 또는 MAS(Master of Advanced Studies)처럼 박사준비과정이 존재해서 이를 수료해야 박사과정에 들어갈 수 있었으나 볼로냐 프로세스 채택 이후 석사학위(MA, MSc, MPhil)를 취득하면 박사 진학이 가능하다.
프랑스에서는 30년 만에 박사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대학 및 학과에 따라서 코스웍을 마치고 제한 기간 이내에 졸업 논문을 내지 못하면 수료로 끝내거나, 어떤 경우는 수료 후 논문을 통과하면 20년 뒤에라도 학위를 준다. 한상구 교수가 대표적인 예. 하지만 프랑스도 사르코지 대통령 때부터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규정이 생기면서, 이전처럼 오래기간 무기한으로 석사, 박사과정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박사과정의 경우 2년차부터 교수들과의 면접을 통해서 논문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검토하는 절차가 생겼다. (물론 박사과정 입학 시 체류증은 3년치를 받게 된다.)
이후 3년차 이상이 되면 까다로운 서류심사와 교수와의 면담을 통해서 체류증 연장과 학업 지속 여부가 결정된다. 박사과정의 연장이 몇년차까지 이루어질 수 있는지는 연구분야, 지도교수, 연구에 성실하게 임해 왔는지의 여부 등의 요소들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통상 5 ~ 6년이면 박사논문을 다 완성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거의 통설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일본의 경우 대학마다 다르긴 하지만 영국식 학제와 유사하게 코스워크 없이 학위기간 동안 연구를 진행해서 논문을 작성, 제출하는 방식의 대학이 많다. 박사논문과 관계없는 잡일을 하는 경우는 없으며 프로젝트를 하는 경우도 드물다.
북한에선 박사 학위를 대학의 전임교원이나 국책 연구기관의 책임급 연구위원이 된 이후에 취득하는 학위로 여겨져 대단히 엄격하고 짜게 주는 편이다. 그만큼 사회적 위상이 어마어마하게 높다. 석사학위까지는 각 대학에서 심사, 수여권한이 있으나 박사 학위는 중앙기관인 국가학위학직수여위원회가 심사하고 수여한다. 박사 학위 수여자 명단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최종 결재한다. 20세기에는 연간 100명 미만의 인원에게만 박사학위를 수여했으며, 박사 학위 수여가 이뤄지면 로동신문 등 중앙일간지에 박사 학위 수여자 이름과 학위 논문 제목이 실릴 정도였다. 2000년대 들어서야 연간 박사 학위 수여자 수가 100명을 넘어서게 되었고 이 때부턴 이름만 신문에 실린다. 김정은 정권 들어서는 북한 내 대학과 연구기관 규모를 대대적으로 확장하면서 박사 학위 수여자 수 역시 증가하고 있긴 한데 여전이 매년 200 ~ 250명정도가 받는다. 기본적으로는 상반기에 1회, 하반기에 1회 수여하는 것이 원칙이나, 핵실험 성공, 정찰위성 발사 성공 등과 같은 국가적 경사가 있으면 관련 분야에 한정하여 특별 심사와 수여가 이뤄지기도 한다.[2]
박사 학위 취득 이후의 진로
취업
이학 / 공학 박사를 소지한 사람이라면 취업 관련 선택지가 크게 교수, 정부출연연구기관, 사기업 연구소 정도로 나뉜다.
박사 학위 소지자는 대체로 대기업 과장급 혹은 그에 준하는 경력을 인정 받으며, 해당 분야에서 적어도 5 ~ 7년 정도 일한 경력을 인정 해주는 것이다. 한편, 세부 분야의 무궁무진함을 생각한다면, 구직자가 기업체에서 즉시 필요로 하는 실무 능력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은 높게 쳐줘도 반반 정도이다. 즉, 구인 업체에서 아직 능력이 검증이 되지 않은 구직자에게 꽤나 값비싼 인재 대우를 해줘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나마 수요가 많고 공급도 많은 특정 분야의 명문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하는게 아니라면, 나머지 대부분의 분야에서는 "박사 학위 소지 자체가 취직길을 상당히 좁히는 효과가 있는 것"을 명심하자. 가격 대비 성능비로 판단하면, 무능한 박사는 무능한 학사보다 훨씬 쓸데가 없다. 언제나 기업체는 박사 학위 소지자를 고용하는데 있어서, 학사 학위 소지자보다는 보수적이 될 수밖에 없다. 학사 출신은 대부분 나이도 젊고 그간 학교에서 배운 공부도 박사들에 비하면 거의 맛보기 수준이니 일을 빨리 배울 확률이 높고 임금도 기업입장에선 박사과정들보단 저렴하다. 반면 박사 출신은 모두가 그런건 아니지만 대게 특정 분야에 오랜 기간 매달리고 연구했던 특성상 알게 모르게 자신만의 고집이 생길 수 밖에 없고 전공분야가 현직이랑 완벽히 일치하지 않는 이상 일을 새로 배우는게 느릴 확률이 높다. 연구할 때의 습관처럼 학구적이고 실용성없는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거기에 사로잡혀 팀 내에서 트러블이 있을 수도 있는 등 의외로 박사 출신들에게서 폭탄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또한 교수나 박사급 연구원에 대한 티오가 일반적으론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전세계 박사는 연간 수십만명 배출되는데 교수 자리는 연 1.6만개에 불과하다. 박사 학위의 임금 프리미엄이 26%인데 석사 학위가 23%다. 즉, 수입이 충분치 않은 사람이라면 진학 전 충분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사실 박사학위자가 학사나 석사만 요구하는 쪽으로 취업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럴바에야 차라리 학사 따고 바로 취직해서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즉 박사를 취득하고 학사 직위에 취직하는 것은 박사를 취득하기 위해 소비한 5년 이상의 시간과 2000만원 이상의 돈을 허공으로 날리는 셈이다.
물론 위의 이야기는 전공에 따라 크게 다르니 걸러서 들을 필요가 있다. 공학 분야에서는 박사 학위가 거의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전공 분야와 직무도 존재한다. 실제로 회사 잘 다니다가 갑자기 대학원을 진학하는 사례를 자주 접할 수 있는데, 이는 전공에 따라서 박사 학위가 커리어에 매우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이공계의 연구 분야 직무에서는 박사 학위가 있어야 본격적으로 연구, 정책, 기술 제안을 할 수 있고, 연구 프로젝트 등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직책을 맡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교수, 국책연구기관의 상임연구원 등이 있다.
이공계라고 하더라도 연구를 리드하는 연구 책임자 급의 높은 직책이 아닌 장비 오퍼레이터나 일반적인 실험 또는 실무를 수행하는 연구원이라면 석사 학위 정도로 충분한 경우도 많다 (다만, 이 경우에는 대부분 박사나 상급자가 시키는 연구를 수행해야 하고 자신이 연구를 주도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봐야한다). 가령, 큐레이터가 되고 싶다면 박사를 따기보다는 석사 취득 직후 1년이라도 빨리 학예연구사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게 이득이다.
또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그에 걸맞는 수준의 전문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수준의 무시를 당할 수 있다. 그리고 본인의 연구 능력과 열정 이외에 사회성과 여러 학자 및 동료들과 교류하고 협업할 수 있는 능력들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개선하는데 있어 상당한 각오를 해야한다.
즉, 박사는 취업에 있어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그 자체가 족쇄가 될 수 있지만 자신의 전문성과 필요성을 입증하고 경쟁을 뚫을 수만 있다면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을 수 있다.[2]
교수
교수는 사실상 박사 학위 보유자들이 선호하는 최고의 직업이지만, 최근의 스펙 인플레, 학생 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인해 신규 임용이 끔찍할 수준으로 어려워진 상황이다. 덤으로 대부분의 대학에서 영어 강의 실력과 해외 연구 경력을 당연하다시피 요구하는 상황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2010년 이후에는 MIT 와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들도 한국에서 대학 교수가 되는 것이 쉽지 않다. 애초에 그런 레벨의 사람들끼리 수십명씩 몰려와 경쟁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공대처럼(컴퓨터공학, 전자공학, 화학공학, 기계공학 등) 교수직 외에도 사기업 등 일자리가 많은 전공의 경우 모두가 교수에 매달리지는 않는 반면, 대학원 위주로 학문 연구가 이루어지고 사기업 등의 일자리가 많지 않은 전공의 경우 박사들 대부분이 교수직이나 정출연 등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다만 후자처럼 일자리가 많지 않은 분야의 경우에는 박사 과정을 밟는 사람 자체도 상대적으로 적다. 그리고 어느 학교의 누구 밑에서 지도받고 학위를 땄는지에 따라서도 교수임용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는데, 학계 내의 탑스쿨에서 학위를 딴 경우에는 아무래도 확률이 많이 올라간다. 예를 들어, 산업공학의 경우 포항공대는 박사 졸업생 중 40% 가량이 교수로 임용되었다고 홈페이지에 써 놓았으며, 대부분 대학에는 서울대 카르텔이 형성될 정도로 서울대 출신 교수들이 일정 비율 이상을 항상 차지하고 있다. 또한 교수 선발과정에서는 연구업적을 매우 중시 여기므로, 박사를 취득한 후 포닥을 몇 년씩 하면서 좋은 논문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경력역시 주요 평가요소 중 하나인데, 개중에는 한국 교수 임용을 위한 경력을 쌓기 위해 미국 등의 해외에서 교수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문제는 영어다.
2012년 기준 조교수 평균연봉은 6,011만원이었고, 10여년이 흐른 현재도 이에 비해 크게 상승하지는 않았기에 사회에서의 인식이나 대우받는 수준에 비해서는 많다고 할수는 없다. 특히 사회에서의 평균 봉급이 꾸준히 상승한 것에 비해 상승폭이 크지 않아 이공계 등의 직업군에서는 학부를 졸업하고 갓 취직한 제자보다 연봉이 낮은 경우도 있다. 물론 연구비 급여, 자문료, 강의료, 인세 등으로 실질소득은 연봉보다 훨씬 높은 편이긴 하고, 연구실이 제대로 운영되는 상위권 이상 공대 교수의 경우 최소 억대에서 웬만한 전문직만큼의 수입은 보장된다. 한편 전공에 따라서도 편차가 있는데, 이공계, 의학계 교수들의 연봉이 상대적으로 높고 인문사회계 조교수의 연봉은 상대적으로 낮다. 또한 학교에 따라서도 연봉에 큰 편차가 있다. 한편 갓 조교수가 되었다고 무작정 좋아하면 안 되는데, 조교수는 보통 2 - 3년 계약직이기 때문이다. 물론 조교수를 넘어 살아남아 종신 교수직(테뉴어)을 획득하면 이제부터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 하면서 살 수 있다. 교수들 중에 간혹 학생들에게 폭언도 하고 성격도 막장인 사람들이 있는데 조교수 때부터 참다가 나중에 종신 교수가 되고 나서 본성이 드러난 것이다. 사실 인분교수 수준만 아니면 잘릴 일은 없으니까 자신만만하다.
교수라는 직업 자체가 사회적으로 명예롭게 인정해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교수라는 직업을 선망하지만, 그 이면에는 힘든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새로 임용된 교수가 가장 먼저 맞이하게 되는 것은 업무 폭탄이다. 학과 혹은 학교에서 필요하지만 딱히 본인에게 도움은 되지 않는 온갖 짬처리 업무가 누구에게 내려오겠는가. 또한 본인의 연구실을 꾸려나가고, 동시에 강의 준비까지 해야하는 것도 교수 본인이라는 것을 생각해보자. 새로 들어온 학생을 관리하면서도 연구실 연구 기반을 세우고, 동시에 과제를 따와서 연구 장비를 꾸리고 학생에게 월급을 줄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제를 따와야하는데, 과제라는게 한정적인 파이를 두고 교수들이 경쟁해서 따오는 구조이다보니 RFP를 보고 제안서를 쓴다고 해서 꼭 과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 연구실에는 연구 과제의 진행을 대신 봐줄 선배 학생이 없다보니 교수 본인이 학생의 학위 연구 진행 및 과제 진행을 일일이 봐주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나가야 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교수로 신규 임용이 되면 그 교수는 교수 사회에서 막내가 된다. 공과 계열의 경우 세부 전공이 비슷한 교수끼리 교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분과 교수들은 학술대회, 심포지움, 워크숍 등을 연다. 이렇게 열린 행사에 참여율이 저조하면 큰 일이 나기 때문에 막내 교수들은 장소 대여, 투고 독려, 명사 초청 등의 온갖 잡일을 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온갖 업무를 맡는 와중에 정교수가 되기 위해 정해진 연구 실적을 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5년 동안은 많이 힘들 것이다'라는 선배 교수의 얘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 것이다. 어쩌면 정교수가 된 다음에 연구를 등한시 하는 교수들이 많은 이유는 초년에 연료를 다 태워버려서일지도 모른다.[2]
국책연구소
교수보다 쉬운 진로로는 국책연구소의 정규직 연구원이 있다. 국책연구소의 연구원은 사기업 대비 절반에서 70% 정도로 연봉은 낮지만, 공무원 수준으로 신분이 보장되고 업무 강도가 현격하게 낮다.(평균 근속연수가 20년을 훌쩍 넘어간다.) 따라서 대부분의 박사 학위자들은 교수 다음으로 국책연구소 정규직을 선호한다. 그러나 역시 스펙 인플레로 인해 국책연구소 가기도 어려워진게 현실이다. 교수도 안 되고 정출연도 안 된다면 연구직 공무원을 노려볼 수 있다. 다만 연구직 공무원의 경우는 업무강도가 꽤 있는데다 말만 연구직이지 실제로는 연구보단 행정 및 기타 잡무를 더 많이 하기 때문에 정말 연구자의 길을 걸으려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거쳐가는 코스로 여겨지기도 한다. 소방관의 경우 박사 졸을 6급 상당으로 채용하는데 경쟁률이 1 : 3이었다. 물론 이렇게 경쟁률이 낮은 건 수많은 석사들이 박사 따기 전에 미리 걸러지기 때문이다.[2]
박사 학위의 종류
석사 학위와 마찬가지로, 박사 학위는 학술 학위와 전문 학위(전문박사)로 구분되는데(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3조 제2항 전단), 일반적으로 박사 학위라고 하면 학술학위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 종래 학술박사학위의 종류는 다음과 같았다(구 학위의종류및표기방법에관한규칙(교육과학기술부령) 제2조 전단). 그러나 2024년 2월 20일부로 학사학위나 전문박사학위와 마찬가지로 학칙으로 종류를 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3조). 뒤에 표기한 색은 각 학문 분야 별로 상징 색으로, 학위 가운의 후드 색이기도 하다. 1893년 미국 대학들이 제정한 규정을 한국에서 관행적으로 인용하고 있지만 공통은 아니라 조금씩 다르다. 색을 표기하지 않는 학위는 그 범주가 애매해서 학교마다 학위 색이 제각각인 경우다. 이는 대교협에서 학위기 색을 정식으로 규정하지는 않았기 때문. 다만 학위모에 달린 수술 색깔은 전공에 관계 없이 금색이다.
- 문학 - 하양(N10)
- 철학 - 인디고블루(2.5PB 2/4)
- 신학 - 주홍(10R 7/8)
- 법학 - 보라(5P 3/10)
- 정치학 - 감색(5PB 2/4)
- 이학 - 금색(2.5Y 7/6)
- 의학 - 초록(2.5G 4/10)
- 약학 - 올리브그린(5GY 3/4)
- 공학 - 주황(2.5YR 6/14)
- 농학 - 연노랑(5Y 9/6)
- 수의학 - 회색(N5)
- 행정학 - 물색(5B 7/6)
- 경영학 - 황갈(10YR 5/10)
- 경제학 - 밤색(5YR 3/6)
- 보건학 - 새먼핑크(10R 7/8)
- 교육학 - 하늘색(7.5B 7/8)
- 치의학 - 라벤더색(5P 8/4)
- 간호학 - 살구색(5YR 8/8)
- 도서관학 - 레몬색(7.5Y 8.5/12)
- 미술학 - 갈색(5YR 4/8)
- 음악학 - 분홍(10RP 7/8)
- 임학 - 적갈(10R 3/10)
- 언론학 - 크림슨(2.5R 3/10)
- 사회학 - 크림색(5Y 9/4)
- 가정학
- 수산학
- 한의학 -연두색 (10GY 6/12)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한 후, 미국의 J.S.D.(S.J.D.) 과정까지 모방하여 대한민국의 법학전문대학원에도 전문박사 과정을 두는 예가 여럿 생겨났다.[2]
대우
대학에서 수여하는 학위 중 가장 높은 학위로, 학사나 석사와는 달리 박사 학위를 보유한 사람을 호칭할 땐 따로 OOO 박사(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점에서 그 위상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과거보다는 많아졌으나, 여전히 박사를 받아본 적 없는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뭔가 참 대단한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제법 많다. 분야의 실용성과 돈벌이의 정도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대접해주며 특히나 그 국가에서 명성있는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면 더욱 그렇다.
과거에 비해 박사 학위자가 많아졌기 때문에 오히려 학위 취득이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예전에 비해 박사 학위 소지자가 매우 많아져서 변별력을 기르기 위함이다. 한때 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학위 장사 식의 박사 학위 수여가 남발되면서 '물박사'라는 멸칭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교육부의 대학 평가가 강화되고, 민간의 대학 평가에서 다양한 정성, 정량 지표를 중시하면서, 박사 학위 수여가 상당히 까다로워졌다. 이 때문에 Phd 학위 수여자 수는 2020년대나 2000년대나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따라서 박사가 주는 위상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석사까지는 논문심사를 그 대학 내에서 어떻게든 통과시킬 수 있지만, 박사 학위는 국내외로 검증 받은 논문과 심사를 통과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박사학위도 힘센 교수(특히 지도교수) 밑에 있으면 막무가내로 통과되는 경우도 없진 않으나, 정말 힘이 대단하지 않고서는 어렵기에 어쨌든 그 수가 드물다. 석사 학위 취득 난이도는 박사 학위 취득 난이도의 반도 못 따라온다. 실제로도 박사 논문 심사시 심사위원들이 정말 깊숙한 부분까지 공격을 해댄다.
박사로서 참다운 대우는 뭐니뭐니 해도 학술 등재지에 출간한 논문을 통해 받게 된다. 만약 PhD 취득자가 학위기만 받고 학술 논문을 쓰지 않는다면 학계에선 진정한 박사로 여기지 않는다. 즉, PhD 학위 소지자에 불과할 뿐이다. 참된 박사라면 자기 주변에서 관찰된 각종 연구 현상을 스스로 탐구하고 합당하게 분석하며 의미 있게 해석하여 문서를 통한 체계된 지식으로 널리 밝히지 않으면 몸이 근질해서 견딜 수 없도록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학의 교수 / 연구자 온라인 소개 페이지를 볼때 속이 찬 박사는 먼저 그 사람의 논문 목록부터(특히 최근 5년 이내) 낱낱히 본 다음, PhD 취득 대학, 지도 교수와 출신 학부를 거쳐 상대를 평한다.
박사학위를 끝내고 좋은 돈벌이가 보장되려면 적어도 유명한 기업체에서 돈벌이를 잘하는 기술과 관련된 잠재적인 연구를 해야 되며 아쉽게도 이런 분야는 극히 일부다. 교수임용은 2022년 현재 기준으로 애초에 너무 가능성이 낮고, 나머지 대부분의 박사들은 이공계라도 정부출연이나 공립연구소를 목표로 하는데 이런 곳은 알겠지만 연봉이 별로 높지는 않다. 따라서 박사학위 자체라는 것이 사실상 일종에 명예지 많은 돈을 벌기 위한 큰 수단이 되기는 어렵다.
특히, 학위 과정 동안에는 좋은 취업 기회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박사 졸업 이후에는 취업이 잘 안 풀려서 수입 측면에서 불리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때문에 "박사 취득 = 수입 증가"와 같은 단순한 생각으로 지원해서는 안 되며, 자신의 연구 방향과 박사 졸업 이후 진로에 대해 최소한의 고민이 꼭 필요하다.
참고로, 2000년대 이전의 박사 학위 남발이 어느 정도로 심했었냐면, 90년대 후반 대한민국 내에서 수여되는 영어영문학 분야 박사학위 수여자 수가 영국 내의 영어영문학 분야 박사학위 수여자 수보다 많을 정도였다. 경제적 교환 가치와 크게 무관한 인문학 분야의 상황이 이랬으니 타 전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하며, 국제적으로도 한국은 국가 차원에서 대학이 졸업장 공장(Diploma mill)을 운영하도록 용인하는 나라라는 인식이 있었다. 2000년대 들어 크고 작은 학력 위조, 가짜 학위, 표절 논란이 전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나서야 국가 차원에서 학위 과정, 전문 학회 및 학술지 운영 등을 까다롭게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질적 강화 조치가 이뤄지자 박사 학위 수여자수가 급감했다. 지방권 대학에선 지방거점국립대학의 규모가 큰 전공이 아니고선 박사 학위 수여자를 매년 배출하는 게 불가능해졌고, 인서울 대학의 대학원에서도 소수 전공은 박사 학위 수여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점증하고 있다.
대한민국 박사학위 취득자는 10년 단위로 약 70%씩 증가 하고 있다. 2012년12,243명에서 2022년17,760명 (68.935%) 다만, 이는 전문박사학위까지 모두 포함한 것으로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박사학위취득자는 국가인재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될 자격이 주어진다. 자신이 직접 DB에 등록요청을 해도 되지만 보통 박사학위를 취득하면 자동적으로 등록된다고 보면 된다.[2]
각주
참고자료
같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