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미술(美術, Fine Arts)은 공간적 및 시각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을 의미한다. 그림·조각·건축·공예·서예 따위로, 공간 예술·조형 예술 등으로 불린다.[1]
목차
개요[편집]
미술은 시각적(視覺的) 방법 또는 조형적(造形的)인 방법으로 사람의 감정이나 뜻을 나타내는 예술의 한 종류라고 말할 수 있다. 미술이라는 단어 자체는 미(美)를 재현 또는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여러 재주 또는 기예를 뜻한다. 사람의 감정이나 뜻을 나타내는 것을 미술이라는 말로 표현했으나 용어 자체는 그때그때마다 달리 사용되었다.
우선 중국 당(唐)시대에는 공예(工藝)라고 불렀고, 명·청(明·淸) 시대에는 서화(書畵)라는 말이 오늘의 미술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미술이라는 말이 들어오기까지는 역시 서화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따라서 서예와 그림 외의 미술 즉 공예(工藝)나 건축이나 조각 같은 것은 지금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미술이 아니고 단순한 공예품·건축물·조각물에 지나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1960년 전후로 해서 서양의 미학 사상(美學思想)이 들어와 미술의 영토가 확대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1800년대에 서양 사람이 생각해 낸 미술을 둘로 구분, 순수 미술(純粹美術)과 응용 미술(應用美術)로 하여 그림·조각은 순수 미술, 공예·건축은 응용 미술이라고 규정했던 것이다.
그런데 1950년 전후해서 미술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자 미술이라는 말이 새로 생긴 미술적 현상을 가리키기에는 너무나 좁고 구식이기에 새로운 용어가 요구되어, 시각 예술(視覺藝術)·공간 예술(空間藝術) 또는 조형 미술(造形美術)과 같은 말이 생기고 사용되게 되었다. 시각 예술이라는 것은 미술이 사람의 시각 작용을 매개로 하는 예술이기에 그렇게 불렀고 공간 예술이라는 것은 미술의 성립이 그 공간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간 예술(時間藝術, [음악]]·문학 등)과 대치되는 예술로 규정되었고, 조형 예술은 미술이 유형적(有形的)인 조형성을 기본 방법으로 하고 있기에 그렇게 불렀다. 이 새로운 용어들은 과학(科學)의 발달과 생활의 변모에 따라 생기는 새로운 미술 현상, 예를 들면 사진(寫眞)이라든가 디자인이라든가, 꽃꽂이 같은 것도 아울러 표현할 수 있는 여유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이미 미술이라는 말은 시대적으로나 개념적으로 오늘의 유형 예술의 전부를 가리키기에는 좁은 의미의 내용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요즘 미술, 특히 현대미술은 꼭 우리의 고정 관념에 있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는데 몰두하지 않는다. 게다가 미술이란 용어를 사용하면 꼭 추한 것 중에서 미적으로 아름다운 것만 선별해 냈다는 차별적인 의미를 드러내는 용어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용어는 굉장히 어색한 용어다. 그래서 미술, 특히 순수 미술이란 표현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예술 관련 종사자들이 많은 걸지도 모르겠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미술이라는 표현보다는 시각 예술이라고 꼭 꼬집어 지칭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 경우 시각예술이란 용어는 음악 같은 청각 예술, 건축 같은 공간 예술과 대별되어 쓰인다. 요즘에는 이마저도 모자라 설치 예술이나 미디어 아트처럼 장르가 혼성된 작업이 많기 때문에 그냥 미술이 아니라 예술, 미술가가 아니라 예술가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미술이란 용어는 사용되고 있으며, 요즘에는 거의 시각 예술과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다. 일반인은 미술을 흔히 회화나 조각에 한정 지어 떠올리기 때문에 이외의 다른 형태의 시각 예술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으나 사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시각적인 요소가 미술 작품이 될 수 있다. 사실상 사람들이 보는 모든 것이 미술이 될 수 있으며 조그마한 낙서에서 시작해서 동영상, 만화,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레이션, 회화, 서예, 그래픽 그리고 사진과 같은 2차원적인 미술과 더 나아가 3차원적인 조소, 공예, 건축, 패션 등이 있다. 근대에 넘어와 기술이 발달하면서 비디오 아트 등이 새로운 형태의 미술로 주목되기 시작했다. 이를 미디어 아트라고 한다. 심지어 글자, 즉 폰트 그리고 프로파간다 포스터 또한 미술이다.[2][3]
미술의 분야[편집]
넓은 의미에서의 미술은 시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미적 표현 일체를 뜻하며, 좁은 의미의 미술, 즉 시각적 미술(visual arts)은 관례상 보통 건축·회화·조각·공예 같은 분야들을 포함한다. 미술이란 작가의 생활 경험에서 얻어지는 특정한 감정과 심상(心象)을 평면 또는 입체적으로 구형(具形), 표현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작가의 직업은 형태, 면(面), 선(線), 색(色), 기호(記號) 등 갖가지 요소를 하나의 통일체로 종합하여 자기의 심정을 전달하고 또 미적 쾌감을 주어야 한다.
미술은 그 분야와 성격에 따라 주미술(主美術, major arts, 또는 fine arts)과 종미술(從美術, minor arts), 또는 응용미술(applied arts)로 나누어진다. 주미술은 건축·조각·회화 등 기능면보다 미적 쾌감의 표현이 강조되는 순수미술이다. 그리고 종미술 또는 응용미술은 작품의 기능면이 우선되는 도자기, 금속 공예, 보석, 가구, 직물 등 소위 공예(crafts)를 말한다.[4]
회화(繪畵)[편집]
회화는 여러 가지 색채를 배합하여 그리는 그림을 의미한다. 회화는 2차원의 평면 위에 작가의 사상이나 감정을 점, 선, 면, 형, 색채 등으로 표현하는 순수 조형 예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린다는 측면에서는 문자와 도형을 그리는 것과도 관련되어 있으며, 구석기 시대 알타미라 동굴이나 라스코 동굴의 벽화 이래 널 리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회화의 분류에는 드로잉, 정물화, 인물화, 풍경화 등이 있다. 그 밖에도 그림 문자를 비롯하여 회화와 서예의 중간에서 글과 그림이 혼합된 것도 있고, 색채를 사용하지 않은 선 묘화나 동양의 수묵화, 그리고 판화 등을 포함한다. 회화는 지역에 따라서 다양한 특징을 보이는데, 크게 서양과 동양의 회화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서양의 회화는 종교, 전달과 기록, 장식 등 많은 목적으로 쓰여 왔다. 특히 유화는 15세기에 개발되면서 서양 회화의 가장 보편적인 재료가 되었으며, 양감과 색채에 의한 명암법이나 원근법을 이용하여 대상의 실재감을 재현하였다. 이와 달리 동양의 회화는 지필묵을 사용하여 선과 여백에 의한 사의를 중시하며, 먹의 농담이나 번짐, 기운생동과 정신적인 표현을 특징으로 한다.
조소(彫塑)[편집]
3차원의 입체 표현인 조소는 회화와 더불어 미술에서 중요한 조형 활동이며 입체 조형 예술이다. 조소는 초기 인류가 동굴에 벽화를 그리는 행위 외에도 흙을 빚고 돌을 깎고 뼈를 다듬어 생활 도구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동물 형상, 사람 형상의 조그만 부장품을 만드는 것까지 다양한 조형 욕구를 표현했던 미술 행위인 것이다. 작가의 생각과 느낌을 공간 속에 덩어리로 나타내는 입체 표현인 조소는 인류 초기 신석기 시대에 나타난 고인돌과 같은 기념비적인 경향과 풍요와 다산, 병이나 약을 물리침 등을 상징하는 주술적인 경향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기원전 2만 년 석기 시대에 석회암으로 만든, 다산을 기원하는 주술적 경향의 조각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에서 이와 같은 점을 볼 수 있다.
조소는 덩어리 물체에 새기거나 깎거나 쪼아서 만드는 조각(彫刻)과 가소성의 재료를 빚거나 붓거나 또는 철 등을 용접하여 만드는 소조(塑造)’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조각과 소조 앞 글자를 가지고 와서 조소(彫塑)라고 한다. 오늘날 현대에 와서는 이러한 두 가지 뜻에 조형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다양한 재료와 물질을 통해 표현되는 결과물을 모두 포함하는 시각 예술을 말하고 있다.
디자인(design)[편집]
디자인(design)이라는 말의 어원은, ‘지시하다’, ‘표시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데지그나레(designare)에서 유래했으며 사물을 정리하여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활동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의 디자인은 형태 제안(Formgebung), 조형(Gestaltung)이란 언어로 사용되다가 디자인의 이념을 정리하여 교육한 독일에 설립된 최초의 디자인 학교인 바우하우스(Bauhaus)가 등장하면서 그 범위가 분명 해졌다.
디자인의 목적은 인간이 사용하는 것들의 기본이 되는 의식주에 해당하는 모든 요소 들을 보다 편리하게 하며, 쾌적한 생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아름답게 창조하는 데에 있다. 이와 더불어 디자인에서의 색채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1세기는 새로운 정보와 첨단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디자인 분야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인간의 의사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분야가 시각 디자인(Visual communication design) 영역이며, 우리의 일상생활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하도록 물건을 창조하는 분야는 제품 디자인(Products design) 영역이라 한다. 그리고 주거 생활과 업무, 다양한 공간 등을 구성하는 분야는 공간 디자인(Space design)이라고 한다. 아울러 사회가 복잡해지고 환경이 변할수록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깨끗하고 아름답게 유지하고 보존하는 환경을 위한 그런 디자인, 에코 디자인,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 중요시되고 있다.
공예(工藝)[편집]
공예는 실용적 가치와 심미적 가치를 함께 지닌 조형물을 말하며, 의식주를 포함한 일상생활의 모든 생활용품을 만드는 행위 및 결과물을 의미한다. 생활에 유용한 물건을 제작하는 공업 기술과 미술 두 분야가 결합하여 유기적인 통일을 이룰 때 비로소 완성된다. 따라서 단순한 도구적 기능과 심미적 기능 중 어느 쪽을 선택적으로 추구하는 경향과는 구별되며, 근대적인 예술관이 성립된 뒤에는 미술의 한 분야로 분류되고 있다.
공예 분야를 나누는 기준은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나누어졌으며 나무를 쓰는 목 공예, 흙을 쓰는 도자 공예, 금속과 귀금속을 쓰는 금속 공예, 합성수지를 이용하는 플라스틱 공예, 유리 공예, 섬유 공예, 가죽 공예, 대나무를 쓰는 죽세 공예, 종이 공예, 칠기 공예, 박 공예, 등공예 등이 있다. 현대에는 나무나 유리 등 전통적인 소재뿐만 아니라 플라스틱과 여러 인공물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다양한 소재의 공예가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깨진 플라스틱 조각과 자동차 유리 또는 전자 부품이나 전선과 같은 산업 부품이나 폐기물까지도 공예의 독창적인 재료로 쓰이고 있다.
서예(書藝)[편집]
서예는 예술 활동으로서 의지를 단련하고 정신을 집중시키는 데 그 효과가 있으며 붓(모필)을 이용하여 문자를 규율과 법도에 맞게 표현하여 작가의 정신세계를 나타내는 동양 특유의 전통예술이다. 내용적으로 추상적인 선에 의하여 구성되며, 상징적이고 지적인 세계이다. 그리고 보이는 형상보다 표현된 형태의 글씨가 갖는 정신적인 가치가 더욱 높게 평가되며, 한자의 표의와 더불어 미술적 가치를 지닌다.
서예는 중국의 한자를 대상으로 하여, 한자의 시초인 갑골문자부터 시작했다. 은대의 갑골문자는 후한대(後漢代)에 와서 본격적으로 모필에 의해 예술성 있는 서사체가 쓰이고, 남북조 시대의 왕희지에 의해 서풍의 전형이 확립된다. 이러한 서예는 우리나라에서는 예(藝)를 중시하는 재주, 법도, 준칙을 말하는 서예(書藝)로, 중국에서는 법(法)을 중시하는 결속, 규칙, 방법을 담은 서법(書法)이라 하여, 일본에서는 도(道)를 중시하는 도덕이나 인덕 같은 덕목을 포함한 서도(書道)라고 한다. 서예를 두고 ‘서여기인(書如基人)’, 곧 ‘글씨는 그 사람’이라는 표현이 있다. 즉 서예는 단순히 글자를 글자로서만 기록하거나 사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글씨는 곧 예술이고, 예의이며 법도인 것이다.
우리나라 서예는 중국의 한자와 14세기 세종대왕에 의하여 만들어진 훈민정음인 한글, 두 가지의 서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한자는 약 3000년 전부터 사용되어 와서 서체의 변화와 훌륭한 서예가들이 많으며, 한글 사용은 한자에 비하여 오래되지 않아 서체의 변화가 적으나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문자여서 사용과 활용에 용이하다.
건축(建築)[편집]
건축이란 넓은 의미로는 지하나 지표의 공사에서 지상에 돌이나 나무 등에 의해 고정적으로 구축되는 가옥, 탑, 문, 피라미드, 오벨리스크 등의 건조물과 그 기술의 총칭인데, 좁은 의미로는 방 혹은 내부 공간이 형성되어 있는 건조물을 말한다.
서양에서 고대 건축(architectura)은 공장(工匠)의 경험적 수공 기술에 대해서 과학적 지식으로 뒷받침된 고도의 공학적 기술을 가리킨다. 건물 외에도 교량, 운하, 수도 등의 건설, 토목 기계나 선박, 병기, 시계나 악기에 관련되는 기술도 포함되어 있었으나, 그 중심은 신전, 의사당, 관공서, 궁전 등 대규모의 건조물을 구축하는 기술로써 한정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한옥은 한국의 전통 건축 양식으로 지은 집을 말한다. 한옥의 가장 큰 특징은 난방을 위한 온돌과 냉방을 위한 마루가 균형 있게 결합된 구조를 갖추고 있는 점이다.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공존하는 한반도의 더위와 추위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한국의 독특한 주거 형식이다.
한옥의 형태는 지방에 따라 구조가 다르다. 북부 지방에서는 외부의 냉기를 막고, 내부의 열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구조로 방을 두 줄로 배열하는 형태의 겹집 구조와 낮은 지붕의 한옥이 발달했다. 이에 비하여 남부 지방에서는 바람이 잘 통하도록 방을 한 줄로 배열하는 홑집 구조와 마루 구조가 발달했다.
새로운 매체[편집]
예술을 창작할 때 예술적 소재를 예술적 주제에 부합하게 구성하여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것은 예술의 오래된 과제였다. 예술가의 창작 행위가 예술적 표현 매체와 연계되어 다양한 현상과 결과를 드러낼 뿐만 아니라 예술적 작품의 특성을 결정짓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미술이란 매체의 채택에 따라 그것의 예술적 성향을 결정짓기도 하며, 예술에 대한 인식 변화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미술사 전체의 역사는 매체 변모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변용된 매체를 적용하거나, 미술이란 영역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듯한 매체를 끌어들여 예술 창작의 일면을 보여주는 활동들이 현대 미술사를 통해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다.
- 다다(Dada)의 매체 : 현대 미술의 전개에서 미술적 매체의 적용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다다이스트들이 일상적 소재를 예술에 유입한 사건이다. 미술사 전체를 통해 보더라도 이보다 획기적인 미술적 사건이 전개된 시대는 없었다. 특히 뒤샹(Duchamp. Henri Robert Marcel/1887~1968)에 의해 ‘변기’가 미술적 소재, 즉 매체로 채택될 수 있었던 근거는 그의 예술적인 창조 행위의 구체화를 위한 창의성이었다. 그는 예술가의 창조 행위를 작품 제작 한정하지 않고 적절한 매체의 기발한 선택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이러한 창조적 역의 적용에 따라 '레디메이드(ready-made)'란 새로운 미술 개념을 탄생시켰고, 새로운 형태의 예술적 형식을 창안 및 적용하기에 이르렀다.
- 팝 아트와 대중 매체 : 뒤샹의 미술적 매체 선택에 혜택을 입은 최대의 수혜자는 팝아트였다. 실제의 기성품을 매체로 선택한 다다와 달리 팝 아트에서는 기성품의 회화적 변용을 통해 매체를 적용하였는데, 이른바 ‘기성품’과 ‘대중매체’의 미술적 적용이었다. 기계문명에 의한 대량생산과 상품 디자인이나 매스미디어, 커뮤니케이션에 의한 대중적 이미지, 대도시의 인공적 환경을 조성하는 광고, 간판, 상표, 교통 표지판 따위의 범상하고 흔한 소재들을 미술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순수예술과 대중 예술이라는 이분법적, 위계적 구조를 불식시켰다. 그 결과 팝 아트는 단기간에 명성을 얻었고, 일상적인 매체는 화가의 독창적 예술성을 표현하는 표현 매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 행위 예술로서의 매체 : 예술의 순수성을 거부하는 예술의 등장과 그 점유에도 불구하고 미술을 통한 인간의 감수성 혁명 추구는 단절되지 않았다. 1960년대 초기 일군의 예술가들에 의해 무정부적인 예술 활동으로 ‘플럭서스 운동(Fluxus movement)’이 전개된다. 이는 이전의 다다와 만찬가지로 예술적으로 ‘개인을 해방’시키는 데 일익을 하였으며 ‘파괴적이고 반 권위주적’인 성격을 띠었다. 특히 이들의 행위 예술은 표현 매체로 신체를 이용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라 표현하고,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한다는 측면에서 ‘고의적인 파괴와 비논리성에 대한 반작용’을 근거로 하여 당시의 시대적인 예술적 특징을 갖게 되었다.
- 미니멀 아트와 매체 : 다다와 팝아트에 의한 일상적인 매체 선택은 예술적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예술 외부 세계의 문제들에 대한 결별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새로운 개념으로서의 ‘미니멀 아트’가 나타나 궁극적으로 회화를 통한 ‘개념 미술’의 확립을 꾀하였다. 미니멀리스트들은 회화적 합리성을 띤 ‘최소한의 예술’을 구현하게 되었다. 특히 회화의 환영적인 가상공간을 거부하고 작품 자체를 하나의 '특수한 오브제로 용인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저드(Judd, Donal/1928~1994)는 1965년 회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3차원의 특수한 물체를 제안하였고, 이에 따라 회화와 조각의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이로써 미니멀리즘은 미술의 개념을 고도의 정신 활동으로서 추상화시키는 능력을 동반한 개념 미술로 확산시키게 되었다.
- 비디오 아트와 영상 매체 : 현대에 들어와서 미술은 새로운 표현 매체를 예술로 끌어들였고, 영상 매체 미술은 현대 미술 전개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게 되었다. 그 결과 기존 전통의 미술적 양식과 가치관으로부터 벗어난 새로운 미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미술의 한 양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영상 매체 예술은 1960년대 초기 ‘비디오 아트’의 출현과 함께 나타나게 되었는데, 예술가적 측면보다는 감상자적 측면에 기반을 둔 예술적 영향력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매체 자체에 정보 전달의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현대 사회에서 전자 정보 매체를 통한 정보 전달의 요구는 보다 더 심화되고 있고, 이는 기존의 영상 매체를 넘어 또 다른 정보 전달 매체를 요구하고 있다.
- 정보 매체 예술과 컴퓨터 : 20세기 후반부터 급속도로 발달해온 컴퓨터 기술과 정보 산업은 우리 삶의 모든 분야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정보 매체 예술은 결코 먼 미래의 예술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 있고, 그것은 우리들에게 이미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정보 매체 예술은 보다 많은 정보들을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들을 이용하여 정보가 통합 응축된 또 다른 정보를 수용자들에게 제공해 주는 것이 최선의 예술적 역량이 되고 있다. 예술적 입장에서 보자면 이는 정보 예술 매체가 이미 기존 예술들이 지니고 있었던 각각의 정보들을 통합 및 전달할 필요성을 구체화하고 현재화시켰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미술 매체의 확장[편집]
미술 전개에 있어 예술적인 모티브와 그에 따른 표현적 매체의 적용은 많은 예술적 과제를 가지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현대 미술이 기존의 예술적 경향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보다 더 가속화될 것으로 간주된다. 이제 다양하고 독창적인 매체의 진보는 현대 미술 표현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전통 매체의 실험 1980년대 미술계를 풍미했던 신표현주의가 일깨운 회화의 부흥은 현재에도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인 장르들이 스스로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듯이 수없이 많은 회화들도 조각이나 설치미술과 겹치는 영역으로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다. 회화 콜라주, 종이 실루엣 벽화, 대형 매트리스 그림, 벽면 부착 형 부조 등의 다양한 형태와 접근으로 끝없는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 매체의 가능성 사진이 회화와 조각과 경쟁하는 위치가 된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진을 기반으로 한 미술이 부상하였다. 따라서 컴퓨터 같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거나 설치나 퍼포먼스와 같은 미술 장르와 혼성하는 등의 사진 자체의 경계도 확장되고 있다. 특히 갈수록 많은 작가들이 정교하게 결과물을 제작하거나 촬영 후 이미지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자유로운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확장된 매체로서의 조각은 장르로서의 영향력뿐만 아니라 그 자체의 형식과 내용, 즉 형태와 기술, 재료 선택의 폭등을 크게 확장시켰다. 조각가들은 전통적인 조각 재료로 조각을 만드는 한편,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하여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혼합 매체의 설치 안에 여러 조각 오브제들이 통합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하는가 하면 문자를 조합하여 벽면 부착 조각이 만들어지는 등 조각의 영역은 다른 장르로 확장되고 있다.[5]
자동차와 미술[편집]
미술 작품의 주제나 대상은 당대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이나 사건이다. 자동차 역시 등장 후부터 많은 미술가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또한 순수 미술은 물론 디자인의 영역에서까지 꾸준히 인기를 얻어 왔으며,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를 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어 자동차를 미술품이라고도 한다.
미술 작품 속으로 들어온 자동차[편집]
19세기 말 등장한 엔진 자동차는 인간의 이동과 물류의 운송 등에 있어 획기적인 발전을 주도하게 된다. 인간의 생활양식과 문화를 바꾸는 자동차들에 대해 미술가들은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19세기 파리 사교계의 중심인 물랭 루즈를 다룬 '물랭 루즈에서'를 남긴 프랑스의 귀족가문 출신 인상파 화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이 선보인 '자동차 모는 사람'이 있다. 1898년 작인 이 그림은 초기 자동차의 모습을 잘 보여 준다. 20세기 미국 후기 인상파의 대표 작가인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도 시대별 미국의 자동차들이 등장한다. '웨스턴 모텔'(1957)에 등장하는 초록색 자동차는 1950년대의 크라이슬러나 캐딜락 등을 연상케 하는 길고 볼륨감 있는 보닛이 인상적이다.
미술을 포함한 미술계 전반에는 유일하고 숭고한 존재로서의 미술품의 가치 대신, 복제 가능한 일상의 사물에 주목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특히 대량생산되는 공산품의 디자인과 순수미술의 경계가 흐려지고 이러한 가운데 보다 많은 대중이 즐길 수 있는 대상으로서의 팝 아트 개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팝아트의 대가인 앤디 워홀 역시 자동차의 이미지를 다양하게 활용했다. 특히 그는 운전을 하지 않았음에도 자동차를 표현하는 데 대한 열정이 대단했는데, 1986년, 다임러-크라이슬러 그룹은 그에게 창업 100년사를 20대의 자동차로 표현하는 작품을 의뢰하기도 했다.
또한 20세기 중반 들어 복합 미디어 아트는 자동차의 다양한 면모를 발견하고 활용했다. 특히 원래의 기능을 잃은 폐차는 다른 조형물과 결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표현하기도 한다. 예컨대 백남준의 1993년 작 '마르코 폴로'는 낡은 폭스바겐 비틀의 차체와 TV를 결합해 로봇과 같은 형상을 구현해 냈다. 이 작품은 디지털 시대의 유목민적 생활 방식을 앞서 표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자동차 제조사, 미술가와의 협업에 눈뜨다[편집]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러한 미술가들의 창작력과 미술 트렌드 그리고 작품과 자동차를 함께 소유하고 즐기고 싶어 하는 구매자들의 관계를 잘 이해했다. 이러한 관계는 20세기 중후반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1975년 프랑스의 레이스 드라이버이자 미술품 경매인이었던 에르베풀랭은 자신의 레이스카를 좀 더 특별하게 다듬고 싶었다. 그의 소망은 모빌의 창시자인 알렉산더 칼더에 의해 이루어졌다.
알렉산더 칼더는 에르베풀랭의 BMW 3.0 CSL을 완전히 탈바꿈시킨다. 레드, 블루, 화이트, 옐로우의 강렬한 색으로 뒤덮인 BMW 3.0 CSL은 움직이는 광고판으로 기능했던 레이스카 사이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나타냈다. 에르베풀랑은 이 미술적인 자동차를 몰고 르망 24시에 참가하는 등 미술품으로서의 가치와 자동차로서의 가치를 동시에 구현했다.
BMW는 에르베풀랭과 알렉산더 칼더의 협업에 힌트를 얻어 아트카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당대 최고의 미술가들과의 협업을 시작했다. 앤디워홀, 프랭크 스텔라, 로이 리히텐슈타인, 제프 쿤스 등의 아티스트들은 자신들의 개성을 BMW 차량에 녹여내며 자동차를 기계가 아닌 하나의 미술품을 탈바꿈시켰다. BMW 아트카 프로젝트는 2017년까지 총 18대의 아트카를 선보여 왔다. 특히 2017년 BMW 아트카 프로젝트는 중국의 여성 아티스트 카오 페이(Cao Fei)가 진행했다. 이번 아트카 프로젝트에서는 증강현실을 통해 빛의 궤적을 따라 색을 입힌 BMW M6 GT3를 선보였다.
현대자동차 또한 미술 분야에 적지 않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자동차 제조사다. 국립현대미술관, 영국의 테이트 모던 등 전 세계의 미술관과 파트너십 및 미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폐차하게 된 고객의 올드카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설치 미술가와 연결해 준 ‘브릴리언트 메모리’ 프로젝트를 선보인 바 있으며, 그 외에 다양한 국내외 전시를 후원 중이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2017년 3월 개관한 국내 최대의 자동차 복합문화 공간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의 곳곳에 자동차를 테마로 한 첨단, 복합미디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상설 전시공간에는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전시물과 다양한 자동차 관련 체험공간이 있다. 또한 테마 전시장에는 초대형 커넥트 월과 함께 현대자동차의 다양한 차종과 예술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자체로 작품인 자동차, 클래식 카[편집]
자동차는 원래 실용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산품이다. 하지만 오늘날 박물관에 역사적 미술품으로 전시되고 있는 것들도 원래 태생은 실용적인 목적의 도구였던 것이 대부분이다. 이것이 해당 시대를 대표하고, 그 시대를 짐작하게 할 수 있는 기술력을 반영하고 있으며 우수한 미적 완성도를 보인다면 미술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자동차도 이러한 요건을 갖추면 클래식 카로 분류돼 미술품과 비슷한 자격을 가진다.
클래식 카의 자격은 국제 클래식 자동차 연맹(FIVA)에 의하면 최소 30년 이상의 잘 보존되고,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가진 차량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클래식 자동차는 존재만으로 미술품이며 여러 경매에서 다른 미술품 못지않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자동차의 미술적 가치는 아티스트들에게 더욱 크게 다가온다.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인 랄프로렌은 자동차 수집광으로 유명하다. 그는 미적으로 아름답고 역사적 의미를 지닌 클래식 카를 주로 수집한다. 또한 이렇게 수집한 자동차는 그의 디자인적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하며 그의 자동차 콜렉션으로 특별전을 열기도 한다. 특히 그는 부가티 타입 57SC 애틀란틱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로 꼽기도 했다.’ 이렇게 자동차는 누군가에게 영감의 원천을 제공하며 미술적 가치를 입증하기도 한다.
자동차는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 왔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과거의 유산은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으며 미술작품으로 진화했다. 어쩌면 수만 가지의 부품과 아름다운 디자인이 어우러진 자동차는 이미 탄생부터 미술품이었지만 세월의 깊이가 더해져 진정 빛을 보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날 자동차는 또 한 번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자동차의 흐름 속에서 어떠한 미술적 가치가 발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6]
동영상[편집]
각주[편집]
참고 자료[편집]
- 〈미술〉, 《네이버 국어사전》
- 〈미술〉, 《나무위키》
- 〈미술〉, 《위키백과》
- 〈미술(美術)〉,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김원장 곰선생, 〈미술의 분야〉, 《네이버 블로그》, 2018-06-21
- VIEW H, 〈자동차도 미술품이 된다?!〉, 《네이버 포스트》, 2018-05-24
같이 보기[편집]
|
|